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을 재구속한 지 9일 만,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지 31일만이다. 내란 특검은 이번 공소 사실에서 제외된 외환 혐의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일부 국무위원들의 방조·가담 혐의 입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19일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5가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월과 5월 윤 전 대통령을 각각 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박지영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은 국무위원 일부를 소집통지해, 통지를 받지 못한 국무위원의 헌법상 권한인 국무회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보는 또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비상계엄이 국무총리, 국방부장관이 부서한 문서에 의해 이뤄진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작성하고 이를 폐기했다”며 “헌법상 마련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전통지장치를 무력화 했다”고 덧붙였다.
추가 조사를 위해 구속기한을 연장할 것이라는 법조계의 예상과는 다르게 특검은 구속만료 시한을 이틀 앞둔 시점에 윤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줄곧 출석 조사를 거부해 온 윤 전 대통령이 향후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다른 것으로 보인다. 속도감 있는 수사를 중시하는 조은석 특검 특유의 스타일과,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이 구속 기한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판단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사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내란 특검의 시선은 이제 수사의 또 다른 ‘본류’로 평가되는 외환 혐의로 향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10월에서 11월 사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직접 평양무인기 투입 지시를 드론사에 내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외환 혐의가 입증이 어렵고 수사 기밀이 중시되는 만큼 논리를 충분히 다진 뒤 추가 기소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이달 14일 드론작전사령부 등 24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핵심 인물 중 하나인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을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관련자 진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외환 혐의 조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 “만약 출석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때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도 "그때는 수사에 잘 협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가며 ‘계엄의 밤’ 퍼즐 맞추기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내란 특검은 20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초로 윤 전 대통령에게 불려간 5명의 국무위원 중 한 명인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소환했다. 전날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한 특검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을 상대로도 강제수사나 소환 등의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나갈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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