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 고혈당, 고혈압, 중성지방 증가, 복부비만 등이 함께 표시되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많은 질환이 한 번에 생긴다고?”. 예상치 못한 결과에 충격을 받고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의 질환이 아니다. '대사증후군'이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나타나는 포괄적인 문제들이다.
대사증후군은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과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체지방 증가, 높은 혈압, 높은 혈당, 높은 혈중 중성지방, 낮은 혈중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C) 등 여러 가지 신체 이상 상태들이 함께 나타나는 상태다. 이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다만 각 기관에서 제시하는 대사증후군의 진단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허리둘레가 남성의 경우 90㎝, 여성의 경우 85㎝ 이상일 때 복부비만에 해당한다고 본다. 또 혈중 중성지방 150㎎/dL 이상인 경우, 혈압이 130/85㎜Hg 이상이거나 항고혈압 약제를 복용 중인 경우, 공복혈당이 100㎎/dL 이상이거나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 HDL-C스테롤 수치가 남성은 40㎎/dL, 여성은 50㎎/dL 이하인 경우 등 5가지가 기준이다. 이 중 3가지 이상에 해당할 때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생겼을 때 이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수 년 이내에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또다른 대사적 위험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로 인해 심근경색증,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져서 사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학계에서는 대사증후군으로 인해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질환 및 2형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2~3배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사증후군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지 않고 복잡하다. 그 중 인슐린 저항성이 핵심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어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에 대한 신체 장기들의 반응이 떨어지면 근육 및 지방세포가 포도당을 제대로 잘 섭취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상기전으로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면 체내 염분이 증가해 혈압이 오른다. 간에서는 지방 합성이 늘어나 혈중 중성지방이 증가하게 된다. 결국 인슐린 저항성 하나로 혈당, 혈압, 지질 이상이 모두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복부비만 중에서도 윗배에 지방이 몰리는 내장지방형 비만은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핵심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내장지방은 단순히 보기 흉한 뱃살을 넘어 혈관 건강을 망치고 인슐린 기능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옷을 입을 때 허리가 예전보다 조여오거나 벨트를 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대사증후군은 하나의 질병이라기보다는 '상태' 또는 '조합'에 가깝다. 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점차 악화되어 심뇌혈관질환과 조기 사망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은 평균 수명이 12년 정도 짧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다행히 대사증후군은 조기 발견과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다. 대사증후군을 예방하고 싶다면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 운동, 규칙적인 수면, 가공식품과 당분 줄이기, 섬유소가 풍부한 식단 유지가 필수적이다. 체중의 약 5~10%만 줄여도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호전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항고혈압 약제와 혈당강하제, 지질강하제 등의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살을 빼는 것보다 건강한 삶을 되찾는 것이다. 체형을 보다 예쁘게 잡아주고 체중계 숫자를 줄이는 것이 다이어트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내 몸의 균형과 대사를 회복하고 질병을 예방한다는 다이어트의 올바른 목표를 세워야 장기간 지속 가능하다. 대사증후군은 몸의 작은 변화들이 만들어낸 커다란 경고다. 지금 허리둘레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몸이 대사증후군의 신호를 보내고 있음을 알아채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한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할 바로 그 시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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