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기 직전,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하향 보고서 발표 직후 SK하이닉스 주가가 9% 가까이 급락하면서, 공매도 거래와 리서치 평가 사이 연관이 있는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식의 전체 거래 대금 중 공매도 비중은 이달 9일 3.42%에서 16일 9.92%로 일주일 만에 6%포인트(p) 이상 급등했다.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8일 3.77%, 9일 3.42%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다 10일 7.34%, 11일 5.47%로 높아졌고, 15일에는 11.16%로 급등했다. 16일에도 9.9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거래량 기준으로도 유사한 흐름이 관측됐다. 전체 거래량 대비 공매도 거래량 비중 역시 15일 11.17%, 16일 9.93%로 크게 늘었다.
특히 15일 기준 SK하이닉스 공매도 순보유잔고를 대량 보유한 주체는 메릴린치 인터내셔날, 제프리즈 인터내셔날 리미티드, 키움증권, 한국 에스지증권, 노무라 인터내셔날 피앨씨, 한국투자증권 등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자체 계좌 대신 다른 외국계 증권사 명의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공매도 거래에 나섰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도 공매도 비중이 한 자릿수 후반에서 두 자릿수대로 급등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리서치와 트레이딩 부문 사이 ‘차이니즈 월(정보 교류 차단)’ 원칙이 엄격하다고는 하지만, 공매도 급증과 투자의견 변경이 맞물릴 경우 시장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고대역폭메모리(HBM) 산업 내 경쟁 심화를 우려하며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전날 SK하이닉스는 전날 대비 8.95% 급락해 26만 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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