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군과 관련된 대표적인 기념일 가운데 하나는 2016년에 3월의 넷째 금요일로 지정된 ‘서해수호의 날’이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전 등 북한의 서해 도발에 맞서 고귀한 생명을 바친 호국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제정됐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50년 6·25전쟁 당시 남하하는 북한군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6일간의 단기 훈련 기간 중 단 1회 비행, 1명당 평균 30분 정도 비행훈련만 하고 미국에게 인수한 ‘F-51D 무스탕’ 전투기로 첫 출격한 공군 조종사들의 ‘감투 정신’을 기리고자 매년 7월 3일로 지정한 ‘조종사의 날’도 있다.
F-51D 무스탕 전투기에 의한 첫 출격이 이뤄진 1950년 7월 3일을 기념해 제정했다. F-51 전투기의 첫 출격일은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F-51은 우리 공군이 창군 이후 처음으로 보유한 전투기이자, 공군 전투기가 최초로 출격한 날이기도 하다.
6·25 전쟁 발발 당시 우리 공군에 항공기는 L-4, L-5 연락기와 T-6 훈련기 뿐이었다. 단 한 대의 전투기도 보유하지 않았다. 조종사들은 전투기 없이 북한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연락기와 훈련기를 전투기로 사용해 후방석에 앉은 조종사가 수류탄과 포탄을 던져 적을 공격했다. 하지만 밀려오는 북한군의 탱크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우리 공군은 마땅한 대응 수단을 찾지 못한 채 발만 구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였다. 이승만 대통령은 유엔군 사령관인 미국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에게 전투기를 원조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 미국 측의 동의를 받았다. 당시 김정렬 공군참모총장은 F-51 무스탕 전투기 도입을 위해 6월 26일 10명의 조종사를 선발해 일본 이다츠케(板付)의 미군 기지로 급파했다.
하지만 일본 현지 날씨가 계속 흐려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단 한 번도 F-51 무스탕의 비행훈련을 실시할 수 없었다.
다행히 7월 1일 이다츠케 미군 기지의 하늘이 맑게 갰다. 파견된 조종사 중 일부가 이날 처음으로 비행훈련을 받았다. 그러나 전쟁 상황이 급했기 때문에 바로 다음날인 7월 2일 공군 조종사들은 F-51 무스탕을 몰고 이륙한 후 곧바로 기수를 돌려 한국으로 향했다.
당시 기준으로 새로운 전투기에 탑승하기 위해선 최소 30시간의 비행훈련이 필요했다. 지상교육까지 포함하면 최소한 한 달 정도의 교육 기간이 필요했지만, 서울 함락 등 충격적으로 악화되는 전황 속에 공군 조종사들은 즉시 귀국을 선택했다.
심지어 2일 한국에 도착한 조종사들은 다음날인 3일부터 곧바로 출격에 나섰다. 인수해온 지 하루 만에 적진을 향해 첫 출격을 감행한 역사적인 날인 것이다.
첫 출격에 나선 F-51 편대는 동해안의 삼척지구에 상륙한 적 지상군을 발견해 이들을 향해 기총소사해 적병 다수를 살상하고 연료집적소도 태워 버리는 전과를 올렸다. 또 영등포 노량진에 포진한 적 지상군에 대지공격을 감행해 적 전차 2대와 차량 2대를 격파하고 적병 35명을 사살했다.
이처럼 F-51 무스탕 전투기는 1953년 휴전 때까지 지상군 항공지원 작전 임무를 수행했고, 총 8494회 출격해 평양 승호리 철교 차단작전, 평양 대폭격 작전, 352고지 공지 합동작전 등 무수한 전공을 세우는데 기여했다.
이에 공군은 북한의 남침으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출격한 당시 조종사들이 가슴에 품었던 ‘필승의 신념’을 되새기고자 지난 2008년 7월 3일 ‘조종사의 날’ 선포식을 갖고 현재까지 매년 7월 3일이면 기념식을 갖고 있다. 또 매년 조종사의 날을 비비행일(정비의 날)로 지정하고, 조종사의 신조 제창 및 참전 기념비 참배, 특별강연회 등 위국헌신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이처럼 6·25전쟁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린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전투기인 ‘F-51D 무스탕’은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지난 2016년 10월에 문화재로 등록됐다. 현재 충북 청주 공군사관학교 박물관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각 1대씩 전시돼 있다. 제작 연대는 1940년대로 추정된다.
최근 공군이 전례가 없는 민가 오폭·기관총 낙하 사고가 잇따르면서 군 기강 해이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제는 신발끈을 다시 고쳐 매고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조종사의 날’ 제정 의미를 되새기며 대한민국 가장 높은 곳에서 조국을 수호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공군참모총장 지휘 하에 실시하는 비행 안전을 위한 ‘100일의 약속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시행해 국민적 신뢰를 다시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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