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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이재용, AI·반도체 M&A 등 '450조 액션플랜' 가동

[뉴삼성이 온다]<상> '삼성 위기론'에 대규모 투자로 정면돌파

현금 실탄만 120조…'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통큰베팅

美 파운드리 공장 착공 구체화, 한미 반도체 동맹에 한획

AI·로봇·차세대통신 등 신성장 IT인재 키워 주도권 선점

8·15 특별사면·복권이 결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한 뒤 법원을 나서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삼성 위기론에 정면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승현 기자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12일 전격 복권되자 ‘경영 족쇄’에 붙잡혀 미뤘던 ‘뉴 삼성’ 구축 작업도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글로벌 복합 위기로 경기가 급속히 둔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복권의 명분을 얻기 위해서라도 경제 구원투수 역할을 떠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5년 넘게 멈췄던 대형 인수합병(M&A) 작업 재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착공, 대규모 고용 등 5년간 450조 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 집행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갈등의 와중에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동맹’ 결성 과정에서 민간 외교관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재계는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곧바로 경영 일선에 복귀해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DS(반도체)부문장 사장 등과 사업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현장 경영, 임직원 소통 행보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올 6월 20일에 열린 삼성 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도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유럽 출장이라는 비상경영 체제 돌입 계기를 제공하고도 2017년 2월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5년 만에 처음 열린 사장단 회의를 밖에서만 지켜봐야 했다. 이 부회장이 조직에 위기감을 불어넣기 위해 올해 말 대대적인 인사 혁신,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는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을 향한 인수합병(M&A) 작업에 적극 나설 가능성을 주목했다. 최고경영자인 이 부회장의 수감, 취업 제한 상태에서는 글로벌 대형 기업들과의 실질적 투자 논의에 제약이 많았던 까닭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 기업인 하만을 인수한 후 글로벌 M&A 시장에서 아무런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올 2월 이스라엘 파운드리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한 인텔, 최근까지 세계적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 암(ARM) 매수를 저울질한 엔비디아, 2024년까지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생산 공장 5개를 추가로 짓는 TSMC 등 다른 경쟁사들은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올 6월 다급하게 유럽을 둘러보고 와서도 경영 성과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이 무색하게 파운드리 분야 선두인 TSMC와의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1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지난해 4분기 대비 3.9% 감소했으며 시장점유율도 18.3%에서 16.3%로 하락했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매출액을 11.3% 늘려 점유율이 52.1%에서 53.6%로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 내부에는 현금만 차곡차곡 쌓였다. 삼성전자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120조 7812억 원에 달한다. 2017년 말 83조 1842억 원이던 현금성 자산이 4년 만에 무려 37조 원이나 더 늘었다. 향후 5년간 국내외에 총 45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공언도 올 5월 발표 이후 몇 발짝 현실화하지 못했다. 이는 SK(034730)·현대차(005380) 등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없었던 다른 국내 대기업과도 다른 행보였다. 이 부회장이 대형 M&A로 반도체 전체 시장 판도를 흔들 공산이 큰 이유다. 올 상반기 세계 최초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 양산으로 재가동한 반도체 초격차 전략도 가속페달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첫 삽을 뜬 단계에 들어섰음에도 일정조차 잡지 못한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착공 시점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테일러시 공장은 투자를 직접 이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도 주요 관심사인 만큼 이 부회장이 양국 반도체 동맹의 핵심 축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칩4 동맹 참여와 한중 관계 유지라는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이 부회장이 민간 조율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5월 20일에도 경기도 평택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신기술을 직접 소개한 바 있다. 이번 복권을 기점으로 이 부회장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에 더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 1993년 신경영 선언, 2008년 스마트폰 사업 진출, 2010년 바이오 사업 진출 이후 실종된 신수종 사업 발굴 작업도 업계가 이 부회장에게 기대하는 부분이다. 잇단 호실적에도 미래 먹거리가 불분명하다 보니 삼성전자 주가는 어느새 5만 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삼성은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주도권을 선점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5년간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에서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도 차질 없이 이행할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저의 부족함 때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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