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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사기 법 규정 없어 신고도 못해…비슷한 '보이스피싱'으로 수사 요청

■'법 보호' 못 받는 피해자들

피해자들 처벌 무릅쓰고 허위신고

대표계좌 이용한 암호화폐 사기도

관련 법 조항 없어 지급정지 안돼


신종 금융 사기 피해자들이 본인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며 허위 신고를 하고 있다. 신종 금융 사기는 범죄자에게 ‘가상의 재화’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관련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는 타인을 기망·협박(보이스피싱)하거나 대출을 빙자해 자금을 이체·송금하도록 하는 행위만을 의미한다. 특별법은 ‘재화(물품)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서 제외하고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에서 발생하는 사기는 물론 채팅 환전 사기, 대리 베팅 사기 등 포인트를 제공하는 형태의 신종 금융 사기는 모두 특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포인트도 ‘가상의 재화’를 선물해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날이 갈수록 지능화하는 신종 금융 사기에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의 선택은 어쩔 수 없이 수사가 가능한 보이스피싱 신고뿐인 셈이다.

보이스피싱 허위 신고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음에도 피해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허위 신고를 하는 사례도 계속 늘고 있다. 5월 대리 베팅 사기를 당한 피해자 A 씨는 “1억 원에 달하는 돈을 잃게 생겼는데 벌금을 받든 징역을 살든 일단 계좌를 동결시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남성에게서 ‘2000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선물로 주겠다’는 말을 듣고 포인트가 있는 사이트에 가입해 환전을 시도하다 1300만 원을 송금하고 만 채팅 환전 사기 피해자 B 씨의 경우 “신고 절차를 찾아봤지만 보이스피싱이 아닌 탓에 계좌 지급 정지 요청도 하지 못했다”며 “법률 상담에서도 ‘신고를 해도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관련 사기 피해자도 마찬가지다. 올해 5월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문자를 받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참여한 C 씨는 모 대표 계좌에 총 8790만 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C 씨는 이달 24일 돌연 해당 채팅방에서 강제 탈퇴당했고 C 씨는 대출 등으로 끌어모은 돈을 모두 잃었다. 해당 계좌는 C 씨뿐 아니라 다른 유사 투자자문 사기, 주식 리딩방 사기 등에도 이용되고 있었지만 현재까지 지급 정지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집계 결과 지난해 암호화폐 범죄 피해액은 3년 전인 2018년(1693억 원)보다 18배 이상 급증한 3조 1282억 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총 862명이 검거된 가운데 유사 수신, 다단계 등 사기 피의자가 전체 검거 인원의 90%(772명)를 차지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총 61건의 유사 수신 사기 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는데 암호화폐 관련 사기는 그중 절반 이상인 31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년(16건)과 비교하면 약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특별법에 쓰인 피해 구제 신청 권리나 절차가 신종 금융 사기 피해자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송앤최 법률사무소의 최지현 변호사는 “채팅 환전 사기, 대리 베팅 사기 등은 법망의 공백을 악용한 신종 범죄”라며 “이 범죄의 피해자들은 (피해 구제를 위해) 고의로든 몰라서든 일단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금융 사기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특별법 개정을 위한 국회 논의는 멈춘 상태다. 앞서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2020년 12월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 대해 지난해 2월 경찰청과 금융위원회 등이 찬반 의견 등을 담은 검토 보고서를 전달한 후 아직까지 뚜렷한 진척 없이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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