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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모래 위 지지 기반…승리 취해 집안싸움 벌이면 큰 대가 치를 것” [청론직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퍼펙트스톰’ 국면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인재 투입해야

정책은 고차방정식…‘소주성’ 내건 文정부 1차원적 접근

巨野, 경제활성화 정책 위한 입법 협력 않으면 미래 없어

노동개혁 성공 위해 노사 모두 특권없이 국제기준 맞춰야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가 20일 대학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기업이나 노조에 대한 특권을 없애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이 제대로 된 노동 개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출범한 지 40여 일이 지난 윤석열 정부 앞에 높인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성장 동력은 꺼져가고 물가 급등과 경기 둔화 등의 먹구름까지 몰려오고 있다. 생산·소비·투자라는 3대 경제지표가 동시에 하락하면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이 현실화한다는 경고음이 요란하다. 그런 점에서 차기 총선까지 남은 1년 10개월이 대한민국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재점화할 수 있느냐를 가름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20일 서울경제와 만나 “총체적 복합 위기에서는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능력이 핵심”이라며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최고 중의 최고)를 투입해 비상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모래 위에 지지 기반을 세운 국민의힘이 착각하고 집안 싸움이나 벌이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입법 등에 협조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노동 개혁에 대해 “기업이나 노조에 대한 과도한 보호나 상식을 넘어선 특권을 없애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면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40여 일을 종합 평가해달라.

△역대 모든 정부들이 그렇듯이 잘하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과거 정부의 청와대 시절에 공식 석상을 제외하고는 대통령을 대면하기 힘들었고 대통령의 메시지도 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던 점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에 와서 많이 달라졌다. 특히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그날의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정책 방향을 드러내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새 정부의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얼마 전 내각에 검찰 출신 인사들이 너무 많지 않느냐는 지적에 “전(前) 정권은 민변으로 도배를 했는데”라고 맞받아치는 등 다소 경솔한 언행에는 문제가 있다. 정권 초기 인적 네트워크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새 정부의 인재 풀이 좁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인사에 직간접으로 관여할 수 있는 인사기획관·인사비서관·법률비서관 등이 모두 검찰 출신으로 채워진 만큼 검사 편중 인사가 불가피한 구조다.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단죄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검찰은 회고 지향적 성향이 강하다.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는 회고 지향적 인적 구성보다 창의적 국정 운영이 절실하다.

-국회 의석 측면에서 소수 정권인 데다 변수들이 워낙 많아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 같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입법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고차방정식인 정책이다. 진보 성향 정권의 경우 1차 방정식처럼 단순 사고하는 경향이 강했다. 단적으로 문재인 정권의 최대 실정인 부동산 정책을 들 수 있다. 세금을 많이 매기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단순 사고에 사로잡혀 규제 일변도 정책을 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무주택자와 서민들의 고통만 커졌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했다. 조세정책은 가장 어려운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고려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조세정책을 펼 때도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소득 주도 성장 정책 역시 의도가 선하면 결과도 선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갈등과 양극화만 심화시켰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가 20일 서울경제와 만나 “170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으면 국민 고통은 가중되고 경제 위기 극복은 요원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검찰 편중과 함께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위주 인사에 대해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이므로 일부 엘리트 편중 인사에 대한 비판은 납득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은 보통의 위기가 아니라 대혼돈의 위기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최악의 위기로 느껴질 정도다. 복잡다단한 환경에서는 최선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학벌이나 성별 등을 따지며 다양성 운운할 때가 아니다.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투입해 비상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경제가 본궤도에 오르면 얼마든지 균형에 방점을 두고 인사를 할 수 있다. 다만 소통 측면에서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아쉬운 대목이 있다. ‘능력이 있다면 쓰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국민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고 공감도 얻지 못했다. 대통령이 인사 과정에서 부족했던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들에게 유감을 표명하면서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 가뜩이나 정부가 추진 동력을 얻지 못하는 여소야대 체제에서 국민이 외면하면 남은 5년을 장담할 수 없다.

-6·1 지방선거 결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

△겉으로는 국민의힘이 이겼다고 볼 수 있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로 힘의 균형을 되찾은 수준으로 보는 게 맞다. 지역색이 명확한 광역단체장보다 향후 선거의 표심을 엿볼 수 있는 기초단체장 선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서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7 대 8로 승리했는데 4년 전 24 대 1로 대패했던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막판까지 접전을 보였던 경기도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156석을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78석씩 나눠 가졌다. 교육감 선거도 진보와 보수가 9 대 8로 양분했다. 지난 5년 동안 민주당이 오만과 몰염치를 보이며 국민적 공분을 샀는데도 이 정도로밖에 지지 않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이 반성하고 정신만 차리면 다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잘해서 이겼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오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래 위에 겨우 세운 지지 기반인데 이겼다고 착각하고 집안 싸움이나 벌이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비상한 경제 위기 상황인데도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위선과 오만·비상식에 대한 심판을 내렸다. 소주성 정책과 부동산에 대한 징벌적 과세, 탈원전 아집 등으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반성이나 쇄신 없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회 후반기에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겨주기로 합의했는데도 말을 바꾸고 어깃장을 놓고 있으니 국회 공백 사태에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새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들은 민주당의 입법 협조 없이 불가능한 것들이다.

△민간 경제 활력을 위해 새 정부가 준비한 법인세 인하, 규제 완화, 신산업 정책 등은 대부분 국회에서 입법해야 할 사안들이다. 170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새 정책은 첫발도 떼기 어렵다. 지금은 총체적 경제·안보 위기 상황이다. 민주당이 정부에 견제와 함께 최대한 협조하면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수권 정당으로서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있다면.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상하원 양원제 도입을 고려할 만하다. 광역단체별로 상원의원을 2명씩, 세종과 제주 등 인구가 적은 지역은 한 명씩 두면 총 32명으로 상원을 구성할 수 있다. 지역 이해관계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을 상원이 맡으면 된다. 하원은 경제·외교·안보 등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깊이 들여다보고 민생 입법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다. 양원제를 도입하면 지방 분권과 지역 균형 발전을 함께 실현할 수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등 선거제도가 복잡할수록 정치 효용성이 떨어진다. 총선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가 20일 대학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연금 개혁은 세대 갈등을 넘어 국가 존립이 걸린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노동 개혁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용자는 물론 근로자에 대한 규정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것이 제대로 된 노동 개혁이다. 우리나라는 초과근로수당을 일반근로수당의 1.5배로 책정하고 있지만 국제노동기구(ILO) 권고안은 1.25배다. 타임오프제도 마찬가지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사 교섭, 산업 안전, 고충 처리 등 노무관리 성격이 있는 업무에 한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타임오프제다. 하지만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미국·영국·독일 등에서는 상급 단체 활동을 위한 예산을 노조가 직접 마련한다. 최근에는 공무원·교원 노조 전임자의 타임오프제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런 개악이 없다. 대체근로 등 파업에 맞선 사측의 방어 수단은 다 막아놓고 노조의 투쟁력만 늘려줄 타임오프제를 확대한 것이다. 법인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 평균은 21.5%인 반면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며 역주행했다. 새 정부가 다시 22%로 낮추기로 한 것은 다행인데 민주당이 ‘대기업 특혜’라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국내외에서 차별받지 않고 해외 기업도 한국에서 차별받지 않고 사업할 수 있어야 경제가 성장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연금 개혁도 시급한 과제인데 역대 정권에서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국민연금법은 1980년대 중반에 도입됐다. ‘국민이 노후를 걱정하지 않게 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도 컸다. 조금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설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초부터 지속 가능성이 떨어졌던 셈이다. 하지만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한 데다 2차 베이비부머(1970~1972년생)의 은퇴 시기가 도래하면 연금은 급격히 고갈될 수밖에 없다. 연금 개혁이 세대 갈등 문제라고 하는데 이는 한가한 소리다. 국가 존립이 걸린 생존의 문제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연금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하루라도 빨리 개혁해야 한다.

◆He is…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해왔다. 국민대 국정관리전략연구소장과 행정대학원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ODA 리포트’ ‘한국 보수주의, 미래는 있다’ ‘정치가 왜 이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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