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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명퇴'바람 부나…대법 '임피제 판결' 후폭풍 예고

[대법, 임피제 첫 가이드라인 제시]

'나이만 기준으로 삼은 임피제'

"노사 합의했어도 무효" 못박아

기간·업무량·감액분 사용처 등

종합적 고려 단서조항 달았지만

법조계 "하급심 판결 영향 줄 것"





대법원이 임금 삭감만을 목표로 한 ‘임금피크제’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신규 고용 창출이라는 임금피크제의 도입 취지·목적과 달리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나이만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은 차별로 위법하다는 취지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및 시행 방법 등을 두고 노사 간 재논의·협상 등은 물론 갈등이 발생할 경우 줄소송 같은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26일 “현재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 여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임금 삭감의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여부,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3년 첫 도입 후 논쟁 이어져=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다소 줄이더라도 퇴직시키지 않고 고용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국내에서 임금피크제를 처음으로 도입한 기업은 신용보증기금이다. 신보 노조가 2013년 7월 58세 정년을 보장받는 대신 55세부터 임금 삭감 조건을 수용한 사례가 시작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고용 창출에 주안점을 둔 ‘일자리 나누기’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확산됐다.

노동계가 임금피크제를 ‘합법적으로 급여를 줄이는 개악’이라며 반발하면서 일부 사업장에만 적용됐다가 정부가 2015년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노동자의 정년을 기존 55세에서 60세로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법이 2016년 시행된 뒤 민간 분야에서도 임금피크제 도입이 주요 현안으로 다뤄졌다. 다만 임금피크제의 과실을 노동자도 누릴 수 있는지는 노사 간 오랜 논쟁거리로 남았다.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 첫 제시=이번 사건의 쟁점은 노사 간 합의로 이뤄낸 임금피크제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한 고령자고용법이 상충할 경우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다. 대법원은 임금이나 복리후생 분야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 차별을 금지한 구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제1항을 강행 규정이라고 판단했다. 만약 임금피크제가 오로지 사업장의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됐다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설령 노사 합의로 이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무효라고 못 박았다.



대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실질적 임금 삭감 폭이나 기간 △임금 삭감에 비례하는 업무량 및 업무 강도 수준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사용처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임금만 줄이고 노동량은 유지하는 임금 삭감 조치는 일괄적으로 금지하되 개별 사안에 따라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가 곧 연령상 차별이라는 공식을 선언한 것이 아니다”라며 “정년 연장, 업무 변경, 복리 혜택 부여 등 근로 조건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 없이 특정 연령자에 대한 임금 삭감만을 목적으로 한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금피크제 대신 명예퇴직" 파장 오나=대법원이 임금피크제에 대해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당분간 산업계 곳곳에서 진통이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면 회사에서는 정년을 연장할 유인이 없어질 수밖에 없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임금을 부담하면서까지 고용 관계를 유지할 이유가 없게 돼 명예퇴직 등의 방법으로 정년 이전에 고용자들과의 근로 관계를 종료하고자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례가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임금피크제와 관련한 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향후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예상된다. 다만 대법원이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따질 때는 사안별로 판단해야 판시한 점이 변수다. 김기덕 법무법인 새날 변호사는 “그동안 임금피크제 소송의 경우 하급심에서 노동자 측이 천편일률적으로 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근로자 및 노조의 과반수가 동의했다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취업 규칙을 변경했더라도 법상 절차를 거쳤으니 효력이 있다는 취지”라며 “대법원 판결은 고령자고용법의 취지를 살려 기존 하급심 판례에 제동을 건 것으로 향후 하급심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이광선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앞으로 있을 임금피크제 소송에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며 “단 각 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시간이나 영역 등 다른 기준을 적용한 만큼 후폭풍의 강도를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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