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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술이란 편견, 전통주 발전 가로막아"

◆1세대 전통주 소믈리에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

찾아다닌 양조장만 400곳 넘어

전통주는 생산자와 교감하는 술

'값싼 술' 인식 깨고 젊은층 호응

"산업화 위해 학문적 연구 필요"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가 한영석의발효연구소에서 새로 선보인 전통주 ‘청명주’를 소개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거리를 메운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카페와 맥주·와인 가게가 넘치는 이곳에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가게가 보인다. 전통주 전문점 ‘백곰막걸리’다. 이미 젊은이들에게는 막걸리 성지 중 하나로 알려진 곳이라고 한다. 오후 5시 오픈하자마자 몰려드는 주당들과 예약자로 가득한 화이트보드가 이를 대변한다.

하지만 이곳이 유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13년 차 1세대 막걸리 소믈리에이자 전통주전문점협의회 대표인 이승훈(46) 백곰막걸리 대표 때문이다. 그는 자타 공인 전통주 전문가다. 찾아다닌 양조장만 400곳이 넘는다. 지금은 횟수를 하루 2회로 줄였지만 한때 전통주를 접하겠다며 6차까지 뛰었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올 들어 술 마신 횟수가 ‘백쉰다섯 번째’라고 적혀 있다.

처음부터 전통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전공은 국제무역학, 대기업과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에 다닐 때도 축산·수산물을 다뤘다. 전통주에 발을 담근 것은 2010년. “전국을 돌아다니다 막걸리를 마시다 보니 왜 전통주가 잘 안 팔리는지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막걸리 붐이 일기 시작했고 결국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으로 참여하게 됐지요.”

전통주 전문점 백곰막걸리에 진열된 전통주들. 백곰막걸리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320종의 전통주를 취급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전통주 양조장은 대략 1200곳, 종류는 2000종이 넘는다. 백곰막걸리에도 320종이 비치돼 있다. 단연 국내 최대다. 이 대표는 이 전통주에 대해 “공산품이 아닌 사람이 만든 상품”이라고 강조한다.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것이 아니라 생산자들과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술이라는 의미다. 그는 “해외 주류는 우리가 체험하고 공감하기 힘들고 공장에서 생산한 것은 사람들이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지 알 수 없는 단점이 있다”며 “반면 국내 양조장을 다니면서 접하는 술은 생산·숙성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기에 생산자를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수많은 전통주 중에서도 그가 꼽은 추천주는 누룩 명인으로 유명한 한영석 소장의 발효 연구소에서 만든 ‘청명주’다. 한 소장은 전통 누룩만을 만드는 길을 걷다 최근 직접 술을 만들었는데 업계에서도 ‘쉽지 않은 술을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만들던 사람이 컴퓨터까지 만든 셈”이라며 “전통주 발전의 우수 사례를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


그럼에도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은 여전하다는 게 이 대표의 한탄이다. 최근 전통주 중에는 가격이 꽤 나가는 것들이 있다. 프리미엄 막걸리의 경우 개당 1만~2만 원 정도 한다. 일부에서는 수십만, 수백만 원 하는 제품도 나왔다. 기성세대 중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꽤 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특히 ‘노동자의 술’ ‘농민의 술’ ‘서민의 술’이라며 싸구려 취급을 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편견이 전통주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위 ‘배운 사람들’ 중에 막걸리가 서민의 술이라 비싸면 안 된다는 이야기도 한다”며 “싸게 만들려면 저렴한 원재료를 쓰고 대량생산을 해야 하는데 소주와 맥주 같은 대기업 술과 경쟁해서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행인 것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호응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노력에 맛이 좋아지고 여기에 건강과 스토리텔링이 입혀지면서 젊은 세대들이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아 취하지 않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에 MZ세대들이 호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창업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새로 생겨나는 양조장·전문점들도 우상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아쉬운 점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대답이 ‘학문적 연구’였다. 산업화를 하기 위해 이론적·학문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정부나 연구소·대학 심지어 기업까지 어디 하나 제대로 하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려고 해도 전공이 없고, 연구개발(R&D) 기능을 갖춘 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구인 공고를 낸 적이 없을 만큼 소극적이고 폐쇄적”이라며 “적어도 공무원 한 명이 전통주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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