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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머스크?' 아닌 '희대의 사기꾼'?…자위에팅의 몰락한 신화[김광수의 中心잡기]

중국 사업 성공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 진출

2016년 차량 공개했으나 아직도 양산 못해

중국에서 상장 폐지, 미국에선 파산 신청








테라, 루나라는 암호화폐의 폭락으로 최근 '폰지 사기'가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찰스 폰지 역시 말한대로 투자자에게 약속한 투자금을 돌려줬다면 성공한 기업가였겠지만 현실은 그저 희대의 사기꾼이었죠.

중국에서 창업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으나 지금은 몰락한 기업인, 사기꾼으로까지 불리는 자위에팅. 자위에팅은 2014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패러데이 퓨처를 설립한 사업가입니다. 패러데이퓨처는 창업 초부터 '중국판 테슬라'로 유명세를 떨친 전기차 업체입니다.

회사 이름을 지을 때부터 테슬라를 따라한 것 같습니다.

패러데이퓨처는 18세기 영국의 과학자인 마이클 패러데이에서 따왔는데요. 테슬라가 발명가였던 니콜라 테슬라에서 착안한 것과 비슷합니다. 마이클 패러데이는 전기 모터의 작동 원리와 전자기 유도의 원리를 규명해 현재 나오는 전기차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입니다.

중국에서 성공 신화 썼던 자위에팅


자위에팅은 이미 중국에선 유명한 사업가였습니다. 그는 1995년 산시성 지방 세무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1년여만에 철밥통을 걷어차고 1996년 장인의 도움을 받아 줘위에(卓越)실업이라는 회사를 만듭니다. 석탄의 순도를 높이는 세척 가공업이었는데, 수익을 내지 못해 곧 문을 닫습니다. 이후 인쇄업, 물류업에도 손을 대고, 컴퓨터학원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산시 시베이얼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차이나유니콤과의 식사 자리에서 기지국 설비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차린 회사였는데, 시장 흐름을 빠르게 파악한 것이죠. 이듬해 시보얼이라는 비슷한 회사를 차렸고, 2007년에는 싱가포르에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확보한 2억 위안 이상의 자금으로 그는 2004년 11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업체인 러스왕(LeTV)을 설립합니다. 무선 스트리밍 분야의 비전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PC로 드라마 등 각종 VOD를 볼 수 있는 사이트였습니다.

러스왕은 초반에 승승장구합니다. 차이나유니콤, CCTV 등과 독점 계약을 맺어 콘텐츠를 제공하고 판권 계약을 맺어 VOD 서비스로 인기를 끕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저작권 관리를 강화하면서 러스왕은 엄청난 호재를 맞습니다.

2010년에는 콘텐츠 제작 회사도 설립합니다. 이 회사에는 중국의 거장 장이머우 감독이 대주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에는 중국 촹예반에 상장도 합니다. 이 무렵 러스왕은 중국판 넷플릭스에 워너브라더스까지 더한 회사로 불릴 정도였습니다.

자위에팅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공을 발판으로 하드웨어로까지 영역을 확대합니다. 스마트 TV 제작에 나선 것인데요. 당시 나왔던 첫 스마트 TV의 가격이 비슷한 스펙의 절반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했느냐.

그때 연을 맺은 기업이 폭스콘입니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자신처럼 산시성 출신이라는 점을 알고 자위에팅은 그와의 만남을 성사시킵니다. 폭스콘이 평소 삼성과 경쟁 관계인 점을 이용해 궈타이밍 회장을 설득하고 자신의 반값 TV 제작을 맡깁니다.

이런 성공 신화 속에 자위에팅은 2016년 중국 잡지 신차이푸(新財富)가 발표한 '중국 500대 부호 리스트'에서 9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중국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


40대 초반에 성공한 사업가로 이름을 날리던 자위웨팅은 이 무렵 중국을 넘어 세계를 놀라게 합니다. 2016년 초 CES에서 선보인 자동차 때문이죠.

설립 2년도 안된 패러데이퓨처가 내놓은 컨셉트카 FF01의 스펙이 최고출력 1000마력, 최대시속 321km, 제로백 3초였습니다.

패러데이퓨처가 2016년 CES에서 선보인 컨셉트가 FF01.


단번에 언론은 '테슬라의 대항마', '제2의 테슬라', '중국판 테슬라' 등의 수식어로 패러데이퓨처를 주목합니다. 언론은 연일 패러데이퓨처와 자위에팅을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에 비교하는 기사를 쏟아냅니다.



이듬해인 2017년 CES에는 컨셉트카의 양산 모델인 FF91이 공개됐습니다. 사흘 만에 사전 계약 6만4214대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무너지는 자위에팅 신화와 패러데이퓨처


이 무렵 자위에팅과 패러데이퓨처에 대한 의혹도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2년 만에 이렇게 엄청난 스펙의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지, 사람들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을 하기 시작합니다.

2017년 당시 중국 러스왕은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주식거래가 중단되기도 합니다. 같은 해 7월에는 자위에팅의 러스왕 주식이 모두 동결됩니다. 의심의 눈길로 자위에팅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겨나지만 그는 러스왕의 이사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 패러데이 퓨처의 CEO가 됩니다.

패러데이퓨처가 예정대로 차량을 출시했다면 현재 중국에 자리를 잡은 3대 스타트업 전기차 업체인 니오, 리오토, 엑스펑보다 더 빠르게 자리 잡았을 겁니다. 하지만 차량 양산은 하염없이 지연됩니다.

패러데이퓨처는 2015년 네바다 사막 한 가운데에 1조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합니다. 추후 내부 고발자들의 폭로에 따르면 실무진의 엄청난 반대에도 자위에팅이 고집을 부렸다고 합니다. 전기를 비롯한 인프라가 하나도 없는 사막 한 가운데에 공장을 짓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어려움이 많다 보니 이 프로젝트는 2017년 재정 문제로 중단되고 맙니다.

패러데이퓨쳐 네바다 공장 조감도.


자위에팅도 몰락하기 시작합니다. 중국 러스왕의 문어발식 확장이 실패로 돌아갔고 미국 패러데이 퓨처 투자금도 바닥이 납니다. 2020년 7월 중국 증시에선 완전 퇴출됩니다.

결국 자위에팅은 미국에서도 파산을 신청하고 말죠. 작년 4월에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반부정경쟁법 위반 혐의로 자위에팅과 러스왕 법인에 우리돈 400억원이 넘는 벌금을 각각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패러데이퓨처의 차량은 볼 수 있나


이런 상황에도 자위에팅은 패러데이퓨처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가 CEO에서 물러난 자리는 카스텐 브라이펠트가 취임했습니다. BMW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자동차 분야 전문가로, BMW의 전기차 서브 브랜드 i를 런칭하고 i3, i8을 선보인 인물입니다.

패러데이퓨처는 계속해서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하며 시간을 끌고 있죠. 그러던 패러데이퓨처는 지난해 또 사람들을 놀라게 합니다.

2021년 7월23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과의 합병으로 미국 나스닥에 우회상장을 하는데요. 이 상장으로 약 10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시 12개월 내 인도를 조건으로 FF91 예약 판매에 들어갑니다. 일부는 미국 공장에서 일부는 한국에서도 위탁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힙니다. 한국의 엠에스오토텍이라는 곳이 차를 만든다는 보도가 나왔고, 올해 계열사인 명신이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합니다. 군산 지역은 전기차 생산에 들뜨기도 했습니다. 패러데이퓨처의 배터리는 엘지에너지솔루션 제품이 들어간다고 하니 한국 기업들은 물론 투자자들 역시 이 회사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패러데이퓨처가 지난해 상장하면서 차량 인도 시점으로 약속한 시간이 2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중국 위탁생산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파파자동차라는 법인을 세웁니다. 중국 지리자동차와의 협력 계획도 밝힌 곳인데요. 석연치 않은 것은 파파자동차의 대표가 자위에팅의 사위라는 점입니다.

이런 점들을 두고 작년에 제이캐피탈리서치라는 행동주의 공매도 투자자 업체가 패러데이퓨처를 향해 사기 의혹을 제기합니다. 미국에서도 이 무렵부터 패러데이퓨처를 주의 깊게 지켜보기 시작합니다.

최근 패러데이퓨처는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보고서를 이달 16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한 차례 기한을 연장해 이달 23일까지 재차 미뤄둔 상태입니다.

상장폐지가 된다고 곧바로 회사가 망하진 않겠지만 이렇게 수시로 말바꾸기를 하는 회사와 기업가를 믿고 수천만원짜리 차량 계약을 체결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자위에팅이 중국과 미국을 넘나든 성공한 사업가일지, 희대의 사기꾼일지 조만간 드러날 지 모르겠습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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