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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지환이 '봄날'을 통해 경험한 특별한 순간

영화 '봄날'에 출연한 배우 정지환

성공적으로 마친 스크린 데뷔

"대선배들과 호흡하며 한 층 성장한 계기 돼"

영화 '봄날' 주연배우 정지환이 서울경제스타와 만났다. / 사진=강신우 기자




배우 정지환에게 영화 '봄날'은 배움의 기회였다. 수많은 선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연기적으로 성장했고, 현장을 몸소 느끼며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봄날'을 발판 삼은 정지환의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봄날'(감독 이돈구)은 한때 잘 나갔지만 현재는 집안의 애물단지인 철부지 형님 호성(손현주)이 아는 인맥 모두 끌어모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부조금으로 한탕 크게 벌이려다 수습불가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8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 돌아온 아버지 호성이 부끄러운 동혁(정지환).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을 도박장으로 만들자 참아왔던 울분을 폭발한다.

'봄날'은 정지환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그는 오디션을 거쳐 동혁 역에 발탁될 수 있었다. 그는 '봄날' 오디션이 여태까지 봤던 오디션과 다르게 특별했다고 회상했다. 보통의 오디션은 연기를 하고 지나가는 반면, '봄날' 오디션에서는 그 자리에서 피드백과 디렉팅을 받았다고. 대본 리딩 비슷하게 흘러간 것이다.

"5분 정도 감독님과 고민하면서 연기를 했어요.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죠. 동혁 역이 되든 안 되든 이런 방식으로 본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발탁됐다는 연락을 받은 거예요. 시나리오도 좋았고, 오디션 기억도 좋았고, 무엇보다 동혁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 됐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말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뻤어요. 아마 감독님이 그리던 동혁이 저랑 닮은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동혁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 남들과 다른 성장 과정을 겪으면서도 특별하게 불만이나 분노를 세상에 표출하기 보다 자신에게 담아두는 성격이에요. 그게 저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죠."

정지환은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동혁의 전사부터 상상했다. 어린 시절,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감옥에 간 아버지, 이로 인해 이혼한 부모님 밑에서 어린 동혁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중점에 뒀다. 힘든 시기를 겪은 동혁이지만, 엄마와 누나가 힘들어 보이는 게 그에겐 더 아픔이었을 거라고 결론 내리고, 그들의 감정을 정리해서 메모했다.

영화 '봄날' 주연배우 정지환이 서울경제스타와 만났다. / 사진=강신우 기자


영화 '봄날' 스틸 / 사진=콘텐츠판다


이후 아버지와 재회했을 때는 숨 막히는 불편함이 있을 거라고 해석했다. 가장 가까워야 할 부자 사이지만, 아버지와 함께 있는 공간 자체는 얼음처럼 차갑기만 할 거라고. 정지환은 동혁이 왜 불편할 수밖에 없는지를 계속 생각했다.

"아버지와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최대한의 불편함을 표현하려고 애썼죠. 거의 제 뒷모습이 나오는데, 거의 움직이지 않고 얼어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어요. 돌이켜 보니, 다른 행동으로 불편함을 더 표현했어야 됐나 싶기도 해요."(웃음)

정지환은 동혁이 참다 참다 아버지에게 화를 터트리는 장면도 불편함으로 이어졌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동혁은 화를 표출하는 편이 아니라 평상시에 쌓여도 차분히 가라앉히거나 다른 방식으로 해소한다. 아버지에게 화를 냈을 때도 시원하기보다는 너무 불편했을 것"이라며 "원래 불편한 아버지가 더 불편해진 계기다. 아마 미안한 마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혁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증오하거나 미워하진 않았을 거예요. 그 일련의 상황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누나나 엄마가 힘들었던 게 아버지를 싫어하게 됐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 행동 자체를 미워한 게 아닌 거죠. 아버지가 감옥에 계시는 동안 아버지도 아버지 만의 이유가 있겠구나. 이해하려고 했어요."



영화 '봄날' 주연배우 정지환이 서울경제스타와 만났다. / 사진=강신우 기자




배우 손현주, 박혁권, 양석용, 손숙 등 선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었던 건 정지환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감탄했고,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부담감도 느꼈다고.

"정말 디테일하게 연기하시는 게 보였어요. 대사 한 줄일 뿐인데,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까?' 싶을 때가 많았죠. 모든 행동이 다 디테일이라 경외감이 들더라고요. 결국 인물을 분석할 때 디테일하게 해야겠다고 결론 내리기도 했어요. 걷는 것부터 시작해서 분위기, 말투까지 다 그 인물이 돼야 한다고요."

"'봄날'은 제 첫 영화고, 저 혼자 막내다 보니까 현장에서 얼어 있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누나 역으로 나온 박소진 선배와 많이 가까워지게 되면서 '대선배들과 함께하면 나도 긴장된다'고 말하더라고요. 나 혼자만 덜리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박소진 선배가 해준 조언들 덕분에 긴장을 즐길 수 있게 됐고요. 너무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느꼈어요. 선배들은 이 공간이 일터이자 편안한 공간이더라고요. 물론 각자 부담감과 중압감이 있으시겠지만, 편안한 분위기에서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더라고요."(웃음)

또 정지환은 동혁을 연기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깨기도 했다. 그는 "난 원래 합리적인 연기를 하곤 했다. 내가 분석한 걸 결과물로 만드는 게 내가 생각한 합리적인 방법이었다"며 "한 방향으로 연습하기보다는 현장에서 다양하게 바뀔 수 있는 변수가 있으니까, 열어둘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영화 '봄날' 주연배우 정지환이 서울경제스타와 만났다. / 사진=강신우 기자


이처럼 '봄날'로 성공적인 스크린 데뷔를 마친 정지환. 그는 처음 연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를 회상했다.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저렇게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진지하게 배우의 꿈을 꾸게 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님께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부모님도 흔쾌히 연기를 배울 수 있도록 허락했다.

"비전적으로 봤을 때 부모님이 제시해 준 좋은 직업들이 있잖아요. 저도 '좋은 게 좋은 거구나' 싶어서 그쪽을 향해 걸어나갔죠. 그런데 문득 그렇게 살아가면 행복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뭘 원하는지, 내가 뭘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했어요. 연기를 한 번 배워보고 싶었어요. 막상 배워보니 정말 재밌었죠. 대본을 분석하는 것도 재밌고,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인물의 삶을 이해하는 것도 좋았어요. 물론 완벽한 이해는 아니지만, 다양한 인간 군상을 겪는 게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정지환의 롤 모델은 배우 황정민이다. 그는 황정민이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다고 밝혔다. 황정민도 그 캐릭터의 인생을 산 게 아니지만, 그 자체로 표현하는 게 굉장히 매력적이었다고. 자신도 꼭 황정민처럼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다고 바랐다.

"제 강점은 목소리와 눈빛이에요. 배우가 전달할 수 있는 건 음성과, 감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눈이잖아요. 전 두 가지가 장점입니다. 거창한 어떤 것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본업을 잘 할 때가 제일 멋있잖아요. 계속해서 연기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또 겸손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영화 '봄날' 주연배우 정지환이 서울경제스타와 만났다. / 사진=강신우 기자


영화 ‘봄날’ 리뷰 영상 / 영상=유튜브 채널 ‘우리집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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