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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파일럿→여행사 창업…“위기는 마음 속 근육 단련하는 과정”

■석영규 올마이투어 공동대표

대한항공 일반직에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로

비행 3년 만에 정리해고…오뚝이처럼 창업

코로나 정면 돌파…개업 첫 해 흑자 달성

최저가 구조 찾아 소비자 눈길…그룹챗 준비


파일럿을 꿈꾸는 평범한 직장인이 있었다. 10년차 슬럼프였을까. 더 늦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히 사직서를 던지고 미국 비행 학교로 떠났다.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조종사 자격증만 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터였다. 그렇게 2년 만에 귀국, 보잉737 항공기 부기장으로서 하늘을 가르며 그의 도전은 성공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누구도 예상 못한 ‘코로나 19’가 불어 닥쳤고, 결국 그의 손에는 정리 해고 통지서가 들렸다. 좌절은 사치였다. 그는 여행사 창업자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고, 법인 설립 첫 해 흑자 달성에 이어 올해 매출 목표 ‘100억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직과 창업의 아이콘 석영규(41) 올마이투어 대표를 만나 변화무쌍한 ‘업(業)의 길’ 속 생존 과정을 들어봤다.

-반갑다.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여행플랫폼기업 올마이투어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대한항공에서 10년간 일반직 근무를 하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미국 오레곤주 비행학교에서 1년간 훈련받고 교관으로도 일했다. 면장(면허증)을 따고 이스타항공에서 3년간 일했지만 2020년 10월 정리해고를 당했고, 다음 달 창업했다.”

석영규 올마이투어 공동대표




-어렵게 조종사가 됐을텐데, 외부 상황 때문에 정리해고까지 당해 힘들었을 것 같다.

“주변에 나만큼 직업이 자주 바뀐 경우는 없는 것 같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조금씩 마음의 근육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됐다. 아울러 안정적이고 전문적이라는 직업도 한 순간에 그렇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정리해고 이후 어떻게 한 달 만에 여행사를 창업할 수 있었나.

“원래 여행을 좋아했고 온라인 비즈니스에도 관심이 많았다. 2020년 3월 마지막 비행 이후 정리해고 전까지 7개월간 무급 휴직에 들어갔고, 이 기간 좋은 파트너(정현일 공동대표)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했다. 정 대표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여행업에 몸담았고,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인바운드)을 맡는 여행사를 운영했다. 코로나로 인해 한순간에 회사가 없어질 위기에 놓인 두 사람의 절실함이 여행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졌다.”

-2020년 11월은 코로나 때문에 있던 여행사도 문 닫을 시기인데 창업을 감행했다.

“올마이투어는 우선 내국인을 위한 호캉스 상품부터 접근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고, 스타트업에 불리할 수도 있겠지만 발상을 바꿔봤다. 일반적인 여행상품이 소비자가 날짜부터 정한 뒤 가격을 비교해 숙박업소를 골랐다면 올마이투어는 날짜를 지정하지 않고 숙박지부터 고른 뒤 추후에 숙박일을 정하는 식이다. 이 순서를 바꿈으로써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제공할 수 있었고, 경쟁력이 됐다”



-순서를 바꾸면 왜 가격이 저렴해지는가.

“호텔과 리조트는 객실을 채우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우리(올마이투어)는 다수의 방을 미리 확보하면서 숙박업소의 고민을 덜어 주는 대신 구매 단가를 떨어뜨렸고, 보다 저렴한 상품으로 여행객을 모았다. 항공권도 그룹 수요의 경우 이런 식으로 판매된다. 항공권 판매 방식을 이해하는 나(석 대표)와 숙박처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정대표의 노하우를 합친 모델인 셈이다”

-올마이투어의 차별점이 이게 전부일 것 같지는 않은데

“물론이다. 여기에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여행 등으로 상품 범위를 넓혔고, 라이브커머스를 집중 공략했다. MZ세대들이 라이브커머스에 열광한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이런 전략이 주효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해 50억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고 순이익도 냈다. 출발치고는 성공적이었다”



-사실상 엔데믹에 접어들면 여행사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의 사업방식을 대형 플랫폼이 따라하기 시작하면서 사업이 녹록치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 플랫폼을 혁신하고자 한다. 소비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만나 소통하는 게 플랫폼의 본질인데 기존 여행 사이트들은 백화점식 온라인샵일 뿐이다. 우리는 ‘태블러’라는 여행 메신저를 통해 소비자와 공급자가 자유롭게 그룹채팅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계획이다”

태블러 애플리케이션 개념도


-단톡방을 말하는 건가.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 설명해 달라.

“기존 여행 관련 정보는 블로그에서 취득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업화된 글이 너무 많아 진짜 정보를 찾기 어렵다. ‘태블러’는 각자의 취향에 맞게 그룹을 짜 그 속에서 생생한 정보를 주고받도록 했다. 전문 인플루언서들이 직접 그룹을 운영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여행 가이드, 소형 여행사 등 여행 공급자와 다양한 소비자들이 태블러 안에서 소통하면서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나아가 그룹에서 다양한 상품을 접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더할 계획이다.”

-첫 창업인데, ‘대표’라는 자리를 맡아보니 어떤가

“내 아이디어에 따라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나 모든 거를 잘 해야 하는 자리다. 재무, 인사, 기획, 마케팅 모든 것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 이왕이면 창업 할 때 다방면으로 충분한 경험을 갖추고 본인이 다 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나서라고 권하고 싶다.”

석영규(왼쪽) 올마이투어 공동대표와 정현일 공동대표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라이프점프


-대학때 사회학을 전공하셨던데, 앱 개발도 해야하고 IT 분야 지휘하기 어렵지 않나.

“머릿속으로 생각한 기획이 그대로 구현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외주업체에 맡겨 놓으니 원하는 방향과도 달랐다.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만들기보다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 소비자 반응과 패턴에 따라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맞춰 개발자도 뽑았다. 지금은 개발자 5명을 채용했고, 투자비 65%를 개발에 쓴다. 개발 경험이 없지만 디지털라이제이션이 필요한 창업을 꿈꾼다면 최소한 온라인 강의라도 들으며 이해도를 넒혀야 한다.”

-스타트업으로서 인력 채용도 어려울 것 같다

“좋은 인재를 찾기도 어렵지만 뽑아 놓은 뒤 기존 구성원들과 좋은 팀워크를 만드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팀 구성을 할 때 실력 만큼 성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업무적으로 완벽하지 않더라도 성품이 좋은 사람이라면 함께 배워가면서 성장할 수 있다. 계속 좋은 사람을 찾고 있다.”

-창업만큼이나 힘든 게 동업이라고 하던데

“다행히 서로 아이디어가 잘 맞고 각자 능력이 서로 보완하는 구조다. 둘 다 성격이 급해 바로 실행에 옮겼다. 공동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상호간의 예의와 존중이다. 회사를 운영하며 어려운 일에 많이 부딪히는데, 인간적으로 서로 위로하고 도울 수 있어야 큰 힘이 된다. 그런 점에서 좋은 파트너를 만난 것이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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