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 진출 농기업 10곳 중 6곳은 간판 내린다…이유는? [뒷북경제]

이상기후·전쟁으로 식량안보 경고음 커지는데

고령화·경지면적 감소로 자급률 제고는 어려워

공급망 구축축 위한 해외진출 농기업 정착률 36%

"현지 인프라 열악…경영 환경 좋지 않다" 토로

日은 ODA 통한 인프라 구축·농업국과 협력 강화





식량안보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상기후로 작황 불안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밀과 옥수수 등 곡물 생산량이 줄어든다는 관측이 잇따르면서죠. 세계 각국은 곡물 비축량을 늘리고, 곡물 수출을 중단하며 위기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식량안보 정책의 두 축은 ‘자급률 제고’와 ‘식량 공급망의 안정적 확충’입니다. 하지만 경지면적 감소, 농촌 인구의 고령화 등에 직면한 우리나라가 자급률을 높이기란 쉽지 않아보입니다. 실제 2018년 21.8%이던 곡물자급률은 2020년 20.2%로 떨어졌습니다. 10%대 추락을 목전에 둔 것이죠.

그렇다면 안정적으로 식량 공급망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방법이 우리 농기업을 해외로 진출시켜 곡물을 직접 경작하게 하고, 수확량의 일부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입니다. 해당 국가와 농업 협력 범위를 넓히게 되면 수출제한 등의 조치가 내려졌을 때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커지기도 하죠.



하지만 식량 공급망 확충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농업 개발을 위해 해외 진출에 나선 우리 기업 206곳 중 현지에서 실제로 사업을 하는 기업은 단 75곳에 그쳤습니다. 우리 농기업의 현지 정착률이 36.4%에 그쳤다는 의미입니다. 이마저도 과장된 수치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내 곡물 기업 관계자는 “러시아·중국 등에 나가 농장을 사들인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5년도 안 돼 도중에 포기한다”며 “곡물을 현지에서 들여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관리 노하우가 없다 보니 국내 업체 간 손바뀜만 잦다”고 토로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로 진출한 기업을 통해 국내로 곡물을 들여오는 양 자체도 적습니다. 지난해 해외농업개발에 진출한 우리 농기업이 확보한 곡물량은 215만 4930톤입니다. 이중 실제로 국내에 반입된 곡물량은 얼마나 될까요. 63만 3975톤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전체 곡물량 1668만 3404톤(관세청 기준)의 단 3.8%에 불과합니다. 지난 2020년 반입량(10만 8846톤)보다는 크게 늘었지만 ‘안정적인 식량 공급망’을 확충했다고 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우리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외농업개발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기업에 지난해에만 68억 7000만 원 규모의 융자금을 지원했습니다. 2017년 30억 원에서 크게 늘었죠. 해외 농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84명이었던 교육 이수 인원 수는 지난해 200명으로 늘었습니다. 지난 2018년 목표로 제시했던 ‘2022년 200명 교육 이수’ 목표를 앞당겨 이뤄낸 것이죠.

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왜 현지 정착률이 낮을까요. 익명을 요청한 한 농업정책 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의욕을 가지고 진출하더라도 현지의 농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고 좋은 인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또 “현지 진출 기업이 반입 규모를 늘리더라도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점도 문제”라며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 기업의 현지 개발 면적이 넓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경영을 포기하는 기업이 많고, 설령 투자하더라도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위기시 공급망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죠.

기업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전략적으로 경제 외교에 나서듯 식량 문제에도 비슷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식량안보는 민생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식량안보를 다룰 범정부적 식량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한 농업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이나 영국처럼 공적개발원조(ODA) 등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서 식량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 교수도 “범정부 외교 사업 중 하나인 공적개발원조(ODA)는 현지 농업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인프라 구축을 통해 우리 기업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런 면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과 외무성은 2009년 ‘식량안보를 위한 해외투자촉진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당시 일본은 정부의 역할을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 사업에 대한 ODA 실행,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투자 활성화 환경 조성으로 규정했고, 이후 일본 대기업이 해외 농업 생산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민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투자 규모를 늘리다보니 정부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습니다. 일본은 2014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농기업에 약 2억 달러의 운용 자본을 융자하기로 합의하면서 곡물 위기가 발생하면 자국 수요 물량 외에 나머지를 일본에 우선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약속을 얻어냈습니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지금 우리 정부가 유심히 검토해야 할 부분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