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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만 바라보는.. 尹 정부의 ‘경제안보 지렛대론’[뒷북경제]

메모리반도체, 미국이나 일본 장비 없으면 생산 못해

높은 글로벌 점유율은 두차례 '치킨게임'의 결과.. 기술우위가 아닌 시장균형 결과

파운드리와 AP에서도 TSMC와 애플에 밀리며 '적신호'

배터리는 CATL과 테슬라의 '판바꾸기'에 허우적





반도체와 배터리. 차기 정부의 한국 경제안보의 지렛대라고도 불릴 정도의 한국 경제의 핵심 기술입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반도체와 배터리의 국내 경쟁력이 일본이나 독일이 보유한 ‘핵심소재기술’과 달리, 대체 가능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경제안보 지렛대 역할이 가능할 지에 대해 물음표가 제기됩니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기술력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제작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할 정도로 ‘초미세’ 메모리 반도체 제작에 특화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초미세 반도체 제작을 위해서는 네덜란드 ASML이 만든 EUV 장비 도입이 필수라는 데 있습니다. 국내 기업이 고품질의 반도체를 값싸게 만드는 ‘규모의 경제’ 분야에 특화돼 있지만, 이 같은 선진국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합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력의 ‘절대우위’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반도체 제작에 사용되는 각종 공정에서 해외 장비 의존도는 90% 이상입니다. 안보유망기술센터(CSET)에 따르면 미국 기업은 반도체 증착 관련 장비의 63.8%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에칭(53.1%), 공정제어(71.2%), 기계연마(67.5%), 이온주입(90.4%) 등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미국의 전체 반도체 장비시장 전체 점유율은 41.7%에 달하며 도쿄일렉트론 등 세계적 반도체 장비 회사를 보유한 일본의 점유율은 31.1% 수준입니다. 반면 한국의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은 2.2%에 불과합니다.

시장 점유율 상황 또한 이 같은 우려를 부추깁니다. 삼성전자는 독과점 소송을 우려해 D램 시장에서 45% 내외의 점유율만 유지중입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20% 내외입니다. 일종의 ‘시장균형’에 가깝기 때문에 이들 3개 업체의 과점 형태가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 보입니다. 반면 이들이 D램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받거나 한개 업체가 점유율을 지나치게 높일 경우 각국의 독과점 제재와 여타 업체의 D램 시장 진출 등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D램 대비 기술진입장벽이 낮다고 평가받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일본 키옥시아와 마이크론 등 대체제가 많습니다. 한국의 높은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은 ‘기술 우위’에 근거하기 보다는 두차례의 ‘치킨게임’ 후 경쟁업체가 도산하며 형성된 ‘시장균형’의 결과에 가깝다는 점에서 일정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주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매년 장비증설에 수십조원의 투자해야 하는 산업구조 또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부분입니다.



시스템 반도체 분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분야에서는 애플과 TSMC 등 각 분야의 1등 기업과 한국 기업간의 격차가 큽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2’ 국내향 모델에 자신들이 설계한 ‘엑시노스2200’가 아닌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탑재했습니다. 삼성이 국내향 플래그십 모델에 엑시노스를 탑재하는 것은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국내향 모델에 엑시노스를 탑재 못한 이유로 퀄컴 제품 대비 낮은 성능 문제를 들고 있다. 실제 엑시노스 시리즈는 발열 외에 최근 AMD와 손잡고 개발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서까지 일부 문제를 노출하며 예전보다 평가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애플은 전성비(전력 대 성능비)를 압도적으로 개선한 AP인 ‘바이오닉’ 시리즈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절대강자 자리를 굳히고 있습니다. PC용 칩 시장에서도 경쟁 업체 대비 기술력이 몇년은 앞섰다 평가받는 ARM 설계도 기반의 ‘M1울트라’ 칩을 내놓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한국의 지위는 위태위태 합니다. TSMC는 글로벌 시장에서 과반의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인텔, 엔비디아, 애플, 퀄컴 등 글로벌 선두업체의 주문이 몰리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 고객군은 이 보다 ‘네임밸류’가 낮으며 수율 문제에 대한 우려도 일부 제기됩니다. 삼성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10% 후반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TSMC가 채 소화하지 못한 고객군이 어쩔 수 없이 삼성에 주문을 의뢰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배터리 또한 상황이 비슷합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업체는 지난해 32.6%의 점유율을 기록한 CATL입니다. 4위는 중국업체 BYD입니다. 이들은 자국 전기차 시장을 바탕으로 몸집을 키운 것도 있지만, 이제는 기술력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실제 CATL은 이달 ‘기린’이라는 3세대 배터리를 내놓았습니다. 기린은 테슬라가 최근 생산에 나선 ‘4680’ 배터리 대비 13% 가량 밀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테슬라와 중국업체들이 배터리 업계 판을 바꾸려는 시도 또한 한국업체에 큰 위협이 됩니다. 테슬라는 한국 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아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보급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니켈 가격 상승에 따른 수급 문제 때문으로,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는 낮은 대신 가격이 저렴합니다. 런던 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니켈 1톤당 가격은 3만 4100만달러로 1년전 대비 2배 이상 오르며 니켈 수급 문제로 전기차 보급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CATL 또한 LFP 배터리에서 다수 핵심 기술을 보유중입니다.

무엇보다 중국은 전세계 리튬 공급의 7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중국 최대 리튬 공급업체인 톈치리튬은 지난 2018년 칠레 최대 리튬 생산업체 SQM의 지분 23.77%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4년에는 세계 최대 리튬광산인 호주 탈리슨의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NCM 배터리의 핵심원료인 코발트 또한 중국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저장화유코발트, 진천그룹 등 중국 기업은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지인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 인수 및 지분 투자 방식을 통해 콩고에서 채굴한 코발트의 90% 이상을 자국으로 수입 중입니다. 전세계 코발트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기에 GM이나 포드 등이 ‘배터리 내재화’를 위해 주요 배터리 업체들과 기술제휴를 맺는 것 또한 국내 배터리 업체에 부담입니다. 결국 배터리 시장의 승자는 배터리팩과 같은 완성품을 만드는 업체가 아니라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등 배터리 4대 핵심소재 기술을 보유한 일본이나 중국 업체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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