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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재건축 '들썩'…규제 완화 '독'일까 [집슐랭]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재건축 단지 전경. 이덕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수도권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대선 사흘 후인 지난 12일 토요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매수 문의가 확연히 늘어났다고 말했다. 노원구는 서울에서 노후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 수혜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상계주공4단지 인근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선거일 이후에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며 “그동안 기다려왔던 고객들이 이제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으니 좋은 물건이 나오면 매수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수혜 지역 매수 문의 늘고 호가 올라


상계동을 비롯해 서울 양천구 목동,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일대에서는 재건축 활성화 기대감에 매수 문의가 늘고 집주인들이 매물 호가를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계주공6단지 인근의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선 전 호가를 몇 번씩 낮춰도 나가지 않던 6단지 23평 매물이 선거일 이후 7억 9500만 원에 팔렸다”며 “인근 3단지와 5단지에서도 대선 이후 일부 매물이 소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투자 자문 업무를 하는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대선 이후 서울 내 노후 단지 관련 문의를 하는 고객이 확실히 늘어났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많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는 재정비사업 촉진 특별법을 약속한 1기 신도시에서도 대선 이후 매물 호가가 오르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무지개마을 12단지’ 전용 59.98㎡는 최근 8억 5000만 원(12층)에 매물이 나왔다. 지난해 8월 나온 같은 주택형 역대 최고가 7억 9900만 원보다 5000만 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매수 문의도 늘었다. 단지 인근의 A 공인 관계자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조용했는데 대선 직후 매수 문의가 확실히 늘었다”며 “급매물을 찾는 전화가 하루에 3~4통은 온다”고 말했다.

수도권 1기 신도시 현황 및 대선 이후 부동산 시장 매물 동향. 서울경제DB


매물도 줄어들어…"공약 기대감 영향"


대선 이후 각종 규제 완화에 따른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매물을 다시 들여놓는 집주인들도 부쩍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 통계에 따르면 14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물은 16만 3495건으로 대선일인 9일 16만 9611건에 비해 3.6% 감소했다. 매물 감소세는 노후 단지가 밀집해 있는 1기 신도시와 서울 도봉구 등에서 가파르게 나타났다. 산본 신도시가 있는 경기 군포시 매물은 5일 전에 비해 6.0% 감소했고 일산 신도시를 이루는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 매물은 같은 기간 대비 4.9% 줄었다. 서울에서는 도봉구 매물이 5.2% 줄어들어 서울 평균 매물 감소율인 3.2%를 웃돌았다.

김 소장은 “예산 배정 등 변수가 많은 개발·교통 공약에 비해 재건축 공약은 규제만 풀면 사업이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방향성이 명확한 만큼 일부 시장 참여자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 전경. 이덕연 기자




규제 완화, 시장에 ‘독’일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수차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12월 오세훈 서울 시장과 강북구 미아동 재건축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는 “과거 정부에서 기획해 왔던 뉴타운 계획을 전부 해제하고 물량 공급을 너무 틀어쥐어 오늘날 이런 부동산 가격 폭등을 초래했다”며 “주택 시장에 상당한 공급 물량이 들어온다는 시그널을 줘서 가격 상승 압박을 줄여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고 말했다. 이후 공식 대선 공약집에서는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47만 가구 공급 방침을 밝혔다.

윤 당선인의 정비사업 공급 확대 방안은 ‘규제 재정비를 통한 민간 공급 촉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재건축 공약의 경우 △정밀안전진단 기준 조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 등이다. 이들은 모두 사업 속도를 올리거나 사업성을 개선시켜 도심 공급 물량이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이다. 재건축 사업은 토지 소유주가 시행 주체가 돼 진행하는 민간 사업인 만큼 각 사업 단계의 규제가 완화될수록, 사업성이 높아질수록 민간 소유주 동의율 확보 등 사업 진행이 쉬워진다.

문제는 이 같은 재건축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는 데 있다. 앞서 언급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는 재건축 사업 진행 시 각 민간 소유주의 자금 부담을 줄여 수익성을 높인다.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는 사업 전체의 수익을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특정 사업의 비융이 줄고 수익이 늘면 사업 가치 또한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부동산 시장에서의 사업 가치란 곧 자산(아파트) 가격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비사업 활성화 공약. 서울경제DB


단기적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장기적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수요자들이 원하는 서울 및 서울 인접 지역에 현 국민소득 수준에 걸맞는 주택을 공급하지 않고서는 기존 신축 가격 상승이나 추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으로 도심과 연결되는 외곽 지역 가격 오름세를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윤주선 홍익대 건축대학원 교수는 “도심 지역에 대한 잠재 수요는 여전한 만큼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도심 공급 확대 외에는 장기적으로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킬 방안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 규제 정책으로 인해 도심 재정비가 지연되며 주요 도시의 아파트는 빠른 속도로 노후화가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R114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177만 8719가구 가운데 준공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99만 212가구로 그 비중은 55.7%에 달했다. 20년 이상 아파트 비중은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46.7%, 이후 지난해 11월 부동산R114 조사에서는 52.7%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은 “도심 수요가 잠재해 있고 국민소득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지 않고서는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며 “단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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