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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푸른 도시 뉴욕의 블루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관광시장 무너진 글로벌 대도시

수출기업 적고 금융서비스만 집중

경제적 다양성 부족에 회복 더뎌

뉴요커 '님비'도 단일산업화 자초





뉴욕이 언제 망가졌는지 기억하는가. 뉴욕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 혼쭐이 난 이유는 이곳이 세계로 통하는 미국의 최대 관문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초반에 뉴욕은 미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은 감염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뉴욕시는 건강 전선에서 선전하고 있다.

반면 경제 전선에서의 성적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이것은 비단 뉴욕뿐 아니라 진보 색채를 띤 블루 아메리카 지역 전체의 일반적 상황이다. 따라서 뉴욕이 겪고 있는 문제의 원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우선 팬데믹부터 짚어보자. 코로나19 변종인 델타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높은 백신 접종률과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 및 공중 보건 예방 조치의 삼합은 뉴욕을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 빅 애플(뉴욕시)에서는 백신 카드 없이 할 수 있는 실내 활동이 거의 없는 탓에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카운티나 댈러스처럼 자동차 의존도가 높은 거대 도시에 비해 코로나와 관련한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 뉴욕을 가장 먼저 덮친 오미크론의 물결 역시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게다가 거의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주거 임대료는 뉴욕이 생활하기에 적합한 매력적인 장소임을 상기시킨다.

사실 뉴욕은 거주 비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생활하기에 대단히 좋은 곳이다. 그러나 그 마지막 포인트가 문제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뉴욕시의 경제 회복이 더딘 이유다.

팬데믹 초반 몇 개월간 미국 전역은 일자리 손실을 경험했다. 그러나 백분율로 볼 때 뉴욕의 손실은 전국 평균치를 훌쩍 웃돈다. 국가 경제가 회복됐다지만 뉴욕은 아직도 일자리 손실을 만회하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물론 관광업과 출장 여행이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 부분적 이유다. 타임스스퀘어는 오미크론이 닥치기 직전에야 비로소 이전의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보다 큰 이슈는 뉴욕의 경제적 다양성 부족이다.



뉴욕시의 경제적 부를 견인하는 동력은 현지에서 생산한 것을 다른 곳에 판매하는 이른바 ‘수출 부문’에서 나온다. 지역 경제의 기초 부문이라고도 불리는 수출 부문은 일반적으로 수입을 확대하는 승수효과를 낸다. 커뮤니티의 기본 산업 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은 현지의 요식업체·상점·체육관 등으로 흘러들어가 이들을 지탱하는 젖줄이 돼준다. 한마디로 뉴욕시의 기초 부문이 지역 경제의 초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뉴욕시의 크기에 비해 이곳의 무역 부문은 대단히 협소하다. 하버드대 교수인 에드 글레이저의 지적대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뉴욕시는 단일 산업 도시다. 뉴욕이 세계의 여타 지역에 판매하는 것은 금융 서비스가 전부다.

고용 수치만 보면 헛다리를 짚기 십상이다. 금융과 보험 산업 종사자는 뉴욕시 전체 근로자의 8%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은 도시 전체 수입의 20%, 기본 부문 소득의 거의 전부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 같은 단일 산업 경제가 지니는 문제는 단일 산업체의 기반이 약화될 경우 반드시 큰 탈이 난다는 점이다.

뉴욕시가 지닌 문제의 특이점은 여러 면에서 수출 부문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은 대량 이탈 없이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 중단된 한 가지 일은 직원들의 출퇴근이다. 금융업은 별문제 없이 온라인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업종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금융업 근로자들은 점심식사를 사러 나가지 않는다. 다운타운에서 쇼핑을 하거나 외식을 하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승수 감소보다 무역 부문의 축소가 뉴욕시의 신속한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인 셈이다.

그렇다면 뉴욕시가 경제 다양성을 상실한 이유가 무얼까. 월가의 막강한 구매력과 이 분야 종사자들이 시 정부의 구역별 용도 지정(zoning·조닝)과 건축 규제로 인해 크게 제한된 주택 재고를 놓고 충돌을 일으킨 것이 부분적이지만 확실한 이유다. 이로 말미암아 뉴욕시는 부유한 금융업자와 직간접적으로 그들의 필요에 봉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주거비를 감당하기 버거운 도시가 돼버렸다.

여기서 블루 아메리카 전체의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본론으로 돌아가자. 사실 뉴욕시는 하나의 본보기에 불과하다. 지저분한 산업에 뒷마당을 내어줄 수 없다는 뉴요커들의 강한 님비 의식 역시 이 거대한 글로벌 도시를 단일 산업 타운으로 만드는 데 손을 보탰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블루 시티인 뉴욕시를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적 혼란에 유달리 취약한 도시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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