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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용 사탕발림에 나라 멍들어…대통령 권한 70~80%만 써야” [청론직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차기정부 최대 과제는 통합…타협 위한 ‘공동정부’ 기대

다음 대통령은 권력 남용하지 말고 전문관료 활용 필요

獨슈뢰더처럼 정치적 손실 감내하고 노동개혁 추진해야

文정부, 경제 정책에 정치·이념 개입시키고 저조한 성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 통합”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부디 권한을 절제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권욱 기자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막파가식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고 있어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선거 승리를 위해 사탕발림만 하고 국민이 원하면 다 해줄 것처럼 행동한다면 결국 나라를 멍들게 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차기 대통령에게 “대통령에게 허용된 권한을 100% 다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심 없는 전문가를 잘 활용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여야 어느 쪽이 이기든 이번 대선 후에 극심한 정쟁과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면서 “연정을 통한 타협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자신이 출간한 책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을 소개하며 “이제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정파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의 시대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변화와 갱신이다. 요즘 눈앞에 펼쳐지는 대선 과정을 보면 국민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실망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 만연한 대립과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 정치 본연의 역할인데 되레 정치가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정치권이 변화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갱신이 이뤄져야 사회 각 부문의 변화가 가능하다. 정치의 갱신을 통해 우리 사회가 대립과 갈등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독점과 이기적 탐욕에서 나눔과 상생으로 전환되기를 바란다.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최우선 과제는 사회 통합이다. 사회 각 부문의 여러 갈등을 잘 봉합해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 통합은 말로만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진정한 노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차기 대통령에게 꼭 한 가지만 당부한다면.

△대통령에게 허용된 권한을 100% 다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70~80%만 행사하되 나머지 권한을 사심 없는 전문 관료들에게 넘겨주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총리와 장관 등에게 권한을 위임해 겸손한 자세로 충분히 소통하면서 국정을 운영하라고 권하고 싶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동안 어려움을 겪고 성공적인 지도자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최대 원인은 권한을 100%를 뛰어넘어 120%, 130% 사용한 데 있다. 대통령이 비대해진 권력을 남용한 결과 정권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차기 대통령은 부디 권한을 절제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 통합”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부디 권한을 절제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권욱 기자


-대선을 앞두고 정권 교체 여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 정부의 약속들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있었을 텐데 그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생겨 정부의 약속 이행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현 정부에서 사회 전반의 갈등과 분열·대립이 증폭돼 국민의 실망이 컸다. 국민 통합으로 국력을 결집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부족했고 편 가르기를 용인하는 잘못까지 범했다.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서 소통은 없었고 독단이 심했으며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려는 자세도 결여됐다.

-야권 후보 단일화와 범야권 공동 정부 또는 연립정부 구성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대립·갈등의 정치 극복과 타협·대화의 정치 정착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분열하는 정치보다는 연합하는 정치가 바람직한 방향이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에도 협력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양자 간 공동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공학적 접근을 떠나 범야권 연립이든 여야 연립이든 협력을 지향하는 정치가 시대 정신에 부합한다고 본다.

-최근 독일 총리들에 대한 책을 펴냈는데 전하려는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

△독일이 경제 부흥과 민족 통일을 이루고 통합과 번영의 길을 걷는 비결은 협치를 중시하는 정치의 힘이었음을 알리고 싶었다. 역대 독일 총리들은 한결같이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했고 그 과정에서 설령 자신에게 정치적 손실이 발생해도 흔쾌히 감내했다.

-정치인이 정치적 손실을 감내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하르츠 개혁을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대표적 사례다. 1998년 집권한 그는 ‘유럽의 병자’로 전락한 독일의 경제 부흥을 위해 고용 유연성 확대, 기업 감세, 실업수당이나 연금 축소 조정 등을 담은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우파적 개혁 조치들은 자신이 속한 사민당과 지지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결국 슈뢰더는 정권을 잃었다. 우리도 노동 개혁과 연금 개혁 등 미래의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정치적 손해를 감내하고 결단하는 정치를 보여줄 때가 됐다. 하지만 요즘 대선을 보면 그 반대로 포퓰리즘이 횡행하고 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 통합”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부디 권한을 절제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권욱 기자


-대선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선이 끝나면 상당한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여소야대 정국이 상당 기간 지속되고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비협조로 정치적 혼란이 커질 수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승리에 도취한 여권의 독주가 이어지고 이에 대해 야당과 일부 국민들이 격렬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 이후 정치 혼란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타협과 협치의 정치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독일식 연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연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거국내각을 구성해 정파와 관계 없이 유능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발탁하는 통합의 정치를 펴야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의 한국 정치 풍토에서 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독일식 연정이 당장은 아주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계속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상하다 보면 연정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결국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변화가 극심하고 생각하지 못한 복잡한 문제가 터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국가 위기에 대비해 국민 통합을 위해 정치가 힘을 모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통합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개인의 권력만을 추구할 것인가. 새 대통령이 스스로 선택해야 할 문제다.

-대선 이후 바람직한 경제정책 방향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중첩돼 세계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차기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으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기업과 개인의 창의성과 자유를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해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생존 가치가 낮은 기업들이 제때 도태되지 않고 정부와 금융권에 의존해 생명이 연장되는 바람에 발생하는 경제·사회적 악영향이 작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합리적인 기업 구조조정으로 우리 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탈바꿈시키는 일도 시급하다.

-노동 개혁을 위해 차기 정부가 명심해야 할 점은.

△노동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당면 과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고용 시스템을 서둘러 정비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 미래 세대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고용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세대 간 갈등은 더 격화할 수밖에 없다. 노동 개혁을 위해서는 노사정 대타협이 가장 바람직하다. 노사 간 균형이 전제돼야 대타협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노동계를 선(善)으로, 사측을 그 반대인 것처럼 여기면서 정책을 펴기도 했다. 정부가 노사 어느 한 쪽으로 편향된다면 노동 개혁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다음 정부는 이 점을 명심하고 노사에 대해 균형적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2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 통합”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부디 권한을 절제해서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권욱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 정부의 경제 목표는 이상적이었고 출발은 선의였으며 의욕은 대단히 앞섰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나 디테일에서는 미흡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성과도 당초 기대에 비해 저조했다. 나라 안팎의 사정이 서로 얽혀 경제 문제가 복잡다기하기 이를 데 없는데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한 것이 현 정부의 문제였다. 경제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 정치적·이념적 요소가 때때로 개입된 것은 잘못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말 특별사면에서 제외됐는데.

△이 전 대통령은 고령에 지병까지 있으므로 잘잘못을 떠나 속히 사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이 전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서 평가할 대목이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가장 빠르게 성공적으로 극복했고 한국에서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2012년 핵 안보 정상회의 등 중요한 국제 행사를 주최해 국가의 위상과 국민의 사기를 높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남아프리카 더반에 캠프를 차리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을 직접 설득했고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때도 기업인 출신 특유의 강한 추진력으로 성과를 냈다. 그런데도 이런저런 사연으로 이 전 대통령이 저평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새해 들어 북한이 다섯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핵 문제는 우리 안보에 아주 심각한 위협이다. 한반도의 핵 위협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이 한미 동맹 강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준다면 좋겠지만 그런 역할을 중국에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에 대한 지나친 저자세도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He is…

1948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1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지법원장과 대법관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감사원장을 거쳐 국무총리에 올랐다. 법관 재직 중 독일 마르부르크대에서 공부했고 2014년 독일 정부로부터 대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현재 안중근의사숭모회와 호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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