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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한점이 1조의 가치 …말레비치의 예술을 보다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展

1910~20년대 러시아 혁명적 미술

세종문화회관서 49명의 작품 선봬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1915년작 '절대주의'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하얀 정방형 캔버스 위에 그린 검은 색 정사각형. 러시아의 화가 카지미르 말레비치(1878~1935)는 1915년 ‘검은 사각형’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선보이며 ‘절대주의’를 선언한다. 회화가 현실 세계의 어느 것도 재현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 말레비치는 극단적이고 절대적 순수의 상태인 기하학 형상으로만 작품을 구현하는 ‘절대주의’의 창시자가 됐다. 모스크바 트리치아코프미술관이 소장한 절대주의 최초의 작품 ‘검은 사각형’의 가치는 약 1조 원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말레비치는 어찌하여 무(無)에 가까운 절대주의에 도달하게 됐을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관에서 한창인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전은 1910~20년대 러시아의 전위적 예술운동이 어떻게 추상에 도달했고, 현대 디자인과 한국미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더듬는 여정과도 같다. 러시아의 미술기획자 안드레이 마르티노프와 김영호 중앙대 교수가 공동 예술감독을 맡아 바실리 칸딘스키 등 49명의 러시아 미술가의 작품 75점을 선보였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미술관 등 4개 기관의 소장품이 어렵사리 한 자리에 모였다.

미하일 라리오노프의 1912년작 '유대인 비너스'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혁명적’이었던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의 시작은 의외로 우리 눈에 친숙하다. 첫 전시작은 프세볼로트 울리아노프의 1917년작 ‘붉은 말들’. 불꽃 같은 색의 말 8마리가 갈기를 휘날리며 날아오르는 장면인데, 말 엉덩이 부분에 만(卍)자가 보인다. 훗날 나치가 차용한 문양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김영호 교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미술은 유럽을 여행하거나 유학을 다녀온 화가들이 프랑스 등 현지 실험미술을 그대로 받아들여 인상주의·원시주의·상징주의로 흡수한 것”이라며 “그 이전의 화가는 신화·영웅·종교 주제를 위한 시녀 역할이었으나 인상주의를 접한 이후 점·선·면의 형태와 물감의 질감이 물씬 풍기는 ‘그림의 맛’에 집중하며 화가 자신의 심리와 정신을 드러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럽 화풍은 러시아 특유의 감각으로 빛을 표현한 ‘광선주의’와 원시성을 재해석한 ‘신(新)원시주의’로 발전했다. 미하일 라리오노프의 ‘유태인 비너스’는 유럽의 이상적 미인이 아닌 자연과 대지의 여신처럼 보인다. 옆으로 누운 풍만한 여인의 종아리에는 스타킹을 신었다 벗은 고무줄 자국까지 선명하게 남아 생명력을 드러낸다.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스탈린 집권 이후 퇴폐미술로 낙인 찍혀 종적을 감췄다. 냉전의 장막에 가려진 채 미술관 수장고에 60년 간 갇혀있던 셈이다. 이후 소련이 해체된 1990년대부터 러시아 미술에 대한 뒤늦은 연구가 시작됐다.

바실리 칸딘스키의 1917년작 '즉흥 No.217 회색타원'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제 4전시실, 칸딘스키와 말레비치의 작품들이 마주보며 교감하는 방이다. 추상미술의 선구자이자 ‘뜨거운 추상’으로 통하는 칸딘스키는 ‘즉흥’ ‘인상’ ‘구성’의 3가지 연작으로 유명한데, 전시장에는 ‘즉흥’ 시리즈 3점이 선보였다. ‘차가운 추상’으로 알려진 말레비치의 1915년작 ‘절대주의’는 보험가액만 160억원인 이번 전시의 최고가 작품이다. 김 교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퇴폐 예술로 낙인이 찍혔으나 50년 뒤 미니멀아트로 부활한 역설적 창조의 예술”이라며 “바우하우스를 거쳐 현대 디자인과 한국의 추상미술, 단색화의 탄생에도 영향을 끼쳤기에 오늘날 우리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4월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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