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초점] "달라진 제작 환경"이라던 '태종 이방원', 시대 역행 동물 학대

/ 사진=KBS1 '태종 이방원' 촬영 장면




"달라진 제작 환경"을 장담했던 '태종 이방원'이 시대를 역행하는 촬영 기법으로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동물단체들은 KBS를 향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면서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고, 시청자들과 연예인들도 이번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등 동물단체는 21일 "이번 KBS 낙마 사건을 통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 '태종 이방원'을 폐지하고 정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 공영방송이 끔찍하게 동물을 학대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동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KBS를 동물보호법 상 동물학대 치사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태종 이방원'의 동물 학대 논란은 지난 19일 동물자유연대가 낸 성명서를 통해 불거졌다. 동물자유연대는 극 중 7회에서 이성계(김영철)가 타고 가는 말의 몸이 90도로 들리며 머리부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고 지적했다. 이후 동물자유연대는 당시 촬영 현장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강제로 고꾸라져 바닥에 쓰러진 말은 엄청난 충격을 받고 한참 동안 쓰러져 움직임이지 않는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도 말의 안위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해당 말은 결국 촬영 이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KBS는 20일 이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KBS는 "낙마 장면 촬영은 매우 어려운 촬영이다. 말의 안전은 기본이고 말에 탄 배우의 안전과 이를 촬영하는 스태프의 안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말이 스스로 일어났고 외견상 부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뒤 말을 돌려보냈지만 촬영 후 1주일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KBS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며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태종 이방원' 포스터 / 사진=KBS


KBS의 사과에도 시청자들은 KBS 홈페이지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을 통해 드라마 폐지를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배우들도 해당 사고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고소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동물자유연대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너무해요. 불쌍해"라고 했다. 김효진 역시 "정말 끔찍하다. 스턴트 배우도 하루빨리 완쾌하길 바란다"며 "촬영장에서의 동물들은 소품이 아닌 생명"이라고 호소했다. 배다해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디어에서 이뤄지는 동물 학대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청원 부탁드린다"며 청원 링크를 첨부했다.

'태종 이방원'은 KBS에서 5년 만에 내놓은 대하 사극이다. 지난해 12월 10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는 김의철 사장이 직접 등장해 "KBS는 시청자들의 요청해 부흥해 오랜 준비 끝에 대하 사극을 선보이게 됐다"며 "대하 사극 명가의 이미지를 회복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야심 차게 준비했다던 대하 사극이 방송 약 한 달 만에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연출을 맡은 김형일 감독은 5년 만에 대하 사극이 재개된 만큼, 달라진 제작 환경에서 촬영이 진행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발달된 제작 기술이 다르더라. 대하 사극을 새로 시작한 의미는 앞선 드라마의 반복이 아니라, 질적으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장담과는 다르게 '태종 이방원'의 제작 환경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와이어를 사용해 말을 고꾸라뜨리는 촬영 기법은 미국에서 이미 1939년 이후로 금기화됐다. 이런 기법이 2022년 공영방송에서 버젓이 사용된 것. CG로 충분히 촬영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벌어진 사고여서 더욱 공분을 샀다.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태종 이방원' 관계자는 서울경제스타에 "22일, 23일 방송은 결방된다"고 밝혔다. 사면초가에 빠진 '태종 이방원'의 결방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관련태그
#태종 이방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