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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이름으로 경영간섭 정당화…외국계 헤지펀드 표적 불보듯"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반발 확산…우려 쏟아진 정책토론회

대표소송, 주주가치 개선 아닌 위협…주식매각이 되레 효과적

현행 지침 시행도 전에 대표소송 결정 주체 바꿀 이유 없어

수탁위, 자문기구로만 활용하고 소송땐 실익검증 철저해야

경영자총협회와 상장사협의회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경제 단체들은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결정 권한을 수탁위에 일임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국민의 노후 자금으로 주주 노릇을 하면서 국민의 이름으로 경영 간섭을 정당화한다면 이것이 바로 ‘연금 사회주의’가 아니겠습니까.”

경제계와 학계는 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강화 방안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2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주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이나 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기업의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국제적 망신이 될 뿐만 아니라 외국계 헤지펀드들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진단이다. 최 교수는 “왜곡된 수탁자 책임론에 기초해 지속적으로 경영권 간섭을 시도하고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면 결국 국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면서 “국가가 운영하는 연기금이 연금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비난을 자초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도 정부의 영향력 하에 있는 국민연금 대표소송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주주권 행사의 하나로 대표소송은 주주가치를 실질적으로 개선시키기 어렵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에 대한 가장 위협적인 규제가 될 뿐”이라며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실질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대표소송보다 ‘월스트리트룰’을 적용해 투자 기업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안했다. 대표소송으로는 오히려 호재 없이 경쟁 기업의 주가만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소송 결정 주체를 보건복지부 산하 자문 기구에 불과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로 바꾸려고 한다는 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노동·시민 단체 추천 위원에 위원회 구성이 편중된 수탁위가 대표소송 결정을 전담하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지침 개정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공단 내 전문적인 기금 운용 조직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 추천 위원으로 편중된 위원회로 변경하는 것”이라며 “현행 지침대로 시행도 해보지 않고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세계 주요 연기금 중 정부의 직접적 영향력 하에 있는 연기금은 국민연금이 유일하고 노동·시민사회단체에 의한 기업 경영 개입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도 “대표소송 결과로 책임을 지는 주체는 결국 기업의 주주와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이라며 “수탁위는 구조적으로 전문성과 독립성 등이 부족해 기금 운용 안정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여론이나 정치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이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과 주주권 행사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거버넌스 정립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권한과 책임의 일치’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우용 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수탁자 책임 활동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담당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기금위가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고, 수탁위는 자문 기구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대표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 요건 및 실익 검증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이사 등의 고의에 의한 행위 △회사에 대한 중대한 손해 발생 △이사 개인에 이익 귀속△이 사실이 판결 등을 통해 확정될 것 등의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부회장은 “실제 소송에서는 ‘손해의 공평 타당한 분담’을 명목으로 법원이 손해액을 직권 감액하기 때문에 적어도 청구 가능한 손해배상액에 국민연금의 지분율을 곱한 금액이 소송 관련 비용보다 월등히 커야 실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손해배상의 대상이 회사가 아닌 의사 결정을 내린 이사라는 점도 지적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국민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국민연금인데 소송을 제기하면 기업에 타격이 불 보듯 뻔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수탁위 특성상 주주대표소송을 지렛대 삼아 기업을 압박할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기중앙회 관계자도 “실제 소송 진행과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수탁위가 소 제기 여부를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며 견제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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