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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탈모 치료 건보 적용이 포퓰리즘인 이유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

모발이식·가발까지 급여화 땐

건보 재정부담 상상 초월할 것

재정 파탄 촉발 시작점 될수도





연초부터 탈모 치료가 정치적 관심사로 등장했다. 심지어 가디언과 CNN 등의 유력 외신들도 이를 일제히 보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됐으니 이것이 좋은 일일까 아니면 한심한 일일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정치가 포퓰리즘에 포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동영상을 통해 “이재명은 심는다”라고 선언했다. 이것은 탈모로 고민하는 분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로 읽혔고 지난 14일 민주당은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을 대선 공약으로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이 후보는 재정 부담과 관련해 연간 700억~800억 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말을 종합하면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은 국민의 필요에 응답하는 공약이고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므로 별문제가 없을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뿐더러 포퓰리즘 정치의 전형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자.



첫째,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에 연간 700억~800억 원이 든다는 이 후보의 발언은 “이재명은 심는다”는 자신의 선언에 비춰볼 때 거짓말에 가깝다. 민주당이 1,000만 탈모인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 적용으로 탈모인의 30%인 300만 명이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1조 원(약값으로 1인당 연간 36만 원 가정) 내외의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된다. 치료제의 급여화 과정에서 약가를 인하한다고 해도 추가되는 진찰료·처방료·조제료 등을 고려하면 재정 부담은 1조 원을 넘나들 것이며 여기에 더해 모발이식과 가발까지 급여화한다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둘째, 탈모 치료의 급여화는 같은 범주에 속하는 미용성형·피부과 영역의 각종 처치와 치료도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해야 한다는 정치·사회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외적으로 공인된 건강보험의 목적은 생명·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된 부상·질병의 치료(예방의 일부 포함)를 보장하는 것인데 이 후보는 ‘신체의 완전성’ 보장을 명분으로 미용성형·피부과 영역에 속하는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화를 공약했다. 그런데 이는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탈모 치료의 급여화라는 건강보험 저수지 둑의 작은 구멍은 얼마 지나지 않아 튼 구멍으로, 마침내 저수지 둑이 붕괴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포퓰리즘 공약으로 국민건강보험법과 하위법령이 정한 급여화의 절차가 훼손된다. 가령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효성·안전성을 인정받고 시판이 허용된 신약은 비급여로 투약되는데 급여화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신약의 비용·효과를 검토한다.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의결 절차를 거쳐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탈모 치료제의 급여화와 같은 포퓰리즘 공약은 법령이 정한 제도적 절차를 왜곡한다. 이는 마치 성적 나쁜 수험생을 합격시키려고 성적 좋은 사람을 불합격시키는 것과 유사한데 이렇듯 포퓰리즘 공약의 위력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어기는 것은 ‘권력형 불공정’에 가깝다.

급속한 고령화로 건강보험 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신약의 급여화가 지체됨에 따라 암 등의 중증 질환자들은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분들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선거용 포퓰리즘에 몰두하는 정치는 결코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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