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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실책이 업적으로 둔갑하는 세상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시장 역행 겹규제로 집값 불 지르더니

"최고 수준 주거망 복지 구축" 자화자찬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고용 줄었는데

"일자리 양과 질 모두 개선됐다" 홍보

정책 부작용 인정하고 해법 찾아야





며칠 전 아파트 우편함에서 ‘문재인 정부 경제 분야 36대 성과’라는 책자를 발견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니 일자리·부동산 등 누가 봐도 실책이 분명한 정책들이 모두 문재인 정부의 성과로 둔갑돼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확실한 실책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고의 경직성이야말로 경제정책이 실패한 근본 원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표적 실패 사례가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 파동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특목고가 폐지되고 그 여파로 강남 8학군의 인기가 재연될 것이라는 기대로 시작됐다. 이어 정부는 재개발을 억제하는 대책을 긴급히 발표했으나 그 결과는 정책 당국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재개발 규제로 인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강남은 물론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아파트 분양가상한제를 실시했고 이 역시 신규 분양 아파트 경쟁률의 급등과 인근 아파트 가격의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 전세와 월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에 정부는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로 이른바 ‘전월세 3법’을 강행했으나 그 결과 역시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전월세 3법으로 전월세 공급이 급감하자 가격이 오히려 급등한 것이다. 다급해진 정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인상해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려 했고 그 결과는 현재도 진행 중인 이른바 ‘세금 폭탄’이다. 아파트 가격의 폭등과 세금 폭탄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집권당의 참패로 이어졌고 다가오는 대선에서도 수도권 지역에서 집권당이 득표하는 데 있어 결정적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서 언급한 책자는 부동산 정책을 “역대 최고 수준의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촘촘한 주거 복지망을 구축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 두 번째 대표적 실패 사례는 일자리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청와대에 ‘일자리위원회’를 설치·운영했고 대통령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도 만들었다. 경제정책의 초점을 일자리에 둠으로써 성장과 분배 모두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역시 실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일본 등은 구인난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청년이 구직난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라고 하겠다. 일자리 정책 실패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가 집요하게 주장한 이른바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이윤 주도 성장’ 이론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서 명칭을 ‘임금’에서 ‘소득’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 대다수는 생산성 증가를 초과하는 임금 상승은 기업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해 성장에 오히려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현실로 입증됐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많은 기업에서 경영 악화와 이로 인한 고용 감소로 나타났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조·반(反)기업 정책은 기업의 해외 이전과 신규 고용 기피로 이어짐으로써 오히려 고용 감소를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동산 정책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정책의 실패 역시 시장 원리를 무시한 정책 추진의 필연적 결과라고 하겠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책자는 “일자리의 양과 질이 모두 크게 개선됐다”고 언급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면서 집권당은 부동산 정책은 물론 일자리 정책의 실패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결과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실패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의 70% 정도는 시장 원리로 풀고 나머지 30%만 정부의 개입으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은 기업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제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과 일자리 정책의 실패 사례를 계기로 경제정책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인식이 크게 변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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