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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군 전투복 국산화에 거는 기대

김기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 북한과 대치하면서 우리는 생존을 위해 국방 예산을 계속 늘려 왔다. 최신형 전투기, 전차, 잠수함, 미사일 등 첨단 무기 체계 구축과 기술 개발에 투자한 결과 우리는 세계 6위의 국방력을 보유하게 됐다. 하지만 군 장병의 전투력과 관련된 피복·장비·물자 등을 지원하는 투자는 아직도 미흡하다.

올해 국방부 예산 54조 6,000억 원 중에서 군 피복류의 비중은 1.2%인 6,800억 원이다. 이는 50만 군 장병에게 전투 환경에 적합한 고품질·기능성 군 피복류를 공급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군 전투복은 최저가 입찰을 통해 값싼 동남아시아 등의 소재를 사용해 납품되기 때문에 품질이 낮다. 국내 아웃도어 업체가 개발한 다양한 기능성 소재가 장착된 방한용 외투 등은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에 수출되고 있지만 생산 단가가 높아 최저가 입찰제하에서 군 장병의 피복·장구류 제조에는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히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입산 섬유 원자재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지난해 국방부는 수입산 대신 국산 소재 전투복 생산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 ‘전투복 국산 소재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섬유 패션 업계가 오랫동안 염원했던 이 사업은 성공리에 마무리됐고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군 장병용 피복류의 국산 소재 사용 확대 등을 포함한 ‘군 피복류 개선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이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던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유관 협회들은 이 같은 계획을 지지하면서 우수한 국산 섬유 소재로 고품질의 전투복 등을 제작·보급해 군 장병의 전투력 향상에 기여하겠다며 호응했다. 아울러 군 피복 조달 과정에서 공정하게 경쟁하고 민간의 첨단 기술을 군복 등에 접목해 군수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는 자발적 협약서도 체결했다.

군 피복의 완전 국산화를 위한 예산은 국내 섬유 생산 기반이 꾸준히 유지되는 데 결정적인 효자 역할을 할 것이다. 우수한 국산 소재 전투복은 장병의 사기는 물론 전투력을 향상시킨다. 업계는 안정적인 국방부 수요를 바탕으로 남아 있는 방직 설비를 국내에 유지시키고 추가 투자와 혁신을 도모할 수 있다.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전투복 수의계약 제도를 축소하고 중소·중견 기업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건전한 납품 경쟁 풍토를 마련하려는 국방부의 계획은 섬유 패션 산업의 국내 생산 기반을 든든하게 지지할 버팀목이다. 국내에 방직 설비가 유지돼야 글로벌 공급망 애로 상황에서도 전쟁 필수품인 전투복의 국내 조달이 가능하다.

군 전투복은 공공조달 협정상 안보 예외 품목으로 국산 소재 사용을 위한 예산 지원은 통상 이슈가 될 우려가 없다. 다만 업계는 부단히 혁신하면서 정부 지원이 없어도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갖춘 우수한 소재를 하루빨리 생산해야 한다. 미래의 주역인 우리 장병들이 땀 흡수가 안 되는 운동복과 발수가 안 되는 베레모를 더 이상 지급받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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