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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어떤 임명 보도자료

송주희 문화부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배포된 보도 자료가 공개돼 있다. 검색란에 ‘임명’을 치면 문체부가 그간 단행한 주요 문화·예술 단체 관계자 임명과 각 인물의 이력, 선임 배경 등이 나온다. 이미 지나간 인사(人事)를 굳이 검색하게 된 것은 지난 11일 받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임명 보도 자료 때문이었다.

문체부는 산하 기관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에 최정숙 전 숙명여대 겸임교수를 임명했다. 안타깝게도 언론에 배포된 짧은 자료에서는 오케스트라 운영과 관련한 신임 대표의 전문성을 읽어낼 수 없었다. 최 대표를 설명하는 내용은 600자 중 150자 남짓으로 이마저도 한 ‘성악가’의 학력과 교수·이사로서의 경력뿐이었다. 나머지는 지난해 선임된 외국인 예술감독과 코리안심포니를 소개하는 글이었다. 충실히 채워 넣지 못한 빈틈으로 ‘황희 문체부 장관과의 친분이 작용했다’는 낙하산 의혹이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문체부가 낸 이전의 다른 보도 자료는 어땠을까. 11일에 냈던 자료처럼 당혹감을 선사하는 부실한 문서도 있지만 대부분 인물의 주요 경력과 그간의 성과를 함께 내세우며 당위성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한 예술 단체 단장의 임명 보도 자료를 보면 이력은 기본이고 ‘12인의 인사 자문단을 구성해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 임명했다’며 인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어필한다. 또 다른 단체의 단장 겸 예술감독 재임명 자료에는 유료 객석 점유율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까지 제시하며 ‘왜 이 인물이어야 하는지’를 설득한다.



물론 누군가의 이력이 특정 직책의 적합성을 모두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이 곧 둘 사이의 연결 고리가 부실하거나 전무(全無)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최 신임 대표의 경우 성악가 출신이라는 점 외에 오케스트라 운영과 공연 기획, 예술 행정 등의 경험은 없다. 그럼에도 황희 문체부 장관은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단체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임명 이유를 밝혔다. 아무리 모든 인사 보도 자료에 ‘복붙’처럼 들어가는 상용구라지만 황 장관은 어떤 부분을 보고 ‘전문성’을 운운한 것일까.

장관과 임명 당사자는 ‘아직 보여준 것도 없는데 너무한다’며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잠재력과 가능성을 기대할 최소한의 레퍼런스도 없이 마냥 행복 회로를 돌릴 만큼 상황이 한가하지는 않다.

장기 비전으로 이제 막 첫 삽을 뜬 사업부터 다른 단체의 공개 반발이 시작된 명칭 변경에 이르기까지 올 한 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코리안심포니다. 오케스트라의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이에 기반한 행정력이 발휘돼야 할 시점이다. 정권 말 알 박기와 이를 똑 닮은 부실한 보도 자료에선 그 절박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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