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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ESG 범위' 확대…"수탁위, 기업 저승사자 될 판"[뒷북비즈]

주주권 행사범위에 기후변화 등 추상적 개념 수두룩

'상근 3인·비상근 6인' 수탁위 구성…기업들에 불리

탄소 배출 많은 철강·석유화학 기업 등 '좌불안석'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수탁자 책임 활동의 범위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가 있는 기업’으로 대폭 확대하면서 추상적인 기준으로 무분별한 주주권 행사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민연금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위는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의 대상을 ‘ESG 리스크가 있는 기업’으로 확대한다.

수탁위는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의 대상을 배당 정책, 임원 보수 관련 사안에서 모든 중점 관리 사안으로 넓힌다. 동시에 중점 관리 사안 ESG 기준을 ‘ESG 등급 2단계 하락’에서 ‘ESG 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한다.



기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기업의 배당 정책, 임원의 과도한 보수 등으로 한정됐다. 말 그대로 ‘경영과 관련이 없는(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이다. 그러나 수탁위는 이번 지침 개정을 통해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 △지속적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 △정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결과가 하락한 사안 등으로 주주권 행사 범위를 넓히고자 한다. 재계와 학계는 이 같은 주주권 행사 범위의 확대는 ‘기업 흔들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수탁위는 정기 ESG 평가 결과가 하락한 사안의 기준을 ‘ESG 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 하락해 C등급 이하에 해당할 경우’에서 ‘산업안전·기후변화 관련 리스크 등에 노출도와 취약성이 높아 그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로 변경한다.



이 같은 기준 변경으로 인해 국민연금이 주주로 있는 대부분의 기업이 사실상 주주권 행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ESG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중점 관리 사안 기준이 추상적으로 바뀌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대부분 기업이 그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만 300개 사에 달하는데 대부분 기업에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탁위는 비경영 참여 주주 제안을 통해 임원 선·해임, 정관 변경, 회사의 합병과 분할, 해산 등을 제외한 안건에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수탁위는 우선 중점 관리 사안이 발생할 경우 비공개 대화를 진행하고 이후 공개 면담을 실시한다. 만약 대화·면담을 통해 사안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주주총회에 안건을 상정하거나 공개서한을 보낼 수 있다.



수탁위가 주주 제안 대상을 확대한 것은 기존의 ‘ESG 등급 2단계 하락’ 기준으로는 적극적인 기업 관리가 불가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20년 110개 기업을 대상으로 137통의 서신을 발송하고 88회의 면담을 시행해 총 225회의 기업과의 대화를 시행했다. 이 중 ESG 등급 하락을 주제로 서신을 발송한 사례는 2회, 면담한 사례는 3회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수탁위의 구성이다. 수탁위 구성이 사측에 불리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수탁위는 3인의 상근위원과 6명의 비상근위원으로 구성된다. 사용자와 근로자·지역가입자가 각각 3명씩 추천해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사측이 3명으로 구성되는 만큼 기업 오너 리스크 등이 불거지면 국민적 여론에 따라 논의가 휩쓸릴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주 권익 침해와 기업가치 훼손 사안의 경우 주로 오너 갑질이나 공정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주주권 행사 범위 확대를 통해 기업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탁위는 ESG 관련 수탁자 책임 활동이 필요한 대상으로 ‘탄소배출권거래제와 목표관리제 기업 중 배출량 상위 기업’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탄소 배출량 상위 20개 기업은 한국전력 자회사 5개 사(한국남동·동서·중부·서부·남부발전)와 GS동해전력·한국지역난방공사·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모두 철강·시멘트·석유화학 기업이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온실가스배출량 1위·7위를 기록했고 쌍용C&E(9위), 삼표시멘트(16위), 성신양화㈜(20위) 등 시멘트 기업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에쓰오일(10위), LG화학(11위), GS칼텍스(12위) 등 석유화학 기업들도 수탁위의 개입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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