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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전미경제학회(AEA)서 알아야 할 10가지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이슨 퍼먼(윗줄 오른쪽) 하버드대 교수를 비롯한 이코노미스트들이 경제현안을 다루고 있다. /중계화면 캡처




‘3분 월스트리트’입니다. 7일(현지 시간)부터 9일까지 전미경제학회(AEA) 2022년 연례총회가 열렸는데요. 전미경제학회는 매년 초 미국의 내로라하는 석학들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한 데 모여 올해 미국 경제를 전망하고 재정·통화정책의 방향을 짚어보는 자리입니다. 단순히 성장률이 얼마다, 올해 증시가 얼마나 오르냐 이런 식이 아니라 큰 틀의 방향을 짚어보고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과 리스크 요인 등을 짚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이코노미스트들끼리 경제학적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인데요.

오늘은 3분 월스트리트가 없는 날이지만 미국 경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10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이 멘트들만 읽으셔도 AEA 총회의 핵심은 거의 다 보신 것과 비슷할 겁니다.

① “미국의 재정·통화정책이 너무 느슨하다. 미국은 제한속도를 넘어 과속하고 있다. 상당히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래리 서머스 전 재무)

② “테일러 준칙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말에 기준금리가 2%여야 한다. 올 연말에 인플레가 2%로 내려오더라도 (준칙상) 금리는 3%가 넘어야 한다. 연준이 상당히 뒤처져 있다”(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③ “올해 근원 PCE가 3~4%일 확률이 35%로 가장 높다”(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올 물가는 3.5~4.5%. 연준은 기준금리가 2.5%가 될 때까지 0.25%포인트씩 계속 올려야 한다”(욘 스테인손 UC버클리)

④ “코로나가 끝나도 인플레는 높을 것이다. 세계여행과 외식, 유흥 수요가 폭발할 것이다”(퍼먼+스테인손)

⑤ “실업률이 3.9%까지 내려와 이제는 총수요를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올해 긴축을 해도 효과가 나려면 시간 걸린다”(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⑥ “중앙은행들은 기로에 서 있다. 인플레가 높지만 증시 등 자산가격이 너무 높고 부채급증에 따른 이자부담 많다. 미국 연방정부의 이자상환 부담도 급증한다. 쉽지 않다”(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⑦ “코로나로 재정정책의 중요성이 입증됐다. 재정확대의 공감대가 생겼다. 백신·과학기술·보건·인프라 등에 지속 투자해야 한다. 부채 많은 신흥국 중심으로 ‘서든 스톱’ 우려가 있긴 하다”(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⑧ “폴 볼커가 인플레와 싸웠을 때는 상대적으로 쉬웠다. 지금은 부채가 많고 자산가격이 높다. 신흥국은 미국 금리인상에 어려움 겪을 수 있다”(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⑨ “대차대조표 축소는 강력한 도구이며 금리인상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으나 사용 경험이 적어 신중해야 한다”(다수 전문가)

⑩ “3,500억 달러 양적긴축은 1차례 금리인상과 같은 효과를 낸다. 양적긴축은 테이퍼링과 수준이 다르며 상당한 변화다”(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 천재 경제학자로 불리는 그는 27살에 하버드대 교수가 됐고 재무장관과 하버드대 총장을 역임했다. 백인남성 위주의 미국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위키피디아


이제 하나씩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①과 관련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인플레이션 논쟁을 주도해온 인물입니다. 그의 말대로 고인플레가 지속하고 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오판을 했지요. 서머스 전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중립 실질금리가 -1%라고 가정해도 우리는 -3%에 가까운 실질금리를 갖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봐온 것 중에 가장 느슨한 통화정책이며 가장 느슨한 재정정책이 겹쳤다”며 “내가 보기에 우리는 경제를 지속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지나 목적지에 갈 때 최적의 속도가 있는데 너무 천천히 운전하면 빨리 도착하지 못하지만 과속하면 사고가 멈춰서게 된다. 결국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2~3년 간 인플레에 대해 비관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도 했고 4% 기준금리가 나오기 어렵다는 게 놀랍다고 할 정도였는데요.

특히 서머스는 회의에서 재정확대와 적절한 통화정책의 뒷받침을 주장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에게 모르면 좀 배워라는 식으로 면박을 줬습니다. “내 친구 조가 신중한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는 인플레가 일시적이라고 믿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의 하나”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죠. 미 경제학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인데요.

②입니다. 존 테일러 교수는 ‘테일러 준칙’으로 유명하죠. 통화정책의 거두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는 정부의 현금지급이 소비지출에 큰 영향이 없으며 인플레에만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테일러 준칙을 적용하면 올 연말에 인플레가 2%로 떨어진다고 가정해도 기준금리가 3%여도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올 연말에 연준이 3%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제로이니 앞으로 금리를 대폭 올려야 한다는 뜻이죠.

③과 ④입니다. 오바마 정부 때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올해 근원 PCE가 3~4%일 확률이 가장 높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연준의 목표치(평균 2%)를 두 배가량 웃돌죠.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을 주로 연구하는 욘 스테인손 UC버클리대 교수는 올 물가는 3.5~4.5% 정도로 추정하며 앞으로 연준은 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마다 0.25%포인트씩 기준금리가 2.5%가 될 때까지 올리고, 그래도 물가가 안 잡히면 더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이 두사람은 코로나19가 끝나도 높은 인플레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는데요. 이런 식입니다. 글로벌로 코로나19가 끝나면 미국서 주로 봤던 보복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겠죠. 한국만 해도 그동안 미국과 유럽여행을 못한 분들이 많은데 이것이 쏟아질 겁니다. 이는 인플레가 한동안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글렌 허버드(아랫줄 왼쪽)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인플레이션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중계화면 캡처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의 생각도 비슷한데요. 그는 12월 고용보고서상 실업률이 3.9%까지 내려와서 이제 고용측면은 어느 정도된 만큼 연준이 총수요를 줄이는 쪽으로 긴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는 연준이 올해 나서더라도 올해는 긴축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거로 봤습니다. 정부의 재정지원책이 줄어들 가능성이 없는 데다 고(故)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말처럼 통화정책전환 효과가 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죠. 한 2년 뒤에나 본격 효과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그는 인플레가 정치적인 문제(백악관과 의회가 걸린)임도 강조했는데요. 이 또한 인플레 문제가 오래 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번에는 ⑥과 ⑧을 묶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인플레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중앙은행이 쉽게 나서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우선 부채가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19 전후로 정부 대출지원이 늘었고 저금리에 차입이 급증한 건 다 아실 겁니다. 이제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상환 부담이 생기고, 돈을 갚지 못하면 연쇄 파산이 불가피하죠. 이 문제가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인데요.

나스닥을 포함해 자산시장 가격이 너무 올랐다는 점도 그의 고민입니다. 나스닥의 경우 돈을 빌려 투자하는 이들도 많은데, 금리인상에 증시가 하락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금리를 아예 올리지 마라 이런 게 아니고 상당히 주의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 유동성 감소에 자산시장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도고도 했고요. 그는 연준이 국채를 5조5,000억 달러어치나 갖고 있는데 금리가 2.25%가 되면 가격하락에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이라고 했는데요.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 그는 신흥국 입장에서의 미국 금리인상의 영향을 얘기했다. /위키피디아


중요한 것은 그가 미국 금리인상의 문제점을 미국 내에서만 보지 않고 글로벌 차원에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라잔 교수가 미국에서 활동하지만 그는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고 신흥국의 사정을 잘 압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몰고 올 후폭풍을 매우 우려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이코노미스트들은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의 문제해결을 우선으로 보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물가가 문제라구요? 그럼 금리를 대폭 올려서 대응하라고 하는 겁니다.

다른 나라요? 신흥국의 자금유출 가능성? 이런 것은 그들에게 상대적으로 마이너한 문제입니다. 크리스틴 포브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대차대조표 축소에 관해서 얘기하다가 우리는 오롯이 미국 입장에서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차대조표 축소가 테이퍼 탠트럼을 불러올 수 있는 우려에 관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런 언급을 했지요.

실제 연준이 얼마나 금리를 올리느냐는 투자자와 해외정부 입장에서 중요합니다만, 우리가 미 주류 이코노미스들의 입장을 그대로 확대 재생산할 이유는 없겠습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그들에게는 물가 잡는용일 수 있지만 신흥국에는 국가부도, 혹은 죽고 사는 문제가 달려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이런 점을 지적합니다. 그는 미국 경제학계에서 주로 미국경제를 연구하다보니 달러의 특수한 장점을 잊는다고 했습니다. 즉 미국은 기업도 자국통화로 돈을 빌립니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정부도, 기업도 달러표시 외채가 필요합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해외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지요. 로고프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를 지냈습니다. 글로벌 시각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로고프는 대출이 아니라 지원의 중요성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 발 더 나아가면 미국의 금리인상이 1차로 미국증시에 줄 영향뿐만 아니라 이것이 신흥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그리고 이 문제가 확대하면 주요국과 선진국에도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측면까지 두루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로고프 역시 부채 문제를 거론하면서 폴 볼커가 금리를 대폭 올려서 인플레를 대응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의 비아냥에도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재정정책에 관한 한 미국 내에서는 확실히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한다. /위키피디아


이번엔 ⑦입니다.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인데요. 그는 이번 회의에서 확실히 확장적 재정,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mRNA 백신에 투자를 한 결과 백신이 만들어졌게 됐다고 보지요. 코로나로 정부의 역할이 효율적이며 필수적이라는 점이 입증됐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이것이 터닝포인트가 돼 재정제한자들의 주장이 줄어들고 경제성장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정부가 과학기술과 보건, 보육, 교육,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중요하고 이는 중국과의 신냉전에서도 주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⑦을 말씀드리는 건 미 경제학계에서 모두가 재정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도 대표적이죠.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재정적자를 통해 성장을 계속하려는 것은 폰지사기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항상 양쪽 얘기를 잘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 경제학계도 꼭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이나 긴축만 얘기하는 이들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쪽에도 합리적인 부분들이 있고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QT인데요.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크리스틴 포브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미국이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엔 QT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요.

그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금리인상은 단기금리에 주로 영향을 주고 이는 카드채 금리, 중소기업의 대출금리에 영향을 줍니다. 양적긴축은 구조상 주로 장기금리에 영향을 주는데 이는 대기업대출과 모기지 대출과 관련 있습니다. 둘 다 긴축의 효과가 있지만 주로 영향을 미치는 대상이 다릅니다. 아무래도 카드채를 쓰는 서민과 중소기업의 영향이 더 문제겠죠.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사용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것이죠. 금리인상보다 QT가 더 불확실하다는 분석도 많았습니다.

우리도 QT를 더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연준이 어떻게 나올지 말이죠. 어쨌든 지금은 QT와 관련해서는 경제학계의 걱정이 큽니다. 연준이 실제로 어떻게 나올지는 별개이지만 우려가 많은 분위기라는 점은 알고 계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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