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여명]코로나 3년차, 희망의 증거들

◆손철 시그널부장

코로나 인해 삶·경제 피폐해졌지만

손 씻기·마스크 쓰기 '위생 일상화'

위기극복 위한 글로벌 산업 혁신 등

팬데믹 험난함 속 희망의 꽃도 피어


요즘은 찾아가기 힘든 뉴욕 맨해튼의 한인타운 앞에는 미국인뿐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마천루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서 있다. 1931년 4월 말 완공 당시 102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지만 지금은 해외 각국은 물론 미국 내에도 더 높은 건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뉴욕 최고의 랜드마크로 미국인들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주저 없이 첫손가락에 꼽는 것은 ‘킹콩’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등 유명 할리우드 영화들의 배경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은 1929년 10월 미국에 닥친 대공황의 타개책 중 하나로 시작돼 수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며 단 14개월 만에 아름답고 견고하게 완성된 위기 극복의 금자탑으로 지금도 뉴요커들에게 남다른 의미다.

힘들고 두려운 시간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은 위대하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도 대공황의 산증인들이 피와 땀과 눈물로 끌어올려 어떤 건축물보다 값진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2년간 코로나19가 남긴 상처를 돌아보면 어떤 위로의 말과 글도 초라해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현재를 살면서 지금이 ‘세계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사는 것의 무게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출퇴근 버스에서,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새삼스럽게 볼 때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이 아득하다. 2년 전 식당 개업을 계획했다 코로나19의 급습에 미루고 미뤄 지난해에 결국 문을 연 선배가 3개월 만에 짐을 싼 것은 참담했지만 그런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다. 방역 최전선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진에 비할 바는 아니어도 대다수 근로자는 몸 둘 곳도 마땅치 않은데 비대면 작업도 어려워 삶이 고단하다. 입원 이후 가족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채 홀로 죽음을 맞는 코로나 사망자나 임종조차 할 수 없는 유족들의 무너지는 마음은 헤아릴 수조차 없다.

전 세계를 향해 ‘희망 고문’을 할 의도는 없으나 마침내 터널 끝에 빛이 보이는 듯하다. 1918년 발생해 1차 세계대전보다 훨씬 많은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도 2년이 지난 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그저 2년의 시간이 흘러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거리 두기와 방역으로 바이러스에 맞섰고, 첨단 과학을 동원해 백신을 개발하고 빠르게 접종했다. 그 와중에 “마스크는 필요 없다”며 오만을 떨던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감염돼 가까스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뉴스를 보면서 어떤 교훈보다 생생하게 반면교사로 삼기도 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거쳐 맞게 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코로나19 이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더 나은 시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는 적지 않다. 거리 두기와 손 씻기, 마스크 쓰기로 높아진 보건·위생 관념은 코로나가 끝나도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보다 인류의 좋은 습관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웬만한 중장년층도 QR코드를 생성하고 이용하는 정보기술(IT) 기기 활용 능력의 일취월장은 정체된 글로벌 생산성을 키우고 노년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마침 전국 공장과 항만·공항의 산업 역군들이 코로나를 넘어섰다는 희망의 명확한 근거가 될 숫자들을 먼저 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수출과 무역 규모는 각각 6,445억 달러와 1조 2,596억 달러로 코로나19 이전보다 많았음은 물론 단군 이래 최대였다. 총무역에서 수출을 뺀 수입도 6,000억 달러를 훌쩍 넘어 지구촌 이웃들도 분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세계 각국의 경영자와 금융인이 코로나를 뚫고 동분서주해 고도의 판단과 다양한 경제활동을 수반하는 기업 인수합병(M&A)이 지난해 5조 8,000억 달러(약 6,905조 원)어치나 성사돼 사상 최대 신기록도 작성했다.

2022년이 고약했던 코로나19를 떨쳐내고, 험난함 속에서 희망을 찾는 호랑이의 해가 될 것임을 믿고 소망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