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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기후 변화, 탄소감축보다 환경 적응력·창의성부터 키워라

■우리는 기후 변화에도 적응할 것이다

매슈 E. 칸 지음, 에코리브르 지음





1980년 미국의 생물학자 폴 에를리히와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 간에 흥미로운 내기가 벌어졌다. 에를리히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 자원이 부족해져 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반해 사이먼은 자원 희소성이라는 도전이 인간의 창의성을 촉발해 그 도전을 적극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환경과 자원에 대해 각각 비관·낙관론을 대표한 두 사람은 5개의 자원 품목을 골라 이들의 10년 뒤 가격이 어떻게 될 지를 두고 판돈을 걸었다. 그리고 10년 뒤, 내기의 승자는 사이먼이었다. 신간 ‘우리는 기후 변화에도 적응할 것이다’는 사이먼의 핵심적 가설을 통해 눈앞에 닥친 또 다른 위기인 ‘기후 변화’를 논한다. 인간 적응력은 역사를 거쳐 커졌으므로 인간의 창의성이 기후 위기를 감소시키는 데도 긴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대전제다.

기후 위기에 대응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 아니라, ‘새로운 위협에 대응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바꾸는 것으로 적응하는’ 전략이다. 저자는 “합리적 전략은 저감과 적응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기술을 고려하건대 지속적인 배출은 기후 변화라는 도전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의 생활 수준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적응’이라는 전략이 더 중요한 이유다.



책은 부동산·노동·자본·식량·보험 등을 포함한 다채로운 시장이 적응을 촉발하는 데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조명한다. 예컨대 기후 변화는 ‘안정적인 변화 아래서 농민 자신의 지식과 기억에 의존한 농업’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농민이 새로운 생육 조건에 대처하도록 도운 것이 바로 빅데이터다. 이 무궁한 정보는 국지적 규모에서 날씨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농민에게 땅을 보호할 시간을 부여했다. 여기에 새로운 농민 세대를 위한 교육, 새로운 자본 투자(농업 관련 투자·금융 지원·보험 상품) 등이 더해져 애그리테크(농업 agriculture+기술 technology의 합성어)로 대표되는 농업 혁신이 이뤄진다.

책은 이러한 적응의 과정에서 공적 인프라를 비롯한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것이 뜻하지 않은 부작용과 비효율을 낳는다는 점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에 저자는 사람들의 기후 적응을 돕는 민간 기업의 역할에 주목한다. 민간 기업의 목표가 ‘이윤 극대화’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사람들의 총수요를 충족하는 혁신 아이디어와 적응 제품을 내놓는 데는 공공보다 민간이 기민할 것으로 기대한다.

책에는 ‘회복 탄력성’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저자는 그 회복 탄력성을 구축하는 씨앗이 인간의 창의성이라고 본다. 40년 전 사이먼이 낙관했던 그 논리처럼. 2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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