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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 "좋은 주식 나눠 사 오래 동행해야…지수만 쫓아선 돈 못번다"

[이사람] 가치투자 1세대 '동학개미의 구루'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기계적으로 돈 분배하는 패시브펀드

자본시장 본질 역행하는 해로운 존재

TSMC등 담은 '플랫폼 액티브' ETF 2종

한달만에 순자산 2배 늘며 성공적 안착

메타버스 잠재력 크지만 투자는 유보

주춤한 증시, 우량주 저가매수 기회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성공 투자의 제1법칙은 좋은 기업을 저렴할 때 여러 번 나눠 매수해 오래 함께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강방천 회장이 기자에게 귀띔한 자신의 성공 투자 노하우다. 강 회장은 금융투자 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외환위기 당시 1억 원의 종잣돈을 156억 원까지 불려 유명해진 ‘가치투자 1세대’이자 60세가 넘어서도 활동 중인 현역 펀드매니저다. 최근에는 언론과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30년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1,000만 동학개미의 ‘투자 구루’로도 불린다.

가치투자 대가인 강 회장의 이름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달 16일 ‘강방천표 ETF 2종’을 데뷔시키며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하필 그날 강 회장과 함께 동학개미의 투자 구루로 불리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역시 액티브 ETF를 출시하며 주식시장에서 두 거물이 맞대결하는 모습이 연출돼 언론들도 주목했다. 상장 4주째인 현재 글로벌액티브플랫폼과 코리아액티브플랫폼의 순자산 총액은 2배가량 늘어나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강 회장은 “지난달 출시한 ETF ‘플랫폼 액티브’라는 이름에 제가 생각하는 투자 철학과 좋은 기업에 대한 판단이 축약돼 있다”고 했다. 새롭게 선보인 액티브 ETF 2종에 투자 철학과 펀드매니저로서의 소명 의식이 녹아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가격은 가치에 종속된다”면서 스스로를 가치론자라고 규정하는 그에게 성공 투자 방법론에 대해 들어봤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성형주기자


“패시브펀드는 유동성이 만든 착시패시브로는 돈 못 벌어”=강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운용 규모(AUM)는 현재 3조 50억 원 수준이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공모펀드에 주력하면서 최근 2년간 AUM이 83% 성장했다. 몇 해 전부터 ETF가 운용 업계의 화두로 부상했지만 ETF는 곧 패시브 투자를 의미했던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강 회장은 거들떠보지 않았던 선택지였다. 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복제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투자 방정식은 혁신적인 꿈을 가진 기업을 싼 값에 매수해 오랜 시간 함께하는 것인데 단순 평균 값인 지수만을 쫓아서는 좋은 기업을 저렴할 때 살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어떤 운용사들은 패시브펀드를 최고의 상품인 듯 홍보합니다. 패시브펀드의 성공은 최근 십수 년간 불어난 엄청난 돈의 행렬이 만든 착시일 뿐입니다. 지난 2008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이 돈을 풀면서 13년간 금융 확장기가 계속됐으니 지수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죠. 패시브의 본질 때문에 성과가 좋다고 착각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패시브펀드는 벤치마크 비중대로 투자하니 주가가 저렴할 때는 사지 못하고 주가가 오르면 비싼 값에 더 사게 됩니다.”

패시브는 좋은 기업을 찾으려는 노력을 등한시하기 때문에 꿈이 없고 가치가 없는 기업에 돈을 몰아주기도 한다는 게 강 회장의 시각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제약바이오 열풍이 불면서) 신풍제약이라는 회사가 코스피200에 편입되기도 했다”며 “혁신적인 꿈을 가진 기업에 한정된 돈을 배분하는 게 자본시장의 존재 이유지만 기계적으로 동등하게 돈을 몰아주는 패시브 투자는 자본시장의 본질에 역행하는 해로운 존재”라고 일침을 놓았다.



“좋은 기업 모델은 수급 등 충격 변수에도 탄탄”=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그가 찾은 결론은 결국 ‘좋은 기업’을 담아낸 ETF를 출시하는 것이었다. 강 회장은 “좀 더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기초자산이라면 환매로 주가가 흔들려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충분하다”며 “결국 좋은 기업이란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의 조건으로 △이익의 확장 가능성 △이익의 지속 가능성 △이익의 비변동성 △이익의 예측 가능성을 제시했다.

“플랫폼은 계속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영속할 사업 모델입니다. 기술적 진보가 가속되면서 기획·연구개발·유통 등 A부터 Z까지 혼자 다 하는 직선 조직은 더 이상 생존이 어려워졌습니다. 조직이 유연해지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CMO)·임상대행(CRO)처럼 산업은 ‘분절화’되고 있으며 이 추세는 계속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플랫폼을 ‘분절화된 밸류체인을 장악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재정의했고 회사 내부에도 ‘비즈니스모델리서치센터(BMR)’를 조직해 각 분야의 1등 기업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흔히 플랫폼이라고 하면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을 떠올리지만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글로벌 플랫폼 ETF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와 미국 의료기기 업체 인모드 등이 포함돼 있다.

◇“블록체인 기술 메타버스 산업에 불 지펴…다만 직접투자는 유보”=최근 글로벌 시장을 휩쓸고 있는 메타버스에 대해 강 회장은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글로벌 증시뿐 아니라 메타·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업까지 메타버스에 군침을 흘리는 것은 블록체인이라는 가상세계를 구성할 인프라가 갖춰졌기 때문이라 (이것이)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류는 △보존성 △이동성 △저장성 △희소성을 모두 갖춘 자산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고 금(金)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수천 년간 귀금속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디지털 자산은 세 가지 조건은 충족했지만 ‘희소성’이 없어 자산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버튼 하나로 삭제가 가능하고 수천 개의 복사물을 찍어낼 수 있으니 가치는 제로에 수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더리움 등과 같은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 불가능한 값으로 디지털 자산에도 고유성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면서 가치화의 토대가 마련돼 투자가치가 높아졌다. 강 회장은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에 영혼을 불어넣는 키 값”이라며 “디지털 공간 속 경제 매개물이 등장할 충분한 근거가 생겨 메타버스는 존재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메타버스 투자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강 회장은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어떤 기업이 평균 이상의 좋은 기업인지 판단이 확고하게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성형주기자


“코스피 상단은 3,350선…거대한 박스권 형성 중”=앞으로 코스피지수의 흐름은 어떨까. 강 회장은 코스피가 거대한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2008년 이후 계속된 유동성 확장기가 막을 내릴 준비 단계에 들어섰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악재가 있어 올해 세운 고점(3,350선)을 재돌파하기가 쉽지 않지만 국내 증시에서 시가총액 비중이 큰 반도체와 금융주의 이익이 견고하고 밸류에이션 매력도 갖춰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패시브보다 액티브 투자가 유리하고 저가에 좋은 주식을 살 수 있어 강 회장이 강조한 투자 기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너무 비관적이면 투자 기회를 잃고 너무 낙관적이면 돈을 잃는다고 합니다. 현재 시장을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으며 지수가 악화될수록 좋은 자산에 손댈 수 있는 기회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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