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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107> 값 싸다고 함부로 소비, 환경·산업 재앙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석탄이란 ‘늪’에 빠진 중국

중국 베이징에 스모그가 덮친 지난 6일 한 남성이 도심의 싼리툰 쇼핑가를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석탄 사용은 과거에도 활발했던 모양이다. 지난 1700년대부터 1800년대에 걸쳐 청나라 베이징을 방문한 조선 사신들의 각종 연행기를 읽어보면 자주 나오는 것이 석탄 이야기다. 베이징 라오바이싱들의 취사와 난방을 책임졌던 것이 석탄이었는데 이의 매케한 냄새를 사신 등 조선 방문자들은 질색을 했다는 기록이 많이 있다. 1970~1980년대 우리나라 도시에서 연탄가스가 진동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테다. 당시 조선에서는 주로 나무나 숯을 연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베이징 방문자들에게 석탄은 특이한 경험이었다. 몽골족의 원나라 때부터 베이징 주위에 탄광이 개발됐다고 한다. 만주족 청나라 때는 석탄 사용이 일반화 됐다.

200여년전 베이징에서 석탄을 태우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의 영국도 석탄을 동력으로 사용했다. 영국의 석탄 매장량도 풍부했다. 영국은 석탄을 이용해 산업혁명을 일으켰는데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긴 하다. 기계가 필요했던 영국의 산업수준과 취사·난방에 머물렀던 중국의 석탄 사용은 이후 100여년의 역사를 결정했다.

그리고 나서 시대가 다시 바뀐 지금 영국과 중국의 석탄 사용 풍경은 또 달라졌다. 영국은 탈석탄의 선두주자로 이미 석탄과 거리두기에 나선 반면 중국은 여전히 ‘석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물론 현재 영국은 석탄 매장량이 거의 고갈된 상황이어서 사용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은 지금도 석탄이 주요 동력원이다.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BP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의 전체 1차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석탄의 비중은 56.6%나 됐다. 2019년에 비해 석탄사용은 0.3% 오히려 늘어났다. 다만 전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면서 석탄이 차지한 비중은 2019년(57.6%)에서 다소 감소했다. 특히 2020년 중국의 총 전력생산에서 석탄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63%였다.

더 넓게 전세계 차원에서 봐도 이는 대단한 수치다. 지난해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80.91 EJ(엑사줄·Exajoules·에너지 단위)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50.4%를 차지했다. 소비량 비중은 54.3%였다. 중국내 소비량이 중국내 생산량보다 많다는 것은 차이 만큼을 수입에 의존했다는 의미다.

중국의 석탄 매장량은 지난해 기준 전세계의 13.3%에 불과하다. 매장량은 생산량이나 소비량에 비해서는 한참 떨어진다. 중국내 탄광을 ‘박박 긁어서’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는 탄광 사고 소식이 자주 들리는데 이는 노후 탄광에서 어렵게 채굴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중국의 석탄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석탄 소비는 지난 2010년 73.22 EJ에서 2020년에는 82.27 EJ로 증가했다. 전세계 석탄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은 같은 기간 48.2%에서 지난해 54.3% 크게 높아졌다. 기후변화 대응으로 전세계가 화석연료, 특히 석탄 사용을 줄이려고 하는 상황이다.

전세계 석탄 소비량은 2010년 151.21 EJ에서 지난해 151.42 EJ으로 거의 정체됐다. 중국 소비량을 빼면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현재 중국만 대놓고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1차 에너지 전체로서 지난해 기준 중국의 총 소비량은 145.46 EJ로 전세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1%를 차지했다. 이는 2010년 104.29 EJ(글로벌 비중은 20.6%)보다 높아진 것이다. 중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지난 10년간 매년 3.8% 성장했었다. 2020년도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2.1% 증가했다. 반면 2020년 전세계 소비량은 전년대비 4.5% 줄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의 석탄 발전소가 대량의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에너지원으로 석탄에 집착하는 것은 이미 산업발전 형태가 석탄에 맞춰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경제개발에 나선 2차 세계대전 이후는 이른바 ‘죽의 장막’으로 세계와 고립돼 있었다. 해외로부터 연료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에게는 충분했던 석탄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른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작동할 수 있었던 것도 10억 인구의 저임금에 더해 석탄이라는 저렴한 연료를 통해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라 모자라는 석탄은 역시 매장량이 풍부한 이웃인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러시아에서 수입하면서 충당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석탄은 장점이 많지만 동시에 단점도 분명하다. 가장 큰 단점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는 것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 베이징 등 중국 전역을 휩쓴 악명높은 스모그는 이런 석탄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물이었다. 한동안 경제성장에 눈이 멀어 중국 정부도 이를 수수방관했다. 하지만 결국 부작용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중국을 휩쓴 전력 대란의 원인이 여기서 나온다. 최근 중국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언급 중에 하나는 ‘생태문명 건설’이다. 환경을 보호하면서 녹색성장을 하자는 구호다. 이런 생각 아래 석탄 소비를 줄이고 다른 에너지원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했고 이것이 전력공급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확산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화상 연설을 통해 ‘2030년 탄소 피크, 2060년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이 탄소 배출 목표라는 것을 제시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은 이런 목표 자체도 대단하게 여긴다. 미국 등 선진국과는 중국의 처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인들은 시각은 더 냉정하다. 중국이 내세운 목표 가운데 ‘2060년 탄소 중립’은 그렇다 치더라도 ‘2030년 탄소 피크’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탄소 피크’는 탄소 배출 최대치를 의미하는데, 중국의 구호는 앞으로 10년을 계속 탄소를 더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세계 탄소 배출 비중에서 개별 국가 최대인 30.7%(BP, 2020년 기준)을 차지하는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의 전세계 인구 비중은 5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개도국인 중국이 세계인의 평균보다 탄소 배출을 더 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의 경제규모인 미국은 13.8%, 중국과 인구가 비슷한 인도는 7.1%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한국의 1차 에너지 총 소비량은 2.1%, 석탄 소비량은 2.0%였다. 반면 탄소 배출 비중은 1.8%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년 탄소 피크, 2060년 탄소 중립’을 중국은 야심 찬 계획이라고 선전했다. 탄소 배출 증가율을 늦추기 위해 전력 개편에도 착수했다. 중국 에너지원에서 석탄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규제 대상도 석탄에 집중됐다. 석탄은 오염물질을 상대적으로 많이 배출하는 에너지원이다. 지방정부에게 에너지감축 목표를 실현하고 노후탄광도 폐쇄하라는 강력한 지시가 하달됐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의 한 석탄광산에서 석탄이 채굴중이다. /신화연합뉴스


그 결과는 지난 9월부터 중국 전체로 확산된 전력 대란이다. 중국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전력 공급 중단에 몸살을 앓았다. ‘세계의 공장’이 멈추게 되는 상황에 부닥쳤다. 중앙정부의 에너지 감축 목표를 지키지 못한 지방정부는 자의적으로 발전소 가동을 막았다. 개별 발전소들도 급등하는 석탄 가격과 고정된 전기료 차이에 따른 손해를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산시성 등에서 폭우 등 자연재해로 탄광이 폐쇄됐다.

전력난과 이에 대한 민심 동요에 놀란 중국 정부는 다시 한번 에너지정책을 180도 틀었다. 석탄발전소의 재가동에 나선 것이다. 탄광도 더 파고 해외에서 석탄의 수입도 늘렸다. 최고 수뇌부가 발전 부문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무슨 수를 사용하든지 원료를 확보하라”는 지령을 내렸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하루 1,188만톤의 석탄을 생산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올해 최대치다. 하루 생산량은 지난 10월 초에 비해 100만톤 이상 늘어났다. 이런 결과인지 중국은 지난 7일 공개적으로 “전력 위기는 거의 해소 됐다”고 선언을 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이와 함께 과거의 문제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11월 초부터 베이징 등 중국 북부를 스모그가 뒤덮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탄소배출 감축을 추진하는지 안 하는지 의심을 불러일으킬 정도가 됐다. 베이징에서는 스모그 경보가 발생했고 고속도로마저 막혔다. 2015년 전후에 베이징을 뒤덮었던 검은 구름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상황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도 중국은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다. 중국은 지난 여름 폭우에 따른 홍수로 590명의 사망·실종자, 5,89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약 44조원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중부 허난성 정저우에서 ‘천년만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상이변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폭우를 통해 사망·실종자 278명, 수재민 7,373만명의 피해를 입었었다. 이와 함께 이른 겨울로 접어든 지난 7~8일에는 2007년 이후 최대의 폭설이 베이징 등 중국 북부를 덮치기도 했다

중국 장쑤성 양저우의 한 석탄발전소로 바지선들이 연료석탄을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력난에 충격을 받은 중국에서 시진핑이 앞서 밝혔던 탄소배출 감축 목표 추진은 일단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마구잡이식의 석탄발전 축소가 아닌 보다 정교한 에너지전환 계획을 세워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계획에는 석탄발전소 대신에 원자력발전소를 대폭 늘리는 것도 들어있는데 이는 이웃나라인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 석탄의 미세먼지나 원전의 방사능이나 이웃을 위협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국의 전기료는 크게 오를 듯하다. 중국 정부는 전력 생산을 늘리는 차원에서 발전소별 전기료 인상을 자유화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25% 이상 오른 상태다. 전력에서는 지금까지 엄격한 가격통제가 이루어져 왔었다. 현재 인상 대상은 산업용이지만 곧이어 일반가정용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서 사는 교포들의 이야기에 중국 생활에서 좋은 점 두서너 가지 밖에 없는데 이 중에서 낮은 전기료로 에어컨을 여유있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화두를 차지한다. 이런 가십성 장점마저도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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