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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머니카페]'신작 모멘텀' '中 규제 우려'...한국 게임株 특성 그대로 보여준 펄어비스

'도깨비' 등 신규 IP 효과에 '원 게임 리스크' 극복 움직임

메타버스·콘솔 등 플랫폼 다각화 통해 모바일 시장 대응도

中 홍색규제 불확실성에 9월 들어서는 주가 급락하기도

증권가 "중국발 게임 규제 불확실성 장기화될 수도 있어"





지난 달 말 세계 최대 게임쇼 중 하나인 ‘게임스컴’에서 펄어비스(263750)의 ‘도깨비’ 플레이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때 국내 게이머들만큼 들뜬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펄어비스 주주들이었습니다. 8월 26일 펄어비스 주가는 무려 25.57%나 오르며 단숨에 7만 원 대에서 8만 원 대 후반까지 뛰었습니다. 여기에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진출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지난 30일엔 10만 원대를 터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차익 실현 매물과 중국발 홍색규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펄어비스 주가는 지난 10일 다시금 8만 원대 초반으로 내려왔습니다.

최근 펄어비스 주가 동향에는 국내 게임주 투자에 드러나는 특성이 여러모로 집약됐다는 판단입니다. 신규 지식재산(IP) 이슈, 원 게임 리스크 극복 스토리, 모바일 시장 대응 방식, 그리고 중국 시장 진출 변수 등 게임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다양한 투자 변수가 녹아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펄어비스의 원 게임 리스크


일부 증권사들은 펄어비스를 국내 게임주 ‘톱 픽(Top Pick·최우선 추천주)’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일차적인 이유는 도깨비 지식재산(IP)의 게임성에 대한 기대입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7일 보고서에서 펄어비스의 목표 주가순이익비율(PER)을 기존 20배에서 25배로 올려 잡았습니다.

KTB투자증권은 “도깨비 게임성 입증에 따른 중장기 성장성을 감안했다”며 “해당 게임성을 종합하면 GTA, 포켓몬, 젤다의 전설 및 원신을 피어(peer·비교대상)로 비교 가능하다”고 해석했습니다.

과거로까지 시야를 돌린다면, 최근의 펄어비스 가치 재평가는 ‘원 게임 리스크’ 극복 과정의 결과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원 게임 리스크란 게임사가 보유한 IP가 적어 발생하는 경영·재무상 위험을 말합니다. 주력 IP를 몇 보유하지 않은 게임사의 경우 해당 IP가 큰 타격을 입을 경우 실적상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단일 IP를 보유하는 기업에 다른 게임주보다 낮은 적정 밸류에이션 멀티플을 부여합니다. 똑같이 1,000억 원의 순이익을 낸다고 해도 IP가 다양하지 않은 게임사엔 비교적 낮은 목표 주가를 책정한다는 것입니다.

한때 펄어비스는 ‘원 게임 리스크’의 대명사였습니다. 매출 상당수를 ‘검은사막’ IP에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 3월 신한금융투자는 당시 펄어비스 신작 출시 지연과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원 게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목표 주가수익비율(PER) 멀티플을 게임 평균인 15배에서 12배로 조정한다”고 의견을 냈습니다.

당시 게임주 평균 PER 멀티플이 15~20배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꽤나 큰 할인을 적용한 셈입니다. 펄어비스의 목표주가는 기존보다 20% 낮추기도 했습니다. 해당 보고서가 나온 날 펄어비스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했습니다.

펄어비스 역시 ‘도깨비’나 ‘붉은사막’, ‘섀도우아레나’ 등 다양한 IP를 준비하면서 원 게임 리스크에 대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증권가에서 “원 게임 리스크에 대응하라”는 의견을 내는 한편 “신작 모멘텀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던 배경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최근 ‘붉은사막’과 ‘도깨비’가 큰 호응을 끌어오면서 신작 모멘텀이 주가로 가시화됐던 것입니다.

펄어비스가 제작중인 도깨비 게임 장면 /사진제공=펄어비스


‘원 게임 리스크’ 대응: 모바일 시장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펄어비스의 경우 플랫폼의 다각화를 통해 원 게임 리스크를 돌파하려는 모습입니다. 이 과정에서 펄어비스가 국내 게임주 시장을 새로이 선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함께 작용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탔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펄어비스는 ‘도깨비’와 ‘붉은사막’을 콘솔·PC 플랫폼에서 내놓을 계획입니다. 현재 국내 게임시장이 모바일 일변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전략입니다. 펄어비스의 주력 IP인 검은사막 역시 모바일을 핵심 플랫폼으로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세는 지난해에 비해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서 우리나라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률이 2020년 21.4%에서 2021년 6.7%, 2022년 9.3%로 내려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엔 코로나19 영향으로 모바일 게임 성장이 부각됐으나 이 같은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펄어비스의 경우 이를 게임 플랫폼 다각화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도깨비’가 ‘메타버스 게임’을 화두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플랫폼 다각화 전략이 보다 주식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용이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최근 주가를 단순히 ‘매출처 다변화’로만 설명하긴 어렵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검은사막 일변도의 매출처가 다변화된다는 콘셉트로 보기엔 지금의 시가총액은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더 많아 보인다”며 “콘솔 소프트웨어나 메타버스 게임 등 국내 게임주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기대감에 펄어비스가 일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투자 심리가 시총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넥슨 등 다른 게임업체들이 ‘게임 외 시장’에서 모바일 시장 대응 돌파구를 찾는 것과도 대비됩니다. 넥슨의 경우 게임 자체 IP 발굴보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드라마 스튜디오를 두는 등 IP 확대를 꾀하는 모습입니다. 김 연구원은 “모바일 시장 둔화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게임 외적인 부문에서의 콘텐츠 카테고리 다변화, 그리고 게임 자체의 플랫폼 다각화로 나눠서 볼 수 있다”며 “넥슨이 전자에 가깝다면, 펄어비스는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타 게임업체의 ‘원 게임 리스크’


‘사이버펑크 2077’ 이미지. /사진제공=CDPR


원 게임 리스크는 글로벌 게임주 투자에서 공통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액티비전블리자드·일렉트로닉아츠(EA)·텐센트 정도를 빼면 대부분의 대형 게임주의 주력 IP가 한두 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우리나라 게임 대장주로 통하는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 IP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뉴스테이트’ 신작 모멘텀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배경입니다. 다른 게임사들은 적극적인 신규 IP 발굴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시도합니다.

다만 신작 기대감이 무조건적으로 원 게임 리스크 극복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증권가에선 최근의 반면교사 사례로 폴란드 게임사 CDPR과 엔씨소프트(036570)를 꼽습니다.

CDPR은 지난해 글로벌 게임업계 최대 화제작인 ‘사이버펑크 2077’을 개발한 곳입니다. CDPR 역시 원 게임 리스크가 발목을 잡던 회사입니다. 주력 IP가 ‘위쳐’ 시리즈밖에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의 흥행 여부가 상당히 중요했죠.

우선 CDPR 주가는 신작 기대감에 2019년 말 279.50즈워티에서 지난 8월 460.80즈워티까지 급등했습니다. 이로 인해 유비소프트를 제치고 유럽 게임 대장주 1위로 올라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사이버펑크 2077’이 처참한 완성도로 게이머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CDPR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현재는 180즈워티 수준에서 주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원 게임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한 사례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에 대한 매출 비중이 90%를 넘습니다. IP는 다양하지만 매출처가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뜻입니다. ‘블레이드앤소울 2’와 ‘트릭스터 M’ 등의 신작 성과가 중요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리니지와 다를 바 없는 비즈니스모델(BM)로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엔씨소프트 주가는 80만 원대에서 60만 원선으로 떨어졌습니다.

리니지W를 소개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사진제공=엔씨소프트


중국 ‘홍색규제’ 리스크의 부각


원 게임 리스크와 함께 국내 게임주 투자에서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중국의 홍색규제입니다. 당장 지난 10일 중국에서 당분간 신규 게임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위메이드(112040)(-4.6%), 넥슨(-7.96%) 등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은 게임사들이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펄어비스도 전날보다 2,500원(2.97%) 내린 8만 1,8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펄어비스의 경우 중국 텐센트가 투자한 기업을 통해 검은사막 모바일을 중국에서 서비스할 계획이었습니다.

중국 규제 당국이 지난 8일 텐센트·넷이즈 등 주요 게임사를 불러 △청소년 게임 시간 감축 △유료 결제 제한 규정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강조한 점이 영향을 줬습니다. 중국은 지난 달 30일 청소년에 대해 금·토·일요일과 공휴일에 오후 8~9시에만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하고 12세 이하 유저의 유료 결제를 제한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낸 바 있습니다.

특히 국내 증권가가 경계한 대목은 당국이 “신규 판호 발급이 없을 것”이라는 방침을 통보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외자판호(중국 정부가 외국산 게임에 주는 허가권)뿐 아니라 내자판호(중국 게임의 현지 서비스 허가권) 발급까지도 강하게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 게임사들의 중국 시장 진출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속화했습니다. 더구나 2016년 9월 한한령 이후 국내 콘텐츠 산업에 대한 중국의 비우호적인 입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중국 규제가 국내 게임주에 끼치는 영향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한한령 후 외자판호를 받은 우리나라 게임은 지난해 말 컴투스 서머너즈워와 올해 6월 펄어비스밖에 없습니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선 국적별 다각화가 더욱 절실한 상황인 것입니다.

김 연구원은 “중국 규제 당국이 해외 게임사는 물론이고 로컬 기업들에게까지 엄격한 규제 적용을 예고한 것”이라며 “크래프톤, 넥슨, 위메이드를 비롯해 중국 사업을 준비해왔던 펄어비스는 사실상 살얼음판 위에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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