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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칼럼] 조용하지만 철저한 미국의 對中 디커플링 정책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美, 韓 매그나칩 매각중지 명령 등

중국 향한 칼끝 갈수록 날카로워져

신냉전체제 대응 명분 내세웠지만

시장경제 역행 비판 피할 수 없어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최근 미중 관계가 잠잠한 듯 느껴지지만 중국을 향한 바이든 행정부의 창 끝은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직접적인 대립각을 세워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형식을 취했다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공급망을 확충하고 연방정부가 나서 전략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해 중국과의 격차를 벌여 감히 뒤따라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전 행정부는 중국과 경제적 결별(디커플링)을 공개적으로 밝혀 중국은 물론 우방국들마저 긴장시켰다. 중국에 대해 10~25% 추가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 제대로 된 디커플링인가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직접 겨냥한 디커플링이란 용어 대신 국내 공급망 확충을 내세운다. 중국과의 무역 마찰이 표면화되지 않자 국내외에서는 대중국 정책이 무뎌지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6월 22일 자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한국의 매그나칩반도체를 알아야 바이든 정부의 입장이 보인다’라는 글을 실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지난해 약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한국 기업으로 3월 중국계 자본인 와이즈로캐피털이 인수합병(M&A) 절차를 밟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이를 제재할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중국으로의 매각으로 기울었으나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제동을 걸었다. 한국 기업이지만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CFIUS 심사를 받아야 한다.



매그나칩은 우수한 첨단 기술을 갖춘 기업이지만 그동안 CFIUS가 매각 금지 결정을 내린 마이크론(미국 메모리칩 업체)·엑시트론(독일 반도체 장비 업체) 등 다른 M&A 건에 비하면 생산 규모나 기술력 측면에서 미국이 주목할 정도가 아니다. 그럼에도 포린폴리시는 미국이 중국계 기업의 인수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바이든 행정부의 철저한 대중국 디커플링 방증으로 보고 있다. 조용하지만 트럼프 시대보다는 훨씬 더 철저하게 ‘중국제조 2025’를 견제하고, 앞으로도 중국의 기술 기업 인수에 미국이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하면서 “백악관은 그것(매그나칩 매각 저지)을 디커플링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올 상반기 미 상원은 여야 합동으로 대중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2개의 중대 법안을 마련했다. ‘대중국 전략법’은 중국의 지정학적 부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고, ‘프런티어법’은 첨단 기술 개발 지원과 산업 경쟁력 강화가 주요 내용이다. 새로 집권한 민주당과 정권을 내준 공화당이 한목소리로 소관 상임위에서 이들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것도 모자라 미 의회는 더욱 체계적인 대중국 견제법을 구상했다.

6월 8일 상원은 ‘미국혁신경쟁법(USICA)’을 확정했다. 총 2,50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이 수반되는 것으로 앞서 언급한 2개 법안에 반도체 산업 지원법, 미국 미래 보안법(Securing America’s Future Act), 중국 도전 대응법(Meeting the China Challenge Act)을 포함한 총 7개의 세부 법(Division)으로 구성돼 있다. 제목에 ‘중국’이 명시돼 있고 내용에서도 중국 견제를 노골적으로 적고 있다.

하원도 유사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분위기가 상원과 다르지 않으므로 하원과의 조율에서 법의 골격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상하 양원 의원들은 중국공산당이 추구하는 국제 질서가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체제와 배치된다고 보기에 초당적인 의견 접근이 가능했다.

상원을 통과한 USICA는 정부가 특정 산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소지가 농후하며, 지금까지 미국이 선도해온 시장 경쟁 체제에서 벗어나 다분히 중국식 산업 정책을 그대로 따라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은 신냉전으로 이를 합리화하겠지만 정부가 개입한 산업 정책이 실패한 사례도 많아 앞으로 그 결과가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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