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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투톱'의 추락…외국인 패닉셀은 언제 끝날까 [선데이 머니카페]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 경고에

1주일간 사상 최대 '매도 폭탄'

삼성전자 7.2% ↓ 연중 최저가

SK하이닉스 열흘 만에 16.1%↓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셀 반도체'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패닉셀 부추겨





전국의 500만 삼성전자(005930) 주주님들,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아마 그렇지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K-반도체’에 대한 매도 폭탄을 연일 쏟아내며 삼성전자, 그리고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가 일주일 내내 속수무책 떨어지기만 했으니깐요. ‘연중 최저가’에 도달했다는 기사만 3일 연속 써야 했던 기자들의 마음도 내심 착잡했습니다. 대체 지난주 삼성전자, 아니 한국 증시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일주일 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만 7조 원 이상 팔아치운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K-반도체’에 러브콜을 보내는 날이 올까요.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는 느닷없는 하락세로 접어들며 개미들을 침통하게 만든 ‘반도체 투톱’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봅니다.



■‘1층 밑에 지하실’…반도체 투톱의 추락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8월 초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두 회사 모두 지난달 말 2분기 실적 발표를 했는데 특히 반도체 부문의 이익이 아주 좋았습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12조 5,000억 원 가량이었는데 절반 이상을 반도체 부문이 차지했고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액이 3년 만에 10조 원을 넘어서는 등 승승장구했던 거죠. 사실 실적 발표 전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PC 판매량이 줄면서 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빠르게 꺾일 수 있다는 불안으로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했었는데 ‘생각보다 더 괜찮은’ 2분기 실적이 나오자 불안은 안도로 바뀐 듯 보였습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달 초인 2일부터 3거래일 동안 각각 5.6%, 7.56%씩 오르며 바닥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죠.



그런데 훈훈했던 분위기는 지난주 들어 싹 바뀝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무리 봐도 아닌 거 같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8월 초 삼성전자만 1조 원 이상 쓸어담았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팔기 시작합니다. 특히 11일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메모리-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15만 6,000원에서 8만 원으로 반 토막 내버린 후로는 그야말로 ‘패닉셀’이 시작됐는데요. 이날을 기점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무려 5조 원, SK하이닉스를 1조 7,500억 원 어치씩 팔아치웁니다. 이 기간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도가 8조 9,000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 투톱’에 대한 매도가 전체의 75%를 차지한 셈이니... 주가가 버틸 수 있었을까요. 삼성전자는 3일 만에 7.2%, SK하이닉스는 9.3%씩 내려앉으며 7만 4,400원, 10만 1,5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특히 이달 4일 12만 1,000원으로 종가 마감했던 SK하이닉스는 ‘연중 최저점’을 연일 경신하며 장중 10만 원 선도 깨지더니 열흘 만에 주가가 16.1%나 빠져버렸네요.

이렇게 외국인 투자자들이 쏟아낸 7조 원 이상의 물량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사들였는데요. 발 빠르게 움직였던 투자자들은 13일 재차 하락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를 보며 ‘1층 밑에 지하실 있다’는 투자 격언(?)을 곱씹었다는 후문입니다.



■패닉셀 왜? :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정말 나쁜가


외국인이 왜 파냐고 물어본다면 앞서 말했듯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각이 다시 부정적으로 바뀐 영향이 큽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발표를 보며 ‘괜찮은가’라는 희망이 싹텄다가 다시 꺾인 셈인데요. 이번에 증거(?)로 제시된 것은 PC용 D램의 현물가입니다.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D램 현물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최근 들어 낙폭이 더 커졌습니다. 현물가가 떨어진다는 건 재고가 쌓이고 있어 싸게 처분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현물가가 계속 이렇게 하락할 경우 생산업체(삼성전자 등)의 고정가격(거래가격)도 상승세가 꺾일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발표하길 올 3분기 PC용 D램의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3~8% 오르는데 그쳤는데 2분기 상승률(23~28%)보다 크게 둔화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르면 4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 거죠. 실제 트렌드포스는 PC 제조업체의 높은 재고 수준과 PC 수요 둔화 등을 이유로 올해 4분기 PC용 D램 가격이 최대 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런 불안 속에 모건스탠리가 강력한 ‘셀 리포트’를 내며 패닉 셀링의 불을 지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초부터 연말까지 D램이 공급 과잉 상태를 유지할 것이고 재고가 쌓이며 (이익이)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했는데요. 특히 SK하이닉스에 대해 목표가를 8만 원까지 내리며 “하락 구간에서는 밸류에이션을 따질 필요가 없고 주가가 빠질 때 매수하는 전략도 의미가 없다. 우리는 더 나은 진입 시점을 기대해본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무조건 팔라’는 의미나 다름 없는 조언을 한 셈이죠.



사진 설명


하지만 진짜 D램 업황이 이렇게까지 안 좋은 걸까요. 증권가의 시각은 사실 꽤 엇갈립니다. 지금 나오는 부정적 전망은 PC용 D램 수요 위축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올 상반기부터 PC 판매량이 줄어드는 신호 속에서 PC용 D램의 수요 위축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서버용 D램 수요가 탄탄하기에 반도체 사이클의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죠. PC용 D램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로 높지 않으며 서버용·모바일용이 총 71%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도 이유입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현물가격 하락세는 일부 메모리 업체의 선단 공정에서 생산수율이 낮은 PC용 반도체를 유통시장에 덤핑하면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서버 및 모바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 역시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구매하는 서버용 D램 수요는 부문별로 다른 교체주기와 재고 축적에 대한 낮은 거부감 등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며 “내년 상반기 D램 산업은 서버용 DDR5 수요나 윈도우11 운영체제의 확산, 메타버스 등 새로운 수요 모멘텀을 감안할 때 예측하기 어려우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개선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국내 증권가만 좋게 보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외국계 보고서도 들여다봤습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각각 17만 7,000원, 10만 7,000원으로 유지한 골드만삭스의 분석입니다. “(DRAM 반도체 규격이 DDR4에서) DDR5로의 전환이 시작되면서 DDR5의 수요가 증가해 2022년에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년에는 D램 가격 하락이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가격 하락보다 D램 공급업체가 보는 원가 하락이 더 커 내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이익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DDR5 D램 모듈용 전력관리반도체./제공=삼성전자


■외국인 ‘바이(Buy) 반도체’가 반등 시점… 언제쯤이 될까


사실 외국인의 ‘셀 반도체’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대표 기업인 마이크론은 지난 5일 간 13.25%(10.83달러)가 급락했고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거의 다 포함돼 있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역시 같은 기간 2.61%가 빠졌죠. 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 중 유독 한국만 휘청인다며 “셀 반도체라기보다 셀 코리아”라는 불안도 제기됐지만 아니라는 반론이 더 많습니다. 아시아 IT 강국이라고 하면 한국과 대만이 거론되는데 대만가권지수도 우리 못지 않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죠.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7월 15일 단기 고점 이후 대만은 5.3%, 코스피는 3.9% 하락했는데 우리 시장이 대만 대비 더 버티다가 이번 주 한꺼번에 급락을 하면서 충격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가 약했던 거지 한국 증시 혹은 신흥시장 전체에 문제가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코스피의 반등은 아무래도 외국인의 ‘바이 반도체’와 함께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기는 언제쯤일까요. 단기적 전망은 사실 그리 좋지 않습니다. 우선 환율이 불안한 상황인데요. 최근 외국인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팔아치운 수 조원의 돈을 달러로 바꿔 나가면서 13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0개월 여만의 최고치인 1,169원을 기록했습니다. 달러 강세는 ‘셀 코리아’를 다시 부추기는 요소가 되죠. 악순환입니다. 증시 전문가들이 “일단 환율이 안정돼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환율이 안정되고 외국인의 신흥국 투자가 재개되려면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이슈나 중국 정부의 기업 탄압 등의 외부 변수도 긍정적으로 움직여줘야 합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7.09p(1.16%) 내린 3,171.29 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7.8원 오른 1,169.0원으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이 어느 정도 완화되기도 해야 할 겁니다. 하락 사이클이 끝나고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싹터야겠죠. 시장조사업체의 전망치가 바뀌는 등이 시그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그렇게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2018년 경험했던 메모리 하락 사이클에서 약 3~4개월 약세를 거친 뒤 주가는 회복세를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원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4분기 D램 하락을 가정하더라도 그 사이클은 3개 분기 안에 끝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합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금이 투자 시점이냐고 묻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뻔한 소리라는 빈축을 살 것 같긴 합니다만, 역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립니다. 안정적 투자를 권유하는 증권가에서는 굳이 불안감이 극도로 팽배해진 지금 시점에서 매수하기보다는 하반기 분위기를 보고 매수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룹니다. 일부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투자 시기라고도 말하지만 기다림이 길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입니다.

한편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마이크론이 전장 대비 0.95% 오른 70.92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소폭 반등했습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역시 0.67% 올랐습니다. 과연 다음주 우리 증시에서도 반도체 투톱이 웃을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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