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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도쿄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것

김현상 사회부 차장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로 1년이나 지각 개최된 ‘2020 도쿄 올림픽’이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매일같이 코로나19 공포와 싸워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전 세계 205개국의 선수들은 매 경기 혼신의 힘을 다하며 감동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코로나19와 무더위에 지친 국민들은 선수들의 활약상에 울고 웃으며 모처럼 ‘힐링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난 17일간 활활 타오르던 성화는 폐막식과 함께 사그라졌지만 올림픽이 남긴 여운은 한동안 진하게 남아 있을 듯하다.

코로나19 탓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올림픽이었지만 대회가 열리는 동안 적지 않은 명장면을 남겼다. 육상 여자 7종 경기 도중 곡선 구간을 달리다가 쓰러져 종아리를 다친 영국 선수는 응급 요원들이 들고 온 휠체어를 마다한 채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공식 기록에서 실격 처리 됐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스포츠 정신은 많은 이들의 박수를 받았다. 육상 남자 800m 준결승에서는 발이 뒤엉켜 넘어진 미국과 보츠와나 선수가 서로 일으켜 세우고 나란히 완주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경기장 밖에서도 ‘우정과 화합·연대’의 올림픽 정신은 이어졌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여자 배구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의 팬들을 중심으로 우리의 8강전 상대이자 최근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터키에 묘목을 기부하는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메달이나 순위에 집착하기보다는 경기 자체를 즐기는 선수와 국민들의 관전 문화도 달라진 풍경이다. 태권도의 이다빈 선수는 결승전 패배에도 승자에게 엄지를 치켜세웠고, 유도의 조구함 선수도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상대 선수의 손을 들어 올리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수영의 황선우와 높이뛰기의 우상혁 선수는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시종일관 환한 표정으로 올림픽을 즐겼다. 그들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비난과 질책의 손가락질보다는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양궁 3관왕 안산 선수를 둘러싼 때아닌 페미니즘 논란이나 일부 귀화 선수를 겨냥한 차별과 혐오는 이번 올림픽의 ‘옥에 티’였다. BBC와 로이터 등 외신들은 안산 선수를 향한 일부 네티즌들의 도를 넘은 공격을 ‘온라인 학대’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귀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때마다 따라붙는 ‘반품’이나 ‘먹튀’와 같은 혐오 가득한 표현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올림픽헌장은 상호 존중과 차별 금지 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면서 국적이나 성별·인종·신분 등 그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거나 배척당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여전히 나와 다른 이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정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이번 도쿄 올림픽은 또 하나의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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