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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도 취업도… 전문대생 '잃어버린 2년'

  비운의 코로나 학번

MT·축제 취소로 추억 못 쌓아

"친구 얼굴 모른 채 졸업할 판"

실습 부재에 학습능력 떨어져

채용시장도 꽁꽁…"걱정 태산"

코로나19 장기화로 전국 대학의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북전문대의 한 학생이 현암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경북전문대학교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입학했던 2년제 대학생들의 고민과 불안이 깊어지고 있다. 2년제 학기인 탓에 당장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지만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교수님과 동기의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다. 여기에다 채용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 미래를 걱정하는 학생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2년제 대학생들은 선배 학번과 전혀 다른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다.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 생활 전체를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보낸 것도 모자라 인력을 뽑는 기업도 눈에 띄게 줄어 취업 걱정이 태산이기 때문이다. 영업시간 및 사적모임 인원 제한으로 그나마 있던 식당 등 아르바이트 자리도 크게 줄었다.

학교 측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다양한 취업처 발굴 등 취업률 높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취업 시장이 전반적으로 얼어 붙은 탓에 역부족이다. 학생들 역시 마지막 학기 개강을 앞두고 학과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가지지 못한 채 실무능력을 제대로 키워보지도 못하고 바로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대구 지역의 한 전문대 문과계열에 재학중인 최모 학생은 “지난해 2학기부터 일부 대면수업을 하고 있으나 모두 마스크를 끼고 있고 수업 이후에는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없다보니 아직 얼굴을 잘 모르는 친구도 있다”며 “대기업에 취업을 확정한 친구가 몇몇 있지만 대부분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대구 지역 전문대학의 경우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지난해 1학기는 사실상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됐고 2학기부터 인원 제한 등 방역수칙을 지키며 대면 수업을 다소 확대했다. 인근의 또 다른 대학 2학년생인 하모 씨는 “대학의 낭만인 축제나 체육대회, MT 같은 행사를 한 번도 경험할 수 없었고 대면 활동이 중단되다보니 동아리 활동 역시 활발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남학생의 경우 코로나19를 피해 군입대를 결정하기도 했다. 인천의 한 전문대 컴퓨터정보과에 재학중인 이모 학생은 “인생에 가장 기억으로 남을 대학 시절을 허무하게 끝낼 수 없어 다음달 군입대를 결정했다”며 “전역 후에는 좀 더 나아진 상황을 기대하며 1학기라도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의 또 다른 전문대 산업디자인과에 다니는 임모 학생은 “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 2명 제한에 따라 그나마 있던 식당 알바 자리가 없어졌다”며 “항공사에 취업한 학교 선배도 순환근무로 인해 알바 자리를 찾고 있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아예 학교 인근에 자취를 포기하고 자택에서 먼 거리를 통학하는 학생도 늘었다. 군 제대 후 부산 학교에 복학한 대학생 신모 씨는 부산에 자취방을 얻는 대신 울산에서 승용차로 통학하고 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시작된 일부 대면 수업 일정이 들쑥날쑥하자 월세를 내는 대신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학교와 집만 오가는 생활을 반복했다. 신 씨는 “부산보다 울산에 있는 시간이 많아 대학 친구보다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더 자주 만났다”며 “취업을 위해 선택한 대학인 만큼 크게 아쉬운 것은 없지만 남은 한 학기는 대학 근처에서 자취하며 취업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반 전문대와 달리 실습과목을 50% 이상 이수해야하는 특성화대의 경우는 대면 수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광주 동구에 있는 공학계열 2년제 특성화대학인 조선이공대는 지난 학기부터 60% 이상을 대면 수업으로 진행했다. 전문 기술인 양성을 목표로 하는 공과계열이 70% 이상의 학과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험 실습 수업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조선이공대 관계자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실험 실습이 비대면으로 이뤄져 학생들의 학습 능력이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나마 지난해 2학기 실습 수업을 대면 방식의 집중 수업으로 전환해 최소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대학들은 ‘잃어버린 2년’을 보낼 위기에 처한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해외 취업 비중이 높은 대구의 한 전문대학은 학내에 화상면접장을 만들어 해외 기업과 재학생의 비대면 면접을 지원하는 등 기업설명회와 취업박람회, 면접 등을 온라인 기반으로 전환했다.

대학 측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 전환을 통해 해외 취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다수 졸업생이 취업하던 여행사와 항공사가 채용 인원을 크게 줄이는 등 코로나19 여파로 취업문이 크게 좁아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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