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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 과일 재배는 5배…"해외 비축기지로 식량안보 대비해야"

■기후 대이변에 韓작물지도 변화

한반도 기온 10년새 0.3℃ 올라…2100년엔 사과 재배 못해

이상기후 확산에 강원도 고랭지 배추 면적은 12년새 14%↓

"국가차원 상시 비축·관리 절실…안정적 공급 기반 마련을"





‘패션프루트·망고·구아버·용과·파파야·아보카도….’

모두 국내에서 재배되는 아열대 과일들이다. 23일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열대 과수 재배 면적은 지난 2010년 33.9㏊에서 2014년 58㏊, 2020년 171.3㏊까지 10년 새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과수별 재배 면적은 망고 67.7㏊, 패션프루트 34.8㏊, 올리브 20.9㏊, 바나나 17.6㏊, 용과 7.2㏊, 구아버 5.5㏊ 등이었다. 농촌진흥청은 국내 경지 면적 중 아열대 작물 재배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20년 10.1% 수준에서 오는 2080년에는 62.3%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우리나라의 대표 과일인 사과가 한반도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사과 재배지는 빠르게 북상해 고랭지 채소를 재배하던 강원도에서 사과 재배 면적이 최근 수년간 급증하고 있다. 2007년 114㏊에 불과하던 강원도 노지 사과 재배 면적은 2014년 522㏊로 약 5배, 2021년 1,610㏊로 약 14배가 됐다. 유엔 국제기후변화위원회(IPCC) 보고서는 사과가 2100년에는 한반도 백두대간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작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 원인은 한반도의 기온 상승이다. 기상청이 1991~2020년 사이 한반도의 평균기온과 강수량 등을 산출해 올 3월 발표한 ‘기후 평년값’을 보면 이전 30년(1961~1990년)에 비해 최근 30년간 봄(91일)과 여름(118일) 일수가 각각 4일 길어진 반면 가을(69일)은 하루, 겨울(87일)은 1주일 단축됐다. 우리나라의 최근 30년 연평균 기온은 12.8도로 10년 전 측정치보다 0.3도 상승했다. 기상청은 현재 수준의 탄소 배출이 이어질 경우 2060년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3.3도 상승하고 폭염은 4배(93.4일) 증가할 것이라 예상했다.





2월에 꽃이 피고, 4월에 서리가 내리고, 5월에 장마가 오고, 9월에 폭염이 계속되는 이상기후는 밥상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올 상반기 밥상물가가 급등한 것도 이상기후와 관련이 깊다. 사과(54.3%)는 지난해 54일간 이어진 기록적인 장마로 생산량이 줄어 1999년 이후 22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고 배(47.0%), 복숭아(43.8%), 감(22.0%)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파 가격이 상반기 156.6% 급등해 1994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연초 한파 탓에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올해 날씨도 예외는 아니다. 따뜻한 겨울과 함께 5월에 하루 걸러 한 번꼴로 비가 오면서 올봄 과수원에는 과수화상병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과수흑사병’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에 감염되면 사과·배 등의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이 갈색으로 변해 말라죽는다. 비가 오면 과수화상병 균이 주변 가지로 퍼져나가 피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이달 들어서는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 강원도 평창에서도 기온이 35~36도까지 오르며 고랭지 배추 재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더운 날을 필요로 하는 사과도 폭염으로 인한 햇볕 뎀(일소)을 겪고 있다. 일 최고기온 31도를 넘으면 과다 착과한 사과나무 가지가 늘어지고 탄저병 등으로 인한 부패가 일어나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한반도 작물 지도를 바꾸고 있는 점은 밥상 물가를 넘어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탄소 배출이 지속될 경우 2100년까지 벼 수확량은 25%, 고추 수확량은 89% 감소한다. 여름에 나던 옥수수 수확량은 10~20%, 감자 수확량은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랭지 배추는 아예 재배지가 사라져 김장 담그기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등으로 자국우선주의를 강화해 곡물 수출을 통제하는 가운데 이상기후까지 나타나면서 식량 안보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째 상승세다. 이에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 수급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식량 대책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는 과거 사료용을 제외한 곡물 자급률을 6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19년 자급률은 45.8%에 불과하다. 특히 육류 소비가 늘어나며 사료용까지 포함한 곡물 자급률은 21%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쌀 자급률은 90%를 넘지만 콩(26.7%), 밀(0.7%), 옥수수(3.5%) 등은 자급이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식량 안보를 위해 공공 비축량 확대와 식량 콤비나트 구축 및 해외 식량 기지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식량을 확보하고 상시 비축·관리하는 비축 기지를 조성해 식량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새만금에 식량 콤비나트를 구축하고 여기에 제분·착유 시설 등 식품 가공 공장까지 유치하면 식품 산업 전반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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