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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변이로 글로벌 긴축 전략 스케줄 교란…신흥국에 위기 경보” [청론직설]

◆송의영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서강대 교수)

-‘코로나 터널’ 더 길어지면 신흥국 스태그플레이션 직면

-韓, 하반기 기준금리 올려 자산 시장 거품 경고 보내야

-非기축통화국 국가부채 확대 위험, ‘건전재정법’ 필요

-대선주자들 최우선 경제 화두로 ‘혁신 성장’ 내걸어야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글로벌 국가들의 출구 전략 스케줄을 교란할 수 있다"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일부 신흥국들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각국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징후가 심상치 않지만 코로나19가 변이된 상태로 악화하는 마당에 섣부르게 긴축 정책을 펼 경우 경기 전체가 회복되기 힘든 국면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인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이 바이러스가 글로벌 국가들의 출구 전략 스케줄을 교란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신흥국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송 교수는 한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코로나19가 최악에 빠져들지 않는 한 올 하반기에 한 번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부동산 등 자산 시장의 거품에 경고음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에 대해서도 “한국은 선진국처럼 국가 채무를 늘리면 위험하다”며 “나랏빚을 억제하는 건전재정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교수를 19일 만나 글로벌 경제의 긴축 전망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글로벌 각국이 긴축에 속도를 내는 와중에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등의 긴축 시점과 방향이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당초 글로벌 시장에서는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미국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오는 2023년쯤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이는 변이 바이러스가 지금처럼 확산되기 전의 예측이었다. 갈수록 상황이 바뀌고 있다. 지금처럼 확산 추세가 이어진다면 긴축 시기는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경제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현상이 등장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는데 바이러스 문제가 이를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변이 바이러스로 글로벌 긴축 흐름이 안갯속에 빠졌다는 뜻인데.

△세계 경제는 앞으로 2~3년 동안 상당히 혼돈에 빠져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긴축 진행 속도에도 많은 불확실성이 생기고 있다. 경기 상황만큼이나 중앙은행의 행동 방식을 가늠하기도 힘들어질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확산 양태에 따라 각국의 긴축을 포함한 ‘엑시트(출구) 전략’과 정책 스케줄을 교란할 수 있다. 경기 측면에서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임금이다. 각 기업의 임금이 오르면서 이에 따른 비용 인플레이션의 확산 속도가 통화정책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하지만 임금발 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국면을 고착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자산 가격 거품으로 시장이 금융 정상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글로벌 긴축 시점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세계 경제의 충격은 작지 않을 텐데.

△테이퍼링은 의외로 2013년 ‘긴축 발작’만큼의 심각한 후폭풍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과거 경험을 토대로 테이퍼링에 앞서 충격 완화를 위해 충분히 ‘마사지’를 하고 유연한 접근 방식을 구사할 것이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간 분리 전략으로 시장의 쇼크를 최소화하는 작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책 당국자들이 테이퍼링을 하더라도 기준금리 인상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분명하게 선을 그을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플레이션을 차단하지 못한 채 경기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그나마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초강력 재정 정책을 펴는 데다 충분한 백신 공급 능력을 가져 미국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은 다르다. 특히 신흥국들에서는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은 터에 원자재와 환율 불안으로 물가는 물가대로 오르고 경기는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준하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일단 동결했다. 코로나19 악화로 금리정책의 향방을 예측하기가 더 힘들어졌는데.

△사실 부동산 문제만 아니라면 기준금리를 빠르게 조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거품을 그대로 둘 경우 1~2년 후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거품과 부채 증가로 금융 취약성이 더욱 확대되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컨트롤 능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지금보다 급격히 늘어나거나 경제가 심각한 국면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거품이 끼어 있는 시장에 강력하게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 단순히 구두 경고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통화 당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하반기 중 한 번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자산 시장의 거품 문제를 강조했는데 긴축이 단행되면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정부·기업·가계 등 3대 경제 주체의 부채가 총 5,000조 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국가 부채보다 민간 부채가 먼저 터질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 채무가 늘어나도 괜찮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선진국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에 대한 일종의 불문율을 깨면서까지 부양에 나섰다. 하지만 우리는 기축통화 국가가 아니므로 선진국처럼 채무를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 건전재정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자율적으로는 나랏빚을 줄이려 하지 않으니 법을 통해 강제로라도 채무를 억제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 채무를 줄이기 위해 증세 논의에도 들어가야 한다. 어차피 현 정부에서 법적 장치를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차기 정부 출범 이후 국가 채무를 억제하는 법적 장치를 꼭 마련해야 한다.

-민간 부채 문제가 먼저 발생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선 걱정되는 것은 기업 부채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부실이 커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정부가 9월까지 채무 원리금을 유예해줬지만 부실 규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것이다. 이 부채가 금융 부실로 전이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재난지원금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경기 유지와 금융 안정, 재정 안정 측면 등을 위해 나랏돈을 사용하는 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최대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써야 한다. 이들의 손실을 줄여주는 것이 곧 부실을 축소하는 길이고 이를 통해 금융으로 부실이 전이되는 것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기업 부채 이상으로 가계 부채가 심각한데.

△어떻게든 제동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당장은 가계 부채 때문에 우리 경제가 금융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다른 돌발 요인과 맞물린다면 외국인들이 우리 시장을 떠나는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각한 국면으로 치닫거나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는 사태 등이 발생하면 외국인들은 가계 부채를 명분으로 한국에서 이탈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변동금리 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 저금리 체제를 자신하는 듯한 인상마저 갖게 된다. 국민들이 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하므로 부채 팽창에 제동을 걸기 위한 당국의 행동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언급했는데 양국 간 대결 구도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미국이 글로벌 기업의 자국 투자를 압박하고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자강론을 펴고 있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는 본격화하지 않았다. 당분간 미중 간에 극단적 대립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인 디커플링 시기를 연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코로나19 위기에서 회복 중인 미국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났다는 확신이 들고 여기에 유럽과의 동맹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판단하면 디커플링이 본격화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임기 안에 디커플링이 시작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2~3년 안에 글로벌 경제에 좋지 않은 환경이 찾아올 것으로 본다. 다만 디커플링이 발생해도 안보·지식재산권·보조금 문제가 심각한 일부 산업에서만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최소화할 것이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주자들이 우선 어떤 경제 화두를 제시해야 하는가.

△대선 주자들이 내세우는 기회 균등과 공정 등은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혁신 성장의 화두가 먼저 나와야 한다. 다행히 대기업들이 미래자동차·배터리·바이오·소재 산업에서 혁신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만 해도 절망적이었으나 최근 기업들이 혁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차기 정부는 여기에 불을 더 지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물론 전통 산업에서 신산업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노동의 유연성 확보가 시급한데 여기에서 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를 뚫기 위해 구조 개혁과 사회 안전망 강화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He is…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장훈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밴더빌트대 조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2년 동안 서강대 경제학부 학장 겸 경제대학원장을 역임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대외경제분과 의장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12월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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