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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生 2막] "30년 만에 '사시 면접 탈락' 구제…늦깎이 변호사 됐죠"

■ 신상한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

학창시절 유신 반대시위 전력 탓

신군부 때 2년 연속 사시 면접 고배

법조인 꿈 접고 산은서 금융인 길로

2007년 과거사위 불합격 취소 권고

뒤늦게 금융 전문 변호사로 새 출발

[法生2막] 산업은행 출신 변호사 ,금융전문 파트너 신상한 변호사 인터뷰./권욱 기자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던 응어리가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신상한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65·사법연수원 43기)는 지난 2007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에서 ‘사법고시 불합격 처분 취소에 대한 권고’ 결정을 전해 듣고 북받쳤던 당시를 떠올렸다. 신군부 정권이 들어섰던 1981년, 사법시험 고시생이었던 신 변호사는 면접으로 치러지는 3차시험을 앞두고 불길한 소문을 들었다. 시위전력이 있는 응시생들은 ‘묻지도 말고’ 떨어트린다는 내용이었다. 서울대 법대 재학시절 유신정권 반대시위에 참여해 정학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던 터라 두려움 마음이 컸다. 설마 했던 우려는 현실이 됐고, 신 변호사는 이듬해까지 2년 연속 3차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판사를 꿈꿨던 신 변호사는 좌절 끝에 군대를 갔다. 전역 후에는 은행원의 길을 택했다. ‘신의 직장’으로 꼽히는 산업은행에서 주요 요직을 거치며, 행복한 가정도 꾸렸다. 하지만 ‘법조인’이라는 글귀는 마음 속 미련으로 남았다.

신 변호사는 “군사정권은 그렇다 치더라도 문민정부에서는 과거 군사정권의 인권탄압 사건에 대한 구제를 내심 바랐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랜 꿈을 잊고 살던 신 변호사는 어느 날 법대 선배였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의 발목을 잡았던 ‘사법시험 면접 탈락 사건’이 과거사위의 심사대상이 됐다는 소식이었다.

신 변호사는 “신청일 마감을 하루 남기고 선배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자료를 정리해 구제를 접수했다”며 “시위전력을 이유로 사법시험 불합격 처분을 한 것은 분명한 인권침해이지만,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거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을 받은 사건 등에 비하면 경미해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그 때를 떠올렸다.

[法生2막] 산업은행 출신 변호사 ,금융전문 파트너 신상한 변호사 인터뷰./권욱 기자




국가는 뒤늦게 신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008년 1월 법무부는 불합격처분을 취소하고 합격처분을 내렸다. 27년 만에 그토록 바랐던 사법연수원이 들어갈 자격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새로운 난관이 그의 앞을 막아 섰다.

“변호사로서 산업은행에 계속 근무하고 싶었지만, 사법연수생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에 적을 두는 것은 겸직금지에 해당하므로 휴직하거나 퇴직하고 입소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은행에서 주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러던 중 신 변호사는 2011년 산업은행을 명예퇴직하고, 1981년 제23차 사법시험에 합격한 지 30년이 지난 2012년 3월 사법연수원에 입소했다. 그는 “당시 연수원장은 법대 선배셨고, 같은 반에는 나이 차이가 30살이 나는 아들 친구가 있었다”고 술회했다.

어릴 적 목표했던 판사는 멀어져간 꿈이 됐지만, 수료 후 은행원의 경험을 살려 금융 전문변호사의 길을 걸었다. 현재는 인수합병(M&A), 합작투자, 기업구조조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증권 등 금융업 전반의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금융업계는 가까이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지속가능경영(ESG), 암호화폐, 핀테크, 좀 멀리는 중앙은행전자화폐(CBDC) 등으로 격변기를 맞고 있다. 다만 국내 금융사들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신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자금운용이나 금융상품 개발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거나 여의치 않다면, 국내의 전문가나 해외의 전문가를 유치하여 인력을 전문화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또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국내시장만 바라보지 말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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