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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대신 이해를”…‘어딘가 다른 사람’에 대한 책 잇따라

자폐증·조현병·우울증 등

올바른 지식과 공감 강조





코로나 19로 소통 단절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타인에 대한 경계감과 불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때로는 오해가 소외와 혐오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이에 출판계에서는 타인, 그 중에서도 특히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데 부족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고, 그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달 초 출간 된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꿈꿀자유 펴냄)’는 소아과 전문의이자 출판사 대표인 강병철이 직접 번역한 ‘벽돌책’이다. 공저자 존 돈반과 캐런 주커는 미국의 언론인으로, 두 사람은 2000년 이후 팀을 이뤄 여러 채널을 통해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왔다. 이들은 1930년대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약 80년의 역사 동안 자폐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사회가 자폐증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진통을 겪었는지 설명한다. 이들은 “자폐의 역사는 폭력과 학대, 착취와 소외, 희생과 비극과 시행착오로 얼룩져 있다”고 말한다. 이로 인해 사회와 과학은 무지함 속에 자폐증에 대해 수많은 실수를 저질렀고, 심지어 국가권력이 자폐인들을 조직적으로 살해하기도 했다. 근래 들어 자폐증이라는 개념이 생긴 후에도 의학계는 ‘냉장고 엄마’라는 말도 안되는 이론을 세워 자폐의 탓을 엄마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그래도 자폐증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려 노력한 사람들도 있었다. 의사, 심리학자, 언어학자, 언론인, 교육가 등이 재능과 열정을 발휘한 덕분에 자폐증은 사회에 격리해야 하는 불치병이 아니라 넓은 스펙트럼에 존재하는 인간의 특성 중 하나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어딘지 다른 사람이 살아갈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득한 사람들 덕분이라고 책은 말한다.



조현병의 바이블로 불리는 '조현병의 모든 것(심심 펴냄)도 출간됐다. 역시 760쪽에 달하는 ‘벽돌책’으로, 조현병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풀러 토리 미국 국립 군의관 의과대학교 교수가 35년에 걸친 연구 결과가 총망라돼 있다. 1983년 처음 출간 돼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50만 부 넘게 팔렸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번에 처음 소개 됐다. 그 만큼 조현병을 이해하려는 우리 사회의 의지가 덜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책에는 저자가 환자 수백 명을 상담한 사례와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정보 등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다. 이 책이 오랫동안 환자와 가족, 학계로 지지 받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공감과 연민이 가득한 저자의 자세 때문이다. 그는 책에서 “공감이 있을 때 조현병은 개인적 비극이다. 공감이 없을 때 그것은 가족의 재난이된다. 조현병을 이해한다는 것은 병을 둘러싼 무지의 안개를 걷어내고 신비의 영역에서 끌어내 이성의 햇빛 아래 세우는 일이다”라고 강조한다.





우울증에 대한 책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먼저 앤드루 솔로몬 뉴욕 컬럼비아대 임상심리학과 교수의 ‘한낮의 우울’이 발간 20년 만에 재출간됐다. 책은 2001년 발간 당시 우울함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는 평가와 함께, 우아한 문장과 깊이 있는 탐구로 주목 받았다. 개정판은 100여 페이지 정도 분량이 늘었다. 저자가 출간 후 20년 동안의 변화를 추가 서술했다. 저자는 출간 후 만나게 된 우울증 환자 등 여러 사람들과의 인터뷰 기록, 전기 치료 등 새로운 기술적 변화와 그 영향 등을 소개했다. 무엇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자기 치유의 메시지가 돋보인다.



우울증에 대한 전문 서적은 아니지만 의사의 우울증 고백과 새로운 삶을 살게 된 과정을 고백하는 책도 출간됐다. 한국인 최초 에볼라 의료진으로 알려졌던 정상훈이 쓴 ‘어느 날, 죽음이 만나자고 했다’다. 꺼내기 어려운 고백이지만 그는 책에서 가족 관계에서 왔던 고통, 의사가 결국 우울증을 인정하고 치료 받은 과정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국경 없는 의사회 활동을 하게 된 이야기 등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자기 내면의 아픔과 타인의 아픔을 동시에 껴안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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