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환자 위해 필요" "의료행위 위축"...6년 공방 이번엔 끝낼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뜨거운 감자된 '수술실 CCTV'

대리수술·성범죄·사고은폐 의혹에

CCTV 도입 찬성 여론 80% 육박

23일 3개 법안 법안소위에서 논의

"분위기 다르다" 巨與 강행 움직임

해외엔 설치 의무화한 사례 없어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11일 인천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관계자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카메라로 수술 장면을 영상 녹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인천과 광주의 척추 전문 병원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지고, 전직 대학병원 인턴이 수술실에서 마취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면 의료진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소극적 의료 행위를 유발해 결과적으로 환자의 건강권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국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되면서 여야가 논쟁을 벌이며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법안 도입 논쟁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년 전인 2014년 의료진이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실에서 생일 파티를 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돼 논란이 일고, 한 여고생이 성형 수술을 받다가 뇌사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로 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법안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폐기됐다. 20대 국회 때도 간호 조무사가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 지혈을 하는 영상이 공개돼 거센 비판 여론 속에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3건의 법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것으로 오는 23일 상임위 제1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결론이 날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 분위기는 과거와는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물론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까지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현재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지만 여론을 감안할 때 강하게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실제 리얼미터가 지난 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수술실 CCTV 도입에 대해 찬성 의견이 78.9%로 반대(17.4%) 주장을 압도했다.



의사협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단체들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협은 지난 17일 일단 입법을 보류하고 의료계·정부·정치권·환자 단체 등이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의협이 CCTV 설치 이슈와 관련해 논의의 여지를 열어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의 입법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 차선책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환자와 의료계가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지점은 기대효과다. 환자들은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의 안전이 보호되고, 의사들이 불필요한 의료분쟁에 휩싸이는 것을 오히려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CCTV가 고위험 수술을 하는 외과 의사가 불필요한 의료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분쟁이 더 늘어나고, 실패 가능성이 높은 어려운 수술은 기피하게 돼 환자들에게 불이익도 돌아갈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상적으로 수술을 해도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CCTV를 달면 분쟁이 더 잦아질 것”이라며 “CCTV를 단다고 해서 수술이 잘못된 것을 알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자와 의사 단체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정부는 올해 초 ‘수술실 입구 CCTV 설치’라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환자 단체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자 단체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의료기관은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고 있다”며 “대리 수술, 성 범죄, 의료 사고 은폐 등을 막기 위해 CCTV를 설치하자는 것인데 느닷 없이 입구 설치 이야기가 왜 나오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수술실 장비 블랙박스’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CCTV 등으로 영상을 기록하지는 않지만 수술실 대화내용을 녹음하고, 수술 집도의의 생체 정보, 각종 의료장비의 사용현황 등을 기록으로 남기는 방식이다. 의료계의 인권이나 수술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무 자격자의 대리 수술 및 이로 인한 의료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 단체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비의료인의 대리 수술도 문제지만 집도의가 아닌 전공의 등이 마취 상태의 환자를 대상으로 핵심 의료 행위를 수행하는 것 역시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해외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한 나라는 없다. 유럽에서는 입법 논의 자체가 없었다. 미국에서는 메사추세츠, 위스콘신 주에서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법제화 되지는 않았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