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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흔들리는 군심

민병권 정치부 차장

민병권 정치부 차장




영관급 장교 A씨는 요즘 TV나 온라인 뉴스 사이트를 볼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 올 들어 군내 성폭력 사망·은폐 사건을 비롯해 부실급식·보급품 논란이 잇따라 터지면서 관련 뉴스가 연일 도배되고 있어서다. 그는 “박봉에, 잦은 격오지 근무로 마누라와 애들 고생만 시킨 못난 가장이지만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며 “요즘엔 군의 부정적인 모습만 부각되는 데 이러다 군복 입고 다니기가 부끄러워질까 걱정된다”고 개탄했다.

최근 기자가 만난 여러 군 장교들은 A씨처럼 군의 자긍심과 사기가 꺾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영관급 장교 B씨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군 지휘관들이 ‘싸워 이기는 부대’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 보다 ‘내 임기 중 사고 치지 않는 부대'로 만드는 데 점점 더 치중하는 것 같다”며 “이래서야 영이 제대로 서겠느냐”고 말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요즘 영내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대통령과 군 지휘부는 군을 질책하고 책임을 묻는 군정에 치우친다"며 “간부와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하고, 임무에 집중하도록 다독여 군령도 조화롭게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사회적 이슈 속에 군의 정보 보안 장벽에 균열이 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근래에는 장병들이 일부 페이스북 페이지 등 민간 온라인 채널을 통해 군내 각종 상황을 사진까지 찍어가며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다. 해당 병사들은 병영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한 것이겠지만 엄격히 보면 군 사이버 보안 관련 훈령을 위반한 것이다. 이런 일들을 계속 방치하면 자칫 주요 군 시설 현황, 작전 내용 등이 무분별하게 새나가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다른 한편에선 여당이 성폭력 피해 공군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을 명분으로 고등군사법원을 폐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군내 사건이라도 1심만 군사법원에 맡기고 2심부터는 민간 법원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어지간한 사건들은 2심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민간 법원 재판을 통해 각종 군의 동향이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군 작전 중에 사건이 일어나면 작전 내용이나 의사 결정 과정, 핵심 시설의 위치, 군 인적 사항 등이 일반에 여과 없이노출될 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 안보부터 사법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정보 보안이 위협받고 있음에도 국방부, 합참, 안보지원사령부 등 책임있는 기관들은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

물론 영내에서 부조리한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군심’과 '기강', '보안'이 흔들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군의 존재 이유는 적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국토를 지키는 것이다. 각종 사회적 이슈에 대응해 군의 시스템과 병영 문화를 개선하더라도 군 본연의 임무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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