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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유효기간 다 돼 가는 ‘안미경중(安美經中)’

임석훈 논설위원

中, 글로벌 수출비중 사실상 정점 달해

핵심원자재 시장서 영향력도 잃고있어

美도 反中 산업 밸류체인 복원 스타트

시효끝난 전략접고 동맹과 연대 강화해야





지난 4월 말 유엔 기구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흥미로운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중국이 지난해 전 세계 상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14.7%)이 15%에 육박했으나 사실상 정점에 다다랐다는 내용이다. UNCTAD는 당분간 중국이 수출 주도국 지위를 유지하겠지만 글로벌 무역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은 현시점이 최고 수준으로, 앞으로 기존과 같은 영향력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중국이 무역 대국 자리에서 내려올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출 비중이 꼭짓점에 달했다고 보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우선 중국 내 소비가 급속히 늘고 노동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또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유턴시키는 추세다. 미중 갈등으로 높아지는 지정학적 긴장, 사회적·환경적 이슈 해결 의지 부족에 대한 비판 등이 반중(反中)·반(反)세계화 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UNCTAD의 진단은 이미 곳곳에서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발표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9.0%나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9월(9.1%) 이후 약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는 국제 원유와 철광석·구리 등 원자재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원유와 구리를 포함한 핵심 원자재 시장에서 그동안 중국이 가지고 있었던 영향력을 잃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미국의 중국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구상을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 발표한 공급망 강화 전략에는 반도체, 배터리, 필수 광물, 바이오 등 4개 핵심 분야의 중국 견제 청사진이 담겼고 ‘무역 기동타격대’ 신설까지 포함됐다. 중국이 사실상 독점해온 희토류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세계의 공장’을 무기로 글로벌 경제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동맹국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공급망 강화 국제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동맹국과 반중 전선을 결성해 미국 중심으로 산업 밸류체인을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1~13일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본격적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중국 포위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한국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 동맹국이 돼 달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러브콜이 강해지는 분위기다. 공급망 강화 전략에서 한국을 ‘74회’, 삼성을 ‘35회’나 언급했을 정도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미 외교협회(CFR)의 스콧 스나이더 국장은 지난달 열린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이렇게 분석했다. “미국이 한국과 공급망 복원을 위한 경제적 협력을 구축함으로써 한국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중시)’ 전제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 전개는 안미경중 전략의 유효기간이 다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비슷한 징후들이 더 빈번하고 확실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안보와 경제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갈수록 안보·경제가 서로 얽히면서 안미경중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격화하는 미중 산업 패권 경쟁은 당장 반도체·배터리 등 우리 먹거리와 직결된 분야로 전선이 확대됐다. 시효가 만료돼 가는 전략에 기대어 우왕좌왕하다간 모든 것을 잃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과 중국의 경제 보복을 통해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계적인 균형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분명한 대원칙을 세워야 할 때다. 그 중심은 미국 등 동맹국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래야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줄이고 탈(脫)중국을 가속화해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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