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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칼럼] 중국 국가 이미지 프로젝트의 명암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中, 세계2위 경제·군사 강국 부상에도

美 압박 속 국제사회 외톨이 위기감 커

이미지 바꾸려 스토리 전파 독려하지만

쌍방 소통 등 발상전환 없인 효과 못내





중국 공산당은 권력의 핵심인 정치국원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집체학습을 한다.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국정 방침을 포함해 빅데이터·블록체인·양자컴퓨터 등의 주제로 벌써 30여 차례를 개최해 국정 이해도를 높여왔다. 그런데 지난달 31일 개최된 회의 주제는 이례적으로 ‘중국의 국제 전파 능력 건설의 강화’였다. 이 회의를 주재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종합 국력과 국제 지위에 부합하는 국제 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거세지는 와중에서 중국의 국가 이미지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데 대한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세계 제2의 경제력과 군사력 등 하드파워를 지닌 능력 국가가 됐지만 다른 국가로부터 존경받는 소프트파워를 가진 매력 국가는 아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중국 발전 모델에 대한 서사가 부족했고 당 중심 체제 속에서 사회의 자율성이 현저히 약화됐으며 부상한 힘을 국제사회에 투사하는 방식도 투박했다. 중국 국방대의 한 교수도 “미국이 이렇게 중국을 공격하는데, 우리를 동정하는 국가가 하나도 없는가”라고 자성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중국 지도부는 중국 스토리를 전하고 중국의 목소리를 전파하고 실제적이고 입체적이며 전면적인 중국을 전파하라고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수많은 관련 연구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필자에게도 솔직한 의견을 구하는 중국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에서도 중국의 국가 이미지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중 관계는 내년이면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양국 정상은 이를 준비하기 위해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고 올해부터 내년까지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정했다. 실제로 한중 간 고위정치(high politics)는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실제로 한미정상회담에서 중국 요인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부정적 상호 인식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의 한중 전문가 설문 조사에 따르면 상호 인식의 평점은 한국 전문가들이 10점 만점에 5.57, 중국 전문가들은 6.5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일반 대중의 대중국 호감도는 20% 이하다. 미래 한중 관계의 주역인 MZ세대는 더욱 부정적이다. 특히 김치 논쟁, 한복 논쟁, BTS 문제, 한국전쟁 등 중국 네티즌이 한국인의 감정선을 건드릴 때마다 수면 아래에 깔린 불편한 역사의 기억이 쉽게 소환된다. 물론 한국 내에서 중국에 대해 믿고 싶은 것을 믿으려는 확증 편향이 있고 이를 증폭하는 거친 온라인 플랫폼이 있으며 최근 ‘국적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를 정략적으로 동원하기도 한다.



중국도 기왕에 전파 능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언로를 개방해 다양한 비판을 허용하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이 필요하다. 새로운 발상은 창의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둘째, 상대의 눈으로 자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셋째, 유연성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체제 구속성이 강할수록 선전의 유혹에 빠지면서 효과는 반감된다. 넷째, 화학적으로 스며들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인력·투자가 아니라 매력적 스토리다.

미국은 미중 전략 경쟁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거추장스러운 ‘자유주의’를 뺐고 효용 극대화를 위해 활용했던 글로벌 가치사슬 대신 이익과 안보를 결합하는 공급망 전략으로 선회하는 등 진영형 다자주의를 강화하면서 대국의 여유를 잃고 있다. 역설적으로 중국에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 중국이 ‘바닥을 향한 경쟁’이 아니라 세련된 개방, 자유무역, 대안의 세계화, 기여 외교로 열려 있어야 한다. 원래 공공 외교의 본령도 다른 국가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온갖 정책에 ‘K’를 붙이면서 정책 홍보에 치중하는 한국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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