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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위기 닥쳐도 중단 없는 지속 가능 오케스트라, 그 희망의 씨앗 심었죠”

■박선희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20여년 현장 누빈 클래식 공연 기획통

금호문화재단선 영재 발굴 프로그램 주도

취임 1년 만에 코로나19 위기 맞았지만

눈앞 욕심 아닌 긴호흡으로 내실화 집중

아카데미 열어 젊은 음악인에 기회 제공 등

'연주·작곡·지휘' 미래인재 양성 기틀 마련





박선희(사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는 2019년 1월 취임해 이제 임기까지 6개월여를 남겨두고 있다. 임기의 절반은 코로나19 탓에 무엇 하나 확실하게 추진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누구에겐들 힘들지 않은 기간이었을까마는 라이브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나는 오케스트라에 예상치 못한 역병은 일시적인 공연 중단을 넘어 존재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련이었다.

취임 직후 마주한 큰 위기였지만 그 시기를 돌아보는 박 대표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무엇을 향해 어떤 방법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 엎어져 야속한 마음이 들 법한데 박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취임 당시 제가 이곳에서 음악계를 위해 이루고자 했던 작업이 오히려 더 절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마따나 코리안심포니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공연이 어려워지자 더 과감한 도전의 씨앗을 뿌렸다. 국내 오케스트라 최초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멀티 뷰, 멀티 음향 기술을 도입한 공연 영상을 제작하는가 하면 신진 발굴·지원을 위한 아카데미 사업에도 시동을 걸었다. “임기 중 과실을 따겠다는 욕심 대신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박 대표를 서울 예술의전당 코리안심포니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클래식계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통이다. 대학 졸업 후 공연 기획사를 시작으로 지난 20여 년간 국내 클래식 음악 현장을 누벼왔다. 특히 2002년부터 금호문화재단 음악사업팀에 근무하며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의 내한 공연을 기획하는 한편, 국내 클래식계 ‘스타 발굴의 산실’로 통하는 영재·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연주자가 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김선욱·손열음·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신지아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정부가 박 대표를 발탁하면서 “경영 혁신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 같은 경력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공연 관련 기획사 두 곳을 거쳐 금호문화재단에 입사한 것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클래식은 시장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였어요. 극소수의 사람이 폐쇄적으로 (연주)하고 관람하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기반이 없는데 2·3차 활용을 고민하는 것에 대한 회의가 들었어요.”

기반을 다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한 끝에 박 대표는 두 가지를 떠올렸다. 정책 그리고 기업의 비영리였다. 기반을 다지고 경쟁 단계로 시장화하는 작업을 예술계에만 맡겨둬선 안 될 일이었다. 박 대표는 “구조를 바꾸는 문제에는 국가의 정책적 도움과 기업의 비영리 지원이 꾸준히 개입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금호문화재단에 입사한 것도 시장 논리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지원한다는 점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재단이 1998년부터 시작한 영재 지원 프로그램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며 세계적인 연주자들을 배출하고, 매년 주요 콩쿠르에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이처럼 긴 호흡의 투자와 그 성과를 경험했기 때문일까. 박 대표가 취임 후 추진 중인 사업은 모두 씨앗을 심어 오랜 시간 공들여야 결실을 볼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는 “국가 보조를 받는 단체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활동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 우리 스스로 우리 자리를 잘 만들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질문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절실한 문제가 됐다. “지난해 내한 연주가 거의 사라지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음악계의 민낯을 봤죠. 그동안 내실화에 얼마나 충실했나, 자질이 충만한 젊은 연주자에게 얼마나 기회를 줬나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됐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박 대표는 미래 세대 육성을 통한 저변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교육하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아카데미’, 작곡가 육성을 위한 ‘작곡가 아틀리에’, 전 세계를 무대로 차세대 지휘자를 발굴하는 ‘국제지휘콩쿠르’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필수 요소인 ‘연주자-작곡-지휘’의 역량을 강화하고 클래식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꾼다는 취지다. 박 대표는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사회와 같아서 오랜 시간 각 파트가 노력하고 화합하며 숙성돼야 한다”며 “이들 3개의 축이 그 기반을 업그레이드할 방아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리안심포니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의 최대 미덕은 현장 경험이다. 우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악단의 핵심 과제지만 그 인재가 꼭 대학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독일 오케스트라 대다수는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젊은 연주자들에게 악단과 함께 생활하며 함께 연주할 기회를 준다. 카라얀 아카데미가 대표적이며,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2년 전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오케스트라는 엄격한 규율에 의해 움직입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선 배울 수 없는, 직접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을 습득하죠. 그 과정이 자신의 음악 활동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요.” 오케스트라의 역량 강화를 통해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클래식 한류’에도 도전해볼 만하다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클래식 음악이 백인 위주에서 아시아인 강세로 넘어온 지 오래”라며 “이런 시대에 우리에게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고, 아카데미가 그 전초전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아카데미를 매개로 아시아의 젊은 클래식 음악인들이 교류하고, 그렇게 코리안심포니의 위상이 공고해지는 것이 내 꿈”이라며 웃어 보였다. 국제지휘콩쿠르도 이 같은 장기 비전의 연장선에 있다. 코리안심포니는 전 세계 신인 지휘자를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아 오는 11월 1회 국제지휘콩쿠르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나같이 긴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다. ‘임기 중 과실을 따 먹고 싶은 욕심은 없느냐’는 질문에 솔직하지만 현명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전 직장에서 긴 호흡의 재미를 못 봤으면 저도 아마 기관장으로서 눈앞의 성과에 욕심을 냈을 겁니다.” 기다리며 물 주고 가꾼 뒤 얻은 결실의 소중함이 이번에도 기꺼이 ‘씨 뿌리는 자’를 자처하게 했다. 박 대표는 “인사가 발표된 주말 동안 음악계 관계자들로부터 ‘코리안심포니는 이런 곳’이라는 사전 교육을 다 받았다”며 “자신의 청춘과 열정을 바친 코리안심포니에 대한 애정 어린 당부에 ‘나 이거 잘해야 하나 보다’ 하고 군기가 바짝 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라는 거대한, 미완의 역사서에 박 대표는 소중한 한 장(章)을 써내려가고 있다. 굳이 제목을 붙인다면 ‘희망의 씨앗을 보다’였으면 한단다. 박 대표는 “건강한 씨앗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며 “이를 토양에 안정적으로 심는 시기, 우리의 원대한 꿈을 실천으로 옮기는 시기가 지금이라고 본다”고 미소 지었다.



△1997년 전남대 △2000~2001년 인포아트 기획팀 △2001~2002년 이컬처 기획팀 △2002~2019년 금호문화재단 음악사업팀 △2013~201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음악분야 책임심의위원 △2019~現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이호재 기자 s02079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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