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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실패한 토지공개념의 뜬금없는 소환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시공학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3법

시장 선택 왜곡시켜 실패했는데

이낙연 '부활 개헌안' 전격 주장

표심 잡기용 정책실험 그만해야





학기 초 부동산경제학 수업을 시작할 때면 언제나 부동산의 경제적 특징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서두가 토지의 공급 한정성과 관련된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우리 인식은 토지는 공급이 제약된 자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그 활용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이어지는 질문은 토지의 공급 한정성을 초래하는 원인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국토 면적이 인구에 비해 넓지 않은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토지의 면적은 3분의 1도 안되며 그중에 또 일부분만을 도시적 토지이용으로 활용한다. 관심의 초점인 도시적 토지이용을 얘기한다면 관점이 더 달라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결국은 주택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급하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온갖 땅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런데 결국 공급 확대의 주요 대안들은 우리 옆에 있었던 그동안 그린벨트라는, 생산녹지라는, 공원용지라는, 철도용지라는 인위적인 규제로 묶어 놓았던 땅들이다. 즉 도시 토지의 공급 한정성은 우리가 정한 인위적인 규제에 의해 초래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제든지 사회적인 합의가 담보가 된다면 도시적 토지이용으로 변모할 땅들은 주위에 적잖이 존재하는 것이 국내 현실이다.

토지공개념의 이론적인 근거가 된다고 주장되는 헨리 조지의 토지세의 중립성과 효율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토지의 공급이 고정돼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토지 위에 더해진 자본이 아닌 토지 자체에 대한 과세는 자원의 배분을 왜곡시키지 않고, 토지 임차인에게 전가되지 않고, 고스란히 토지 소유주에게 부담 지워져 토지 위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의 잉여가 모두 사회로 환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적 토지의 용도별 공급은 가변적인 관계로 기본적인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 쉬운 예로 토지 위에 더해진 자본에 대한 과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을 동반하고 있지만 상가 임대료를 토지분과 건물분으로 명확히 분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어떤 형태로 이뤄지든 주거용 오피스텔 토지분에 대한 지나친 과세는 지금 겪고 있듯 전월세를 앙등시키거나 주거용을 업무용으로 전환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노태우 정부 시기 토지공개념으로 시도된 택지소유상한제·토지초과이득세·개발이익환수제들도 투기를 방지하고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환수해 공공 복리 증진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면서 출발했다. 그러나 개인별로 일정한 규모 이상의 나대지로서의 택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택지소유상한제는 당시 주택 건설 촉진이 아닌 가건물로 대신할 수 있는 가든식당과 같은 왜곡된 용도로 변화시킨 게 현실이었다. 토지초과이득세는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 문제로 심각한 분란을 일으켰다. 개발 부담금이 재건축 부담금으로 바뀌어 정착한 개발이익환수제는 결국은 필요한 시점, 필요한 장소에 시장에서 요구되던 개발 사업이나 정비 사업들을 지연시키고, 도시 외곽의 주거 밀도가 서울 도심의 주거 밀도보다 높아지는 기형적인 토지이용 상태를 조장했다. 결국 토지공개념3법은 도시 성장 과정에서 토지 개발과 관련된 시장의 선택들을 왜곡시킴으로써 심각한 사회적인 비용을 촉발했다.

최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명성 부각을 위해 토지공개념3법 부활을 강조하고 있다. 현 정부 기간 동안 시장에 대한 몰이해와 편협한 이념에 기초해 노무현 정부 정책의 재시도를 통해 점철된 실패를 노태우 정부 정책까지 소환해 다시 실험하는 고통을 국민들에게 주지 말았으면 한다. 다행인 점은 그 외침의 메아리가 크지 않은 듯한 것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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