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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용]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새들, 살릴 수 있는데…

한국에서만 연간 800만마리 사망 추정

방음벽 '점 스티커'만으로도 막을 수 있어

'네이처링'으로 누구나 모니터링 참여 가능

서울 은평구의 도로 방음벽.




※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에디터는 여행지의 투명한 버스정류장 칸막이에 부딪힌 새를 본 적이 있어요. 유명한 호숫가 주변이었는데, 이름 모를 새가 눈 깜짝할 새 날아와서 투명한 플라스틱 칸막이에 부딪혀 떨어졌죠. 몇 분이나 고통스럽게 파닥이다 천천히 죽어갔어요.

알고보니 무참한 죽음을 막을 아주 쉬운 방법이 있더군요. 못 지나간다는 걸 인식할 수 있도록 스티커만 붙여주면 되는 거였어요. 그러면 우리나라 도로변에 흔한, 투명한 방음벽에 부딪혀 죽는 어마어마한 수의 새를 살릴 수 있더라구요.

◆새들이 부딪혀 죽는 이유
: 새들은 에너지를 아끼려고 낮게 날아다니곤 한대요. 그런데 속도가 시속 36~72km 정도로 빠른 반면 두개골은 계란만큼이나 연약(소형 조류 기준)하다 보니 부딪히면 죽는 거예요. 그리고 대부분의 새는 천적을 잘 보기 위해 눈이 측면 쪽으로 달렸대요. 눈 사이가 넓다 보니 유리창 같은 3차원 구조물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고. 녹색연합에 따르면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도로 방음벽,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대요.


이런 정보는 녹색연합의 ‘새:친구-새 충돌 방지 시민 모니터링단’ 활동에 참여하면서 얻게 됐어요. 활동 내용은 이래요. 5~6월 2개월에 걸쳐 각자 방음벽 주위를 찾아다니며 안타깝게 죽은 새를 찾아 모니터링 앱(네이처링)에 기록해요. 방음벽은 알고 보면 집 근처에도, 아파트숲이나 학교·관공서 근처에도 참 많아요.

아파트 옆에서, 소리도 없이 숱한 죽음


에디터는 인터넷 지도의 거리뷰로 방음벽이 길게 설치돼 있는 몇몇 장소를 확인한 다음 찾아갔어요. 제일 먼저 찾아간 지역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숲과 시멘트공장 사이의 도로에 설치된 방음벽이었어요. 360m 남짓한 방음벽을 따라 걸으면서 처음에는 과연 새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괜한 생각이었어요. 그 곳에서만 8마리를 찾았거든요. 안타까운 주검들은 나뭇잎이나 쓰레기 사이에서도 쉽게 눈에 띄었어요. 아기 주먹만한 조그만 새도, 어른 손바닥만큼 큰 새도 그렇게 죽어 있었어요.

새:친구 모니터링에 나선 첫 날에만 8마리를 찾았어요.


가엾은 새의 사진과 위치, 새의 종류, 죽음의 원인(방음벽인지 건물 유리창인지 등등)을 네이처링 앱에 기록했어요. 다른 모니터링 요원이 중복 기록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준비해 간 지퍼백에 새들의 사체를 잘 담았어요. 가방에 새들의 사체가 든 지퍼백을 담아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어찌나 무겁던지.

그렇게 휴일에 상암동과 고양시 등을 찾아다니며 혼자 모니터링을 하고, 6월 5일에는 다 같이 모여서 충남 서산의 어느 도로 방음벽에 줄무늬 스티커를 붙이는 작업도 했어요. 모니터링에 그쳤으면 무력감이 컸을텐데, 실제로 새들의 죽음을 막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서 조금 위로가 됐어요.

네 시간 동안 방음벽을 닦고, 기준점을 찍고, 스티커를 붙였어요. 서툴기 짝이 없는 에디터(사진)와 달리 새친구 활동에 오래 참여하신 분들은 현란한 손놀림을...!


◆스티커의 정체
풀네임은 ‘조류충돌 저감 스티커’. 점 스티커를 5cmx10cm 간격으로 붙이거나, 세로줄 스티커를 붙이면 끝이에요. 유사품으로 커다란 독수리 스티커(=맹금류 스티커)가 있는데, 아마 방음벽에 실제로 부착된 걸 본 분들도 많을 거예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맹금류 스티커는 효과가 없다는 사실. 새들은 생김새뿐만 아니라 움직임으로 대상을 파악하기 때문에, 맹금류 스티커를 5cmx10cm 간격으로 붙이지 않는 한 충돌을 막을 수 없대요.


녹색연합은 2019년부터 새:친구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그동안 스티커를 붙인 구간에서는 그 이후로 새 사체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대요.

더 희망적인 소식은, 지난 3월에 정부가 관련 고시를 바꿔서 앞으로 개통되는 모든 신규 도로의 방음벽에는 새 충돌을 막을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했대요. 방음벽이 세워진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스티커를 붙이는 것보단, 방음벽 제조 과정에서 이미 부착돼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겠죠?

다만 이미 설치된 수많은 방음벽과 통유리 건물들로부터 새들을 지켜야 하니까, 녹색연합의 새친구 활동은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고. 연간 800만 마리의 죽음 중 건물 유리창이 원인인 비율은 95%에 달하는데 사유재산이라 손대기 힘든 상황이거든요. 혹시 그런 사유재산(?)이 있으시다면 유리창에 점 스티커, 아트 스티커를 붙이는 방법을 고민해보기!

새친구 활동으로 모은 데이터는 정부와 지자체 등에 해결을 촉구할 중요한 자료가 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네이처링 앱으로 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 전해드릴게요.

네이처링 앱은 스마트폰, PC 웹페이지에서 간단한 가입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요. ‘미션’ 메뉴에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을 선택한 후 ‘미션 참여’를 누르면 끝. 그리고 새를 찾을 때마다 ‘관찰 기록’에 업로드하면 되는데, 용이한 자료 취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주의점이 있어요.


▲‘생물 분류’는 조류, ‘생물 이름’은 찾은 새의 종을 입력하면 돼요. 서식지 유형은 ‘인공시설’.

▲‘이름을 모르는 새라면 ‘이름을 알려주세요’를 택하세요. 전문가들이 며칠 내로 확인하고 어떤 종인지 이름 제안을 해 주면 반드시 ‘채택’을 눌러줘야 해요.

▲‘전문가들이 최대한 새를 알아볼 수 있도록, 여러 장(뒤집어서, 머리 쪽에서, 꽁지 쪽에서 등등) 찍어요.

▲‘관찰 시각과 관찰 위치는 자동으로 입력이 되는데, 한 장소에서 여러 마리의 새를 찾았을 경우라면 ‘관찰 위치’→'지도로 입력 검색'을 선택한 후 위치를 조금씩 바꿔주세요. 10마리를 찾았는데 점 하나만 찍는다면, 얼마나 많은 새가 죽어갔는지 전체 모니터링 지도에 충분히 담지 못하는 셈이니까요.

▲‘맹금류 스티커 유무에는 ‘유’ 또는 ‘무’, 충돌 장소는 1~3, 저감조치 유무는 ‘유’, 또는 ‘무’ 등 한 글자의 단답형 답변만 적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데이터베이스 만드시는 분들이 고생해요.


마지막으로, 새의 사체는 미리 준비해 간 지퍼백·나무젓가락·집게 등으로 잘 거둬주세요. 그래야 다른 모니터링 요원이 중복 기록하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요.

방음벽이나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는 정말 많은데, 정작 우리가 주로 활동하는 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아파트 단지 옆이나 학교 옆 방음벽, 오피스 빌딩, 상가 빌딩은 관리하시는 분들이 매일매일 치우실 테니까요. 하지만 주택가나 상업지구에서 조금만 벗어나 인적이 드문 구역의 방음벽 밑을 살피면 죽은 지 몇 시간, 몇 달 된 사체를 쉽게 찾을 수 있어요.

국립생태원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시민 참여 조사 지침서(링크)에선 이보다도 자세한 모니터링 팁과 새 충돌 현황 같은 전반적인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요. 네이처링 앱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영상(링크), 녹색연합의 새친구 활동 과정과 후기(링크)도 참고해서 많은 지구 용사님들이 새를 살리는 데 동참하길 바랄게요.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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