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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정적 인플레이션 경계해야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정치권 재정정책 영향력 커지며

나랏빚 급증·인플레 우려 높아져

재정건전성 확보 지혜 발휘할때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된 정부 각 부처의 오는 2022년도 예산 요구 규모가 593조 2,000억 원으로 전년도 예산보다 6.3% 늘어났다. 이러한 증가 추이는 최근 4년간 증가율과는 비슷하지만 그 이전보다는 크게 늘어난 규모다. 재정 지출 증가는 고령화로 늘어난 복지 수요를 충당하고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저소득층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가 급속히 늘어날 경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외환위기를 초래하는 비용 또한 존재한다는 점에서 재정 당국의 신중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먼저 재정적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춰야 한다. 원래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돼왔다. 재정 당국이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 규모를 일정 수준에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지킬 경우 재정 정책에 의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재정 정책이 정치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면서 과도하고 지속적인 재정 지출 증가가 현실화하고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정치권은 자산 가격 버블을 만들 수 있는 확장적 통화정책보다 경기 부양 효과가 직접적이며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확대 재정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은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그리고 2024년에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론을 중요시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정치권이 선거 전부터 집권을 위해 선심성 재정 정책을 펼칠 경우 시중 유동성 증가와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 당국과 정치권은 재정 정책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줄여 우리나라가 재정적 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의 증가 속도 또한 줄여야 한다. 올해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6%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국가 부채 또한 국제 비교 기준이 되는 일반 정부 부채로 보면 GDP의 55%에 근접할 것이 예상된다. 이 같은 속도라면 2년 내에 국가 부채는 상한선인 6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국제통화를 갖지 않은 우리는 재정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국가 신뢰도가 낮아져 자본 유출이 일어나 경제위기가 초래될 수도 있다. 재정 당국은 과도한 재정 지출을 억제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재정 지출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정 지출을 복지 확충에 사용해 소비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연관 효과가 큰 부문에 투자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 예산 요구안을 보면 전기·수소차 인프라 구축과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증가율은 높지만 산업 구조 전환이나 교육 및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 대한 증가율은 낮다. 재정 당국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미래 산업을 위한 산업 구조 전환과 저소득층 거주 지역의 교통 인프라 구축 등 필요하고 연관 효과가 큰 SOC 부문 그리고 직업 훈련 같은 교육 부문에 대한 지출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경제정책이 직면하는 정치적 환경도 크게 변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으로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실업이 크게 늘어나고 과거와 달리 재정 정책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당국은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재정적 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낮추고 재정 건전성 확보로 경제위기를 피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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