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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정상회담, 무엇을 얻었나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남북관계에 한국 독자적 여지 인정

포괄적 백신 파트너십 구축 합의

글로벌 보건 안보서 韓 위상 높여

항행 자유·대만 언급, 中 자극 우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끝났다.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맹’이라는 방향성을 재확인했을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그 범위와 폭을 새로운 차원으로 한 단계 격상한 점이다. 양국 정상은 기존에 주요 어젠다로 예상되던 북핵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협력 등은 물론 경제와 국방, 핵심 기술 협력 등 한미 간에 논의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슈들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우선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인한 것은 중요한 성과다. 판문점 선언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국이 남북 관계에 대한 한국의 독자적 여지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성김 미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대행을 첫 대북특별대표로 지명함으로써 대북 협상 재개를 위한 의지를 표명했다.

둘째,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 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이 지역의 범위를 넘어서는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양국은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저해하거나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하며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 유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법의 존중과 특히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 친중 편향으로 비춰지던 문재인 정부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중요한 행보다.

셋째, 백신 외교의 성과로는 포괄적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한미 백신 파트너십 전문가 그룹을 발족하는 한편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선도 그룹 참여 및 행동계획워킹그룹에도 관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당장 시급한 백신 물량 확보에는 실망스러울지 몰라도 미국과 장기적인 백신 파트너십을 합의한 것은 글로벌 보건 안보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성과다. 위탁 생산을 통해 한국은 글로벌 백신 공장으로 떠오르게 됐다.

넷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합의하고 민간 우주탐사, 과학·항공 분야 파트너십, 국제 원자력 협력에 합의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류션, SK이노베이션 등 4개 기업이 총 44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을 러시아와 중국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력 관련 대부분의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과 원전 건설 경험을 쌓은 한국이 손을 잡는 것도 이상적인 파트너십이다.



마지막으로, 미사일 지침 종료에 합의한 것은 한국의 군사 주권을 크게 신장한 조치다.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면 한국은 중국, 러시아까지 사정권 안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물론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도 가능해진다.

반면 우려스런 부분도 적지 않다. 우선, 우리 측이 대북 대화 유인책으로 추진해온 제재 완화나 종전 선언, 북미정상회담 조기 개최 등은 성사되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기존의 대북 제재 유지, 북한의 인권 문제 언급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개에 부정적 요소다. 사실상 별 새로운 인센티브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 북한이 대화 재개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중국발 후폭풍이다. 미사일 지침 종료는 북한은 물론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 법치, 항행의 자유 등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에 한국이 동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타이완을 언급한 것은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공동성명에서는 간략히 언급됐지만 한일 관계 개선도 한국에게 중요한 숙제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 유지를 공언한 바이든 행정부에게 한미일 협력은 중요한 정책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향후 정상회담 합의가 후속 조치로 어떻게 이어질지에 달렸다. 사실상 실패하는 정상회담은 드물다. 이번 정상회담도 한미 양국이 서로 원하는 모든 것을 한 바구니에 담은 모양새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문 정부 입장에서는 남북 관계에서 과속의 유혹을 뿌리치고 차기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초당파적 공감대 위에 이어가도록 하기 위해 어떤 레거시를 남겨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판문점 선언을 인정했지만 동시에 국제 제재의 틀을 유지하라는 것은 문 정부에게 프리패스를 준 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바이든 정부에게는 북한 문제보다 코로나19 퇴치와 경제 회복, 핵심 기술 협력,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 확보가 우선이라는 점을 유념하고 이들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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