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로 여는 수요일] 맨발로 걸어보면 알 수 있는 것들 2


최 영

맨발로 걸어보면 알 수 있다

나무들이 신발을 신지 않고

땅 속을

천천히 걷고 있다는 것을

맨발로 걸어보면 알 수 있다

꽃, 나비, 새, 바람, 하늘도

맨발이라는 것을

맨발로 걸어보면 알 수 있다

인간들만

신발을

신었다는 것을





꽃집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꽃과 나무들이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을. 값싼 플라스틱 신발부터 고급 세라믹 신발을 신은 식물들이 화사한 여행을 꿈꾸고 있다. 아직 걸음이 서툴러 외발로 서 있지만 설레어 다리 아픈 줄 모른다. 꽃집 주인은 구멍 난 신발에 물과 액비를 주며 날마다 웃는 연습을 시킨다. ‘축 발전’ 개업식 띠를 두른 고무나무가 의젓하고, ‘축 생일’ 카드를 꽂은 제라늄이 발랄하다. 산책로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개들도 신발을 신고 다니는 것을. 마리당 두 켤레씩 신는다. 머리에 신을 이고, 발에 신을 신고 다니는 영업사원들이 자꾸만 웃는다.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