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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앞뜰서 아이들 뛰놀고 저녁엔 바비큐 파티…"이맛에 단독주택 삽니다"

■코로나로 '핫'해진 단독주택

팍팍한 도시생활 지쳐 단독주택 발길

정원 가꾸고 흙 밟으며 "오랜 로망 실현"

땅값 비싼 도심에선 '협소 주택' 인기

대형 건설사도 '단지형 주택' 브랜드화

대중교통·편의시설 부족 등은 단점으로

서울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경기도 양평의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김정미(가명·맨 오른쪽)씨가 남편과 두 손주와 함께 앞마당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김정미씨 제공




“할머니, 이리 오셔서 고기 좀 드세요.”

마당 화덕에서 아빠와 함께 고기를 굽던 손주가 김정미(69·가명) 씨를 부른다. 화덕에서는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고 있다. 손주는 할아버지와 텃밭에서 막 따온 상추에 고기를 싸서 김 씨 입에 쏙 넣어준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손주들과 마당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김 씨 부부의 일상이다.

김 씨 부부가 경기도 양평군 교평리의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것은 지난 2016년 여름. 서울 정릉의 아파트에 살면서 사업을 하던 이들 부부는 남편 홍제표(74·가명) 씨의 칠순을 맞아 서울 집을 정리하고 양평으로 향했다. 땅 300평을 구입해 지하 차고와 1, 2층으로 된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 이들은 텃밭 가꾸기에 재미를 붙여 어지간한 채소는 다 키운다. 고추·상추·오이·가지·호박·토마토·마늘·총각무 등이다. 부엌에서 음식 준비를 하다 필요한 채소가 있으면 마당으로 내려와 뚝뚝 따면 그만이다.

이전부터 단독주택으로 이사하기를 잘했다고 느끼던 부부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단독주택의 소중함을 부쩍 더 느낀다. 가끔 방문하던 서울 사는 아들이 코로나19 이후 손주들과 주말마다 찾아오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한창 밖에서 뛰놀 나이의 손주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외출도 제대로 못하고 답답해하는데 주말마다 이곳으로 와 바람이라도 쐬고 가니 너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꿈꾸던 로망…단독주택으로 옮깁니다>

경북 포항 서정리에서 10세·7세 두 아들을 키우는 박지민(40·가명) 씨는 큰아이가 태어난 직후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흙을 밟으며 마음껏 뛰어놀 공간을 선물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아파트에 살았다면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 소리 지르는 게 일상이었을 것”이라면서 “예상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를 겪으니 더더욱 전원주택에서 살기를 잘했다고 느낀다”고 했다. 테라스의 ‘가든뷰’ 홈카페 공간에서 가꾸어놓은 꽃들과 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다 보면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피아노 연주가 취미인 그는 “이웃집 눈치 보지 않고 피아노를 치거나 스피커를 크게 틀어놓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전원주택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딩크족인 차수현(52·가명) 씨 부부는 오랫동안 꿈꾸던 ‘로망’을 실현하기 단독주택을 알아보고 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직장과의 거리를 고려해 평창동·구기동 등이 후보지다. 서울이지만 산자락에 위치해 자연이 가깝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들 부부가 단독주택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반려견이다. 차 씨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강아지 산책이나 용변 문제 등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면서 “단독주택을 지어 아내와 정원도 가꾸고 강아지와 여유롭게 지내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가을 이후 서울 일대의 단독주택 매매 및 전세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부담이다. 차 씨는 “평창동은 전세 가격이 거의 매매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올랐다고 한다”면서 “적당한 매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출퇴근이나 자녀 교육 등으로 전원주택으로 이사하기 어려운 이들은 경기도 외곽이나 강원도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기도 한다.

서울에 사는 이형석(45·가명) 씨는 양평군 서종면의 작은 계곡 근처에 세컨드하우스를 짓고 주말에 자녀들과 함께 지내다 온다. 그는 “집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어 이동 부담이 적고 유지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아 200% 만족한다”고 말했다. 다만 세컨드하우스는 주택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양평이나 강원도 등에서는 별장처럼 쓰려고 전원주택을 샀다가 2주택자가 된 집주인들이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처분에 나선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전세나 월세로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려는 수요도 있지만 공급은 많지 않다.



수도권의 한 단독주택 단지 전경./서울경제DB


<땅값 비싼 도심…공동으로 협소주택도>

서울·부산 등 상대적으로 땅값이 비싼 도심에서는 ‘협소주택’이 틈새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통 50㎡ 이하 자투리땅에 2~5층짜리 집을 지어 층별로 공간을 다르게 활용하는 것이다. 1층 거실 및 주방, 2층 방과 화장실, 3층 서재 식이다. 대지 면적은 좁지만 용적률과 건폐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사용 공간을 넓히는 것이 특징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효율적으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에서는 마포구 연남동이나 성산동, 종로구 익선동, 용산구 후암동, 성동구 성수동 등 소위 ‘핫플레이스’에 신혼부부나 마음에 맞는 젊은이들이 모여 협소주택을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낡은 주택이 밀집된 후암동은 남산을 조망할 수 있고 서울역이나 광화문 등 도심과도 가까워 협소주택을 지으려는 수요가 많다.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데다 획일적인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신세대의 주거 욕구가 맞물린 결과다. 다만 협소주택은 집을 지을 만한 대지를 찾고 설계하기가 일반주택보다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에 뛰어드는 건설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거나 기존 주택 브랜드와 협업해 ‘단지형 주택’을 조성하는 것이다. GS건설의 경우 2017년부터 블록형 단독주택 ‘자이더빌리지’를 김포 항강신도시, 고양 삼송 등지에서 공급했다. 대우건설과 디벨로퍼 알비디케이(RBDK)는 ‘청라 푸르지오 라피아노’, KCC건설은 ‘KCC 스위첸 파티오’, 롯데건설과 KCC건설은 ‘청라 더 카운티’를 선보이며 브랜드화에 나섰다. 현대건설 역시 브랜드 단독주택 라피아노와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단독주택의 경우 개인이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것과 달리 단지형 주택은 각종 보안 시설과 커뮤니티, 지원 시설 등 공동주택의 장점을 함께 확보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은 대중교통 및 편의 시설이 부족하고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아파트 생활을 하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이들이 가장 불편하다고 꼽는 것 중 하나가 배달의 어려움이다. 가까이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마트나 편의점·병원 등도 많지 않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초중고교도 멀리 있는 경우가 많다. 대중교통이 연결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 자동차 운전은 필수다. 상주하는 관리인이 없어 치안이 취약하기도 하다. 마당이 있으면 잔디도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벌레 때문에 골치를 앓기도 한다. 2층 이상 단독주택인 경우 노인이나 아이들이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점도 복병이 될 수 있다.

단독주택이라고 소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층간소음은 없지만 옆집의 ‘측간소음’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단지형 단독주택은 옆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어 옆집의 개 짖는 소리, 음악 듣는 소리나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 하는 소리가 다 들리기도 한다. 마당에서 뭘 하는지 다 알 수 있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지 않고 집 앞에 차를 세워놓는 단독주택 단지의 경우 주차 문제로 이웃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독주택은 아파트보다도 이웃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일이 많아 이웃과의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단독주택에 덜컥 이사 왔다가 불편을 호소하며 아파트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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